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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저소득층 아이들 보육 ‘사각지대’

등록 2007-09-06 22:22수정 2007-09-07 16:25

황복주(49) 전문가정보육사가 서희(3·지체장애1급)·서연(생후 100일) 자매를 돌보고 있다. 어머니가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간 사이 서희를 장애아동시설에 보내고, 서연이를 돌보는 것이 황씨의 일과다.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황복주(49) 전문가정보육사가 서희(3·지체장애1급)·서연(생후 100일) 자매를 돌보고 있다. 어머니가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간 사이 서희를 장애아동시설에 보내고, 서연이를 돌보는 것이 황씨의 일과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하혜진(36)씨는 8살 된 뇌병변 1급 장애아 아들 윤정우를 키운다. 정우는 말도 하지 못하고, 혼자서는 밥도 먹을 수 없다. 일반 어린이집에서는 정우를 받기를 꺼렸고, 복지관의 장애아동 주간보호센터는 대기자가 넘쳐 3년을 기다려야 했다. 하씨는 정우의 치료비를 대기 위해 그만두었던 학습지 교사 일을 시작했다. 그동안 정우는 천식이 있는 외할머니가 돌봤다. 치료비와 약값을 내고 전세자금 대출이자를 갚느라 통장 잔고가 바닥났지만 부모 둘 다 직장이 있어 기초생활 보장 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어떤 경제적 지원도 받지 못했다. 지병이 있는 외할머니는 점점 덩치가 커져가는 아이의 기저귀를 갈기도 버거워했다. 정우가 한해한해 커갈 때마다 하씨의 한숨도 커져갔다.

그런 하씨가 보육도우미 파견사업을 알게 된 것은 2006년. 하씨는 지난 4일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주최한 한 토론회에서 “저녁까지 일하는 동안 보육사 선생님이 복지관에서 집으로 귀가하는 정우를 돌봐주고, 집에 오는 치료 선생님에게 치료까지 받게 돼 집에 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며 눈물을 흘렸다.

부모 대부분 비정규직 불규칙한 근무
주간 보육시설만으로 해결 안돼
도우미 파견 등 정부 뒷받침 시급

한국여성노동자회(대표 최상림)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06년부터 ‘저소득층 보육도우미 파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한국여성노동자회가 144시간의 전문교육을 시켜 양성한 ‘전문가정보육사’를 장애아동과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어린이를 둔 저소득층 가정에 무료로 보내주는 일이다. 현재 서울, 대구, 광주 등지에서 150명의 보육사가 아동 241명을 돌보고 있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정책실장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밤늦게까지 일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저소득층의 경우 불규칙한 근무환경이나 지리적 여건 등으로 정부가 지원해주는 보육시설에 아이를 보내기 어렵다 보니 야간 파견 보육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고 지적한다.

사업에 대한 수요는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최근 전국 1020곳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벌인 자녀보육실태조사에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취업하지 못했거나(30.1%), 구한 일도 출산 후에 그만두는(40.8%) 경우가 많아 보육 부담이 여성의 경력 단절 및 빈곤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드러났다. 저소득 가정은 보육정책 중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파견보육의 확대 및 제도화(31.4%)를 꼽았으며,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 대한 양육비 지원(25.4%), 시간제 보육 확대(22.2%) 요청도 높았다.

문제는 이 사업이 예산 문제로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간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지난해 7억, 올해 16억 등 총 23억원의 사업비를 제공했다. 하지만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09년 이후까지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여성 노동의 비정규직화로 기존 보육 정책의 사각지대가 커지면서 야간 보육이나 시간제 보육과 같은 ‘틈새 보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저소득층 보육도우미 파견사업을 더 이상 민간에 맡길 게 아니라 정부 사업으로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여성가족부의 박난숙 가족정책팀장은 “시설보육 중심의 기존 지원방식으로는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지적에 여성가족부도 공감한다”며 “건강가족지원센터에서 주로 이뤄지는 아이돌보미 사업을 장애아 양육 지원 사업과 통합해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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