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교육원 청일점 김정인 교수
양성평등교육원 청일점 김정인 교수
성희롱 예방강사 남성 증가세
성별보다 권력관계가 주요원인 내년이면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의무화된 지 10년째를 맞는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2004년부터 성희롱 예방교육, 양성평등 교육, 성매매예방교육 등 전문강사를 매년 양성해 오고 있다. 배출된 597명의 전문강사 가운데 11.4%가 남성이다. 각 기관에서 기왕이면 남성 강사를 선호해 남성전문강사는 꾸준히 늘고 있다. 남성전문강사의 비율은 2005년 7.1%에서 2006년에는 14.3%로 매해 증가세다. “아무래도 성희롱 예방강사가 남자면 남성들을 대변해 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불러주는 것 같아요.” 성희롱 예방교육 전문강사이자, 지난 8월 양성평등교육원의 유일한 남성교수로 임용된 김정인 교수는 남성 강사가 늘어나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직까지 대부분 직장에서 남성들의 비율이 높잖아요. 또 여성전문강사가 강의했을 때 ‘여자니까 당연히 저런 말을 하는 거겠지’ 하고 흘려듣기도 한다는데, 그렇지 않고 한번 더 주목하게 된다는 점에서 남성강사가 유리할 수 있겠죠.” 강의를 하다 보면 사람들의 인식이 몇년 전에 비해서 많이 바뀐 것을 느낀다고 한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성희롱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 든 관리자급을 교육할 때면 “젊은 사람들끼리는 성적인 농담도 서로 웃으며 주고받는데, 왜 내가 말하면 성희롱이냐”는 질문을 아직 받는다.
“문제는 권력관계죠. 상대는 즐겁지 않은데, 분위기나 조직위계 때문에 자유롭게 거부의사를 표할 수 없을 때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성희롱에서 ‘남자는 가해자, 여자는 피해자’라는 편견은 잘못됐다고 단언한다. “조직문화가 아직 남성 위주이고, 남성상급자가 많기 때문에 여성들이 피해자가 많은 것 뿐, 여성 위주의 직장이라면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성희롱 상담중 남성이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도 10%는 된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군대를 비롯해 동성간 성희롱 사례도 간간이 보고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원래 산업심리학을 전공하다가 94년께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 여성들이 받는 조직내 스트레스 중 성희롱이 주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데 관심을 갖고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김 교수는 “성희롱 대책이 규제 중심으로 가다 보니 남성들의 거부감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금지, 규제보다는 조직문화를 바꾸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남성들이 가해자로 정형화되는 상황에서 거부감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서로에게 존칭을 쓴다던가, 회식자리에서 불필요한 강요를 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바람직한 사례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성별보다 권력관계가 주요원인 내년이면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의무화된 지 10년째를 맞는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2004년부터 성희롱 예방교육, 양성평등 교육, 성매매예방교육 등 전문강사를 매년 양성해 오고 있다. 배출된 597명의 전문강사 가운데 11.4%가 남성이다. 각 기관에서 기왕이면 남성 강사를 선호해 남성전문강사는 꾸준히 늘고 있다. 남성전문강사의 비율은 2005년 7.1%에서 2006년에는 14.3%로 매해 증가세다. “아무래도 성희롱 예방강사가 남자면 남성들을 대변해 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불러주는 것 같아요.” 성희롱 예방교육 전문강사이자, 지난 8월 양성평등교육원의 유일한 남성교수로 임용된 김정인 교수는 남성 강사가 늘어나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직까지 대부분 직장에서 남성들의 비율이 높잖아요. 또 여성전문강사가 강의했을 때 ‘여자니까 당연히 저런 말을 하는 거겠지’ 하고 흘려듣기도 한다는데, 그렇지 않고 한번 더 주목하게 된다는 점에서 남성강사가 유리할 수 있겠죠.” 강의를 하다 보면 사람들의 인식이 몇년 전에 비해서 많이 바뀐 것을 느낀다고 한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성희롱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 든 관리자급을 교육할 때면 “젊은 사람들끼리는 성적인 농담도 서로 웃으며 주고받는데, 왜 내가 말하면 성희롱이냐”는 질문을 아직 받는다.
“문제는 권력관계죠. 상대는 즐겁지 않은데, 분위기나 조직위계 때문에 자유롭게 거부의사를 표할 수 없을 때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성희롱에서 ‘남자는 가해자, 여자는 피해자’라는 편견은 잘못됐다고 단언한다. “조직문화가 아직 남성 위주이고, 남성상급자가 많기 때문에 여성들이 피해자가 많은 것 뿐, 여성 위주의 직장이라면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성희롱 상담중 남성이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도 10%는 된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군대를 비롯해 동성간 성희롱 사례도 간간이 보고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원래 산업심리학을 전공하다가 94년께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 여성들이 받는 조직내 스트레스 중 성희롱이 주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데 관심을 갖고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김 교수는 “성희롱 대책이 규제 중심으로 가다 보니 남성들의 거부감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금지, 규제보다는 조직문화를 바꾸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남성들이 가해자로 정형화되는 상황에서 거부감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서로에게 존칭을 쓴다던가, 회식자리에서 불필요한 강요를 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바람직한 사례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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