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여성

코스프레 아줌마들 ‘세상은 들으시오’

등록 2007-05-28 21:06

역사 속 인물로 분장해 ‘코스프레’(만화, 영화, 게임 캐릭터와 연예인 모습을 재현하는 놀이)를 하고 나선 여성들
역사 속 인물로 분장해 ‘코스프레’(만화, 영화, 게임 캐릭터와 연예인 모습을 재현하는 놀이)를 하고 나선 여성들
2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입구의 남인사마당. 지나던 시민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역사 속 인물로 분장해 ‘코스프레’(만화, 영화, 게임 캐릭터와 연예인 모습을 재현하는 놀이)를 하고 나선 여성들 때문이다. 소서노, 선덕여왕, 유관순, 대장금, 뺑덕어멈까지 나란히 섰다. 한상궁과 대장금 복장을 한 여성들이 나와 짜랑짜랑 외친다. “기업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들어 주세요. 먹거리는 당신 가족과 아이 입에도 들어갑니다.” 지켜보는 시민들의 박수가 터진다.

‘아줌마의 날’ 앞두고 사전행사
대장금·소서노·유관순 되어
세상 바꿀 500여개 제안 ‘일침’

이는 여성커뮤니티포털인 아줌마닷컴(www.azoomma.com)이 해마다 열고 있는 ‘아줌마의 날’ 사전 행사다. 아줌마의 날은 가정의 달인 5월의 마지막 날인 31일로,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아줌마들을 위한 날도 있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서 비롯돼 올해가 8회째다. 올해의 주제는 ‘아줌마가 세상에 고함’. 엄마로, 아줌마로, 여자로 살아가면서 가슴속에 담아뒀던 생각들을 꺼내 역사 속 여성들의 입을 빌려 전하는 행사다.

“선덕여왕, 신사임당, 소서노 모두 여성으로서 꿋꿋하게 산 씩씩한 여성들입니다. 이들의 모습을 빌려 아줌마들이 세상에 하고픈 말을 밝히는 사전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행사를 기획한 김영선 아줌마닷컴 주임은 “치과 진료비는 너무 비싼데, 사보험으로도 보장받을 수 없으니까 이빨은행을 만들자는 아이디어 등 아줌마들이 생각할 수 있는 실생활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공모전을 통해 ‘나라에 고함’, ‘가족에 고함’, ‘기업에 고함’, ‘사람들에게 고함’ 등 네 분야에 대해 아줌마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으자 500개 남짓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나라에 고함’ 분야에서는 대통령에게 고하는 말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교육부, 여성부 등 아줌마들과 밀접한 영역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이 나왔다. 특히 요즘 쏟아지는 출산장려정책의 수혜자로서, “지원받는 것도 아니고 안 받는 것도 아닌 보육비”라거나 “산부인과에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검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 등 정책 담당자들이 귀담아들을 만한 쓴소리를 털어놨다. 정부 복지정책이나 여성정책 수립에 평범한 아줌마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기업에 고함’ 분야에서는 식품과 음료수에 방부제를 넣지 말아 달라는 등 먹거리에 대한 제안이 18건으로 가장 많았다.

아파도 아플 수 없는 아줌마. 아줌마도 빨간 날에 쉬고 싶다.
아파도 아플 수 없는 아줌마. 아줌마도 빨간 날에 쉬고 싶다.
가장 많은 의견이 접수된 ‘가족에게 고함’ 분야에서는 남편과 관련된 이야기가 84건으로 월등히 많았고, 친정 관련이 37건, 시댁 관련 18건 차례로 나타났다. “달력 속의 빨간 날도 우리에겐 빨간 날이 아니다”라며 가사노동의 힘겨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다른 여성은 “도우미 아줌마 쓰면 당신 봉급 다 털어도 어림없다”며 가사노동을 무시하는 남편을 원망하기도 했다.

또 엄마에게 반항하기 시작한, 갓 사춘기에 들어선 10대 딸에게는 “엄마도 너처럼 예쁜 딸, 예쁜 공주였지, 세상 사람들이 고개 절레절레 흔드는 아줌마는 아니었단다”라며 섭섭한 심정을 고백하기도 했다. ‘아줌마’ 하면 흔히 ‘제3의 성’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올 만큼 괄괄하고 억세고 여성스럽지 못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세상을 향해 “엄마와 아줌마, 여자는 같은 존재다. 아줌마도 엄마이고 아줌마도 여자다”라고 외치는 여성도 있었다.

‘아줌마의 날’ 공식 행사는 31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다. 공식 행사에서는 공모전 당선작 시상과 함께, 당선작을 모아 만든 ‘고함신문’도 배포할 예정이다. 즉석에서 아줌마들이 세상에 ‘고하는’ 행사도 마련돼 있다.


글·사진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지금, 한겨레가 필요합니다.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