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여성

가슴으로 쓴 유럽여성미술 순례

등록 2007-11-08 19:42

제미란
제미란
‘길 위의 미술관’ 출간
발로 찾아가고 가슴으로 쓴 여성미술 순례기, <길 위의 미술관>(제미란 지음, 도서출판 이프 펴냄)이 새로 나왔다.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창간 때부터 아트디렉터로 일한 지은이가 나이 사십에 유럽으로 떠나 세계적인 여성 미술가 13명의 삶을 품고 돌아왔다.

그가 그리는 열세명의 삶은 처절하다. 퐁피두 미술관 옆 화려한 색감의 스트라빈스키 분수로 유명한 프랑스 현대미술의 대표작가 니키 드 생팔. 그의 낙천적인 작품들은 열한 살에 친아버지에게 강간당했던 경험을 극복한 뒤에야 나왔다. 보스니아 내전의 강간과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피부 위에 쓰는 예술로 표현해 화제가 됐던 제니 홀처의 경우, 그의 어머니는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강간의 체험 때문에 평생 고통받았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프리다 칼로도 있다. 런던 테이트 갤러리에서 열린 프리다 칼로 회고전에 찾아간 지은이는 “그림 속에 상처와 고통을 몰아놓고 그 고통으로부터 조용히 빠져나가는” 프리다의 그림들을 외면하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내가 공명해버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그의 글은, 그래서 기행서라기보다는 순례기다.

‘길 위의 미술관’
‘길 위의 미술관’
그는 휘트니 채드윅의 입을 빌려, “역사를 기술하는 이들이 남자들이기 때문에 남성의 인생은 ‘역사’가 되고 여성 작가들의 삶은 ‘가십’이 되어 왔다”고 말한다. 지은이가 찾아간 퐁피두 미술관의 초현실주의 혁명전은 60여명의 작가들의 작품 600여 점 중 여성작가들의 작품은 불과 10여 점에 불과했다. 당대에 이름을 날린 20여명의 여성 작가들.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없던 그녀들은 그들의 ‘뮤즈’로, 연인으로 비공식 스냅사진에나 있다.”

남성 초현실주의자들을 위한 뮤즈가 될 것이냐, 성숙한 예술가가 될 것이냐 고민해야 했던, 그리고 ‘뮤즈나 초현실주의자 애인 없이도’ 초현실주의 예술을 창조해냈던 레오노라 캐링턴의 말은 그래서 이 책의 마무리에 잘 어울린다. “나는 오래된 영혼입니다. 누구의 뮤즈가 될 시간이 없어요.”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지금, 한겨레가 필요합니다.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