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연 방송 성차별 모니터
남성 차별적 묘사 1위 ‘외모’
외모 중시·여성 지위향상 원인
나이 차별은 여성에 집중돼
남성 차별적 묘사 1위 ‘외모’
외모 중시·여성 지위향상 원인
나이 차별은 여성에 집중돼
“미남계 뒀다 뭐에 써?” “역시 남자는 잘 생겨야 합니다.”
대중매체 속 남성에 대한 성차별적인 묘사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중매체가 여성을 성상품화하는 실태에 대한 모니터 결과는 많았지만 남성에 대한 비뚤어진 묘사까지 모니터링한 조사결과는 처음이다.
여성정책연구원(원장 김경애)은 10일 올해 6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두 달 동안 방송 3사의 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 등 모두 34개 프로그램을 17명의 자원활동가들을 통해 모니터링한 결과 여성과 남성 모두에 대해 편견을 부추기는 성차별적 묘사 사례가 모두 1104건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여성정책연구원이 여성가족부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대중매체에서의 성차별성 개선사업’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여성정책연구원은 방송프로그램의 잘못된 성차별적 묘사가 남녀를 통틀어 △외모 차별 △연령 차별 △역할과 지위 차별 등 세 가지 영역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역할 차별 사례가 697건으로 차별 사례 전체의 63.1%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애 엄마가 무슨 일을 해요?” 같은 고전적인 여성차별적 묘사와 “남자가 왜 그렇게 자신이 없습니까?” 같은 대사들이 문제로 지적됐다.
다음으로는 외모 차별로, 전체의 29.0%에 이르렀다. 두드러진 점은 외모에 대한 성차별 사례 320개 가운데 남성의 외모에 대한 사례가 115건을 차지해 다른 차별 사례보다 남성 차별 비중이 훨씬 높았다. 연령에 따른 성차별의 경우 전체 87건 가운데 남성 해당 사례는 3건뿐이었고, 역할과 지위차별에선 697건 가운데 45건이었다.
대표적인 남성 외모 차별 사례로는 드라마의 흐름과 상관없이 남성의 근육질 몸매를 드러내는 장면을 보여주는 경우가 꼽혔다. “미남계 뒀다 뭐에 써” “바람직한 기럭지” 등의 대사들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오락프로그램에서는 남성의 외모나 ‘남성답지 못함’을 희화화하는 경우가 많았고, 남성도 외모가 최고라는 식의 자막들이 지적됐다.
연령에 따른 성차별은 여성에 대한 차별 사례들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드라마에서 전문직은 젊은 여성으로, 가사도우미나 청소부 등은 중년 여성으로 그리는 점, 프로그램 초대손님들이 남성은 연령이 고르게 분포되는 반면 여성은 모두 젊고 미혼인 손님 일색인 점 등이 꼽혔다.
이번 연구가 미디어의 여성에 대한 성차별만이 아니라 남성까지 다룬 것은 남성 역시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시대적 변화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맡은 김인순 여성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하면서 남성들도 성상품화의 대상이 된 가운데, ‘몸관리 산업’의 발전으로 몸에 대한 사람들의 기준이 남녀를 불문하고 높아지면서 외모차별의 영역이 남성에게까지 확대됐다”고 지적하고, “(여성계가) 그동안 미디어운동의 초점을 여성 성차별에 주로 맞춰왔는데 이번에는 양성평등 관점에서 남녀 모두를 성인지적 관점에서 다루고자 했다”고 말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 소장은 “웃음 유발을 위해 오락프로그램 등에서 남성에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에 대한 외모지상주의, 성상품화가 사회적 문제가 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문제제기 소지가 덜한)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김영훈기자 kimyh@hani.co.kr
이번 연구가 미디어의 여성에 대한 성차별만이 아니라 남성까지 다룬 것은 남성 역시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시대적 변화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맡은 김인순 여성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하면서 남성들도 성상품화의 대상이 된 가운데, ‘몸관리 산업’의 발전으로 몸에 대한 사람들의 기준이 남녀를 불문하고 높아지면서 외모차별의 영역이 남성에게까지 확대됐다”고 지적하고, “(여성계가) 그동안 미디어운동의 초점을 여성 성차별에 주로 맞춰왔는데 이번에는 양성평등 관점에서 남녀 모두를 성인지적 관점에서 다루고자 했다”고 말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 소장은 “웃음 유발을 위해 오락프로그램 등에서 남성에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에 대한 외모지상주의, 성상품화가 사회적 문제가 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문제제기 소지가 덜한)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김영훈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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