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 빼고 ‘여성 연대’ 떠나자. 시스투어 제공
여성주의와 접목한 여행 상품 인기
여성으로서 ‘나’ 찾고 체험도 나누고
성희롱대처법 등 안전정보 교환 활발 귀찮은 남편이나 남친은 가라. 여성들만의 여행이 늘고 있다. 전혜린의 말처럼 “바하만의 시구처럼 ‘식탁을 털고 나부끼는 머리를 하고’ 아무 곳이나 떠나고 싶은” 여성들이 많아졌다. SK 투어비스의 이은옥 과장은 “20·30대의 ‘골드미스’들이 또래와 함께 떠나는 여행과 별도로 자매끼리 또는 어머니와 딸이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여성끼리’ 여행의 새로운 흐름은 ‘여성주의’ 여행이다. 단순히 놀고 쉬는 게 아니라 여행을 통해 성정체성을 깨닫고 여성으로서 연대하며 서로의 체험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담고 있다. 여성주의 여행 동호회 시스투어(www.unninet.co.kr/sistour)에서는 지난해 ‘베트남 여성평화여행’에 이어 올해는 미군기지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의 여성주의자들과 함께 하는 여행을 준비 중이다. 여성주의 여행의 선구자 격인 ‘또 하나의 문화’(www.tomoon.org)는 해마다 6월에 여성 시인 고정희 추모 답사를 열고 있고, ‘여성문화유산해설사모임’(cafe. naver.com/findingherstory)은 역사 속에서 가려져 있던 여성을 찾아 떠나는 여행인 ‘역사 속 그녀들을 찾아서’ 투어를 수시로 진행 중이다. 여성세력정치연대는 여중생을 대상으로 ‘청소녀 정치체험 캠프’(7.25~7.27)를 열며, 언니네(www.unninet.co.kr)도 페미니즘 캠프(8.10~8.12)를 열 계획이다.
여성들의 반응은 뜨겁다. 시스투어의 오키나와 여행은 이미 5월에 인원이 다 찼고, 김해여성복지회에서 올해 처음 주관하는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김해투어※가야여왕 허황옥을 찾아서’는 무려 108명이 참가를 신청해 숙소가 부족할 정도다.
주부들끼리의 여행도 늘고 있다. 여성주의라는 깃발은 없지만 주부들은 여행을 통해 한국에서 여성으로서 함께 살고 있는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얻는다. 지난 6월 친목모임인 ‘목요여성산악회’ 회원 15명과 밀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를 다녀온 최명희(51)씨는 “항상 남편과 아이들을 먼저 생각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여자들끼리 고민도 나누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최씨는 “여자들끼리 여행 왔다고 처음에는 이상하게 바라보던 버스기사나 가이드도, 버스에서 술 안 마시고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지도 않는데다가 15명이 모두 4000미터가 넘는 키나발루산 정상까지 오르자 다르게 보더라”며 내년에는 회원들과 일본 북알프스산으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용감하게’ 혼자 떠나는 젊은 여성들도 많다. 배낭여행 커뮤니티 ‘떠나볼까’(www.prettynim.com)의 운영자 박정은(34)씨는 “외국에 나가면 혼자 배낭여행하는 우리나라 여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면서 “여행 설명회를 열면 참석자 열 명 중 예닐곱명은 여자”라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사이트 게시판에는 노출이 금기시되는 나라를 여행할 때 주의할 점이나, 성희롱 대처법 등 체험에 바탕한 알찬 정보들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여성들끼리의 여행이 늘자 여행사들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화장품, 미백치료권, 네일케어 서비스권을 제공하는 여행사가 있는가 하면 여성 2명 이상 여행상품을 구입하면 한 명에게 스팀청소기를 주는 곳도 있다. 모두투어는 여성 3인 이상이 여성 전용 숙소인 ‘레이디스룸’에 묵을 경우 3만원을 할인해 준다. 또한 ‘여성 관광상품 공모전’을 열어 여성 혼자 떠나도 안심할 수 있는 숙박 코스나, 엄마와 아기를 위한 아이디어들을 모았으며, 앞으로 여행상품 개발에 반영할 예정이다. 시스투어에서 여성주의 여행을 기획해 온 한천지영(31)씨는 “돌봄노동에 매여 있거나, 성희롱의 위험에 노출되는 등 여자라는 이유로 여행하기 불리한 제약들이 있는 한 ‘여자들의 여행’은 다를 수 밖에 없다”며 “여성들만의 여행은 여성들에게 용기와 함께 독립심을 갖게 하는 홀로서기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여성으로서 ‘나’ 찾고 체험도 나누고
성희롱대처법 등 안전정보 교환 활발 귀찮은 남편이나 남친은 가라. 여성들만의 여행이 늘고 있다. 전혜린의 말처럼 “바하만의 시구처럼 ‘식탁을 털고 나부끼는 머리를 하고’ 아무 곳이나 떠나고 싶은” 여성들이 많아졌다. SK 투어비스의 이은옥 과장은 “20·30대의 ‘골드미스’들이 또래와 함께 떠나는 여행과 별도로 자매끼리 또는 어머니와 딸이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여성끼리’ 여행의 새로운 흐름은 ‘여성주의’ 여행이다. 단순히 놀고 쉬는 게 아니라 여행을 통해 성정체성을 깨닫고 여성으로서 연대하며 서로의 체험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담고 있다. 여성주의 여행 동호회 시스투어(www.unninet.co.kr/sistour)에서는 지난해 ‘베트남 여성평화여행’에 이어 올해는 미군기지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의 여성주의자들과 함께 하는 여행을 준비 중이다. 여성주의 여행의 선구자 격인 ‘또 하나의 문화’(www.tomoon.org)는 해마다 6월에 여성 시인 고정희 추모 답사를 열고 있고, ‘여성문화유산해설사모임’(cafe. naver.com/findingherstory)은 역사 속에서 가려져 있던 여성을 찾아 떠나는 여행인 ‘역사 속 그녀들을 찾아서’ 투어를 수시로 진행 중이다. 여성세력정치연대는 여중생을 대상으로 ‘청소녀 정치체험 캠프’(7.25~7.27)를 열며, 언니네(www.unninet.co.kr)도 페미니즘 캠프(8.10~8.12)를 열 계획이다.
남자들 빼고 ‘여성 연대’ 떠나자.〈한겨레〉자료사진
여성들끼리의 여행이 늘자 여행사들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화장품, 미백치료권, 네일케어 서비스권을 제공하는 여행사가 있는가 하면 여성 2명 이상 여행상품을 구입하면 한 명에게 스팀청소기를 주는 곳도 있다. 모두투어는 여성 3인 이상이 여성 전용 숙소인 ‘레이디스룸’에 묵을 경우 3만원을 할인해 준다. 또한 ‘여성 관광상품 공모전’을 열어 여성 혼자 떠나도 안심할 수 있는 숙박 코스나, 엄마와 아기를 위한 아이디어들을 모았으며, 앞으로 여행상품 개발에 반영할 예정이다. 시스투어에서 여성주의 여행을 기획해 온 한천지영(31)씨는 “돌봄노동에 매여 있거나, 성희롱의 위험에 노출되는 등 여자라는 이유로 여행하기 불리한 제약들이 있는 한 ‘여자들의 여행’은 다를 수 밖에 없다”며 “여성들만의 여행은 여성들에게 용기와 함께 독립심을 갖게 하는 홀로서기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