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이상으로 ‘성적매력’ 강조…원하는 채널만 선택하는 장치 있어야
케이블 텔레비전 채널에서 성상품화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지역여성 미디어 네잎찬 운동본부(이하 네잎찬 미디어운동본부)는 2007년 8월 한달간 11개 케이블 채널 30개 프로그램의 ‘성상품화’ 실태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이 단체는 ‘성상품화’를 프로그램에서 내용과 상관없이 여성연예인의 ‘몸’을 부각하고 필요 이상으로 여성연예인의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경우로 잡아 모니터링 기준으로 삼았다. 카메라가 밑에서 위로 잡아 여성출연자의 치마 속을 노출시키거나, 연예 뉴스 등에서 여성 연예인의 가슴만을 확대해 보여주며 ‘자연산이예요’ 내레이션을 넣는 것과 같은 경우다. 단순히 노출 여부, 노출 정도만을 기준으로 삼진 않았다.
조사 결과 총 1060건이 적발됐으며, 케이블채널별로 (318건, 30%)과 (162건, 15.28%), (128건, 12.07%) 순으로 성상품화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상품화 유형을 분석하면, 선정적 표현이 409건(38.58%)으로 제일 많았으며, 여성 몸의 도구화(17.83%), 여성성 왜곡(14%)이 뒤를 이었다. 에서 이효리 관련 뉴스를 보도하며 가슴 부위만 정지화면을 내보내는 것과 같은 카메라의 의도적 연출(55.62%)이 주된 성상품화 기법으로 꼽혔으며, <연애불변의 법칙 핫썸머>에서 “비키니 안입고 오나요?” “바지 입고 오면 찢어버릴 거야” 식으로 여성게스트의 의상을 두고 진행자 및 남성출연자들이 말하는 등 대사를 통한 성상품화(30.33%)도 문제가 됐다.
지적된 프로그램들의 대다수는 19살 이상 시청 등급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19살 이하도 텔레비전을 틀면 누구나 이런 프로그램을 접하기 쉽다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한 방송위원회 심의 등 사후제재 효과도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심의적발 프로그램을 편법으로 계속 방영하는 등의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네잎찬 미디어운동본부는 케이블 가입때 50여개의 케이블 채널을 일괄적으로 볼 필요 없이, 원하는 채널만 수신할 수 있도록 상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처럼 수상기에 칩을 부착해 등급 분류된 프로그램의 경우 자동적으로 시청이 차단되도록 하자는 대안도 제시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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