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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감히 여자가” 대신 “약한 여자”

등록 2008-01-03 20:53

‘온정’ 가면 쓴 새로운 성차별
‘온정’ 가면 쓴 새로운 성차별
‘온정’ 가면 쓴 새로운 성차별
‘온정적 성차별주의’라는 개념이 여성계에 새롭게 등장했다. 과거 성차별주의는 “여성은 남성보다 능력이 떨어지므로 중요한 일을 맡을 수 없다”는 노골적인 배타주의로 나타났지만,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남녀평등’이라는 가치규범이 사람들에게 널리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성에 비해 여성은 문화적 세련미와 감수성이 더 풍부하다”거나, “여성은 남자보다 민감성이 더 높아 아이에게 생긴 문제를 빨리 파악할 수 있다”라고 바꾸어 묻는다면 어떨까.

노골적 배타 줄고 보호대상 여겨 교묘한 차별
순응 여성엔 보상 주고 정책적 평등은 거부
여성정책연, 변화 발맞춘 ‘의식검사’ 개발중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신문, 인터넷, 방송 등 대중매체에서 사용하는 성차별적 표현의 유형을 분석한 결과, 노골적인 성차별적 표현보다는 좀더 교묘한 방식의 성차별적 표현으로 옮아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를 진행한 안상수 연구위원은 “현대사회에서는 노골적인 성차별주의 대신 암묵적 성차별주의, 온정적 성차별주의라고 불릴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적대적 성차별주의’가 남성 위주의 권력구조에 도전하는 여성들에 대한 처벌적인 태도를 취했다면, 온정적 성차별주의는 전통적 역할을 유지하는 여성에 대해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온정적 성차별주의는 ‘여성은 보호받아야 할 약한 존재이자, 성적으로 더 도덕적이고 순수하다’와 같은 인식에 기반한다. 따라서 이러한 인식에 어긋나는 경우 더 가혹한 평가를 내린다. 안 위원은 “서구의 연구결과를 보면, 온정적 성차별주의자의 경우 ‘모르는 사람에 의한 강간’에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만,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에서는 희생자를 비난하는 경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상호성 있는 성행위의 가능성이 있는 강간에 대해서는 여성이 뭔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온정적 성차별주의’의 경우 여성들이 성차별로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순응적인 여성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온정적 차별주의가 “여성은 소중히 여겨져야 할 존재이므로 남성들이 도와주고 보살펴줘야 한다”고 보는 ‘보호적 부성주의’의 모습으로 나타날 경우, 여성들은 이런 남성을 오히려 “백마 탄 왕자”로 여긴다.

반면 남성들은 비록 온정적 성차별주의가 성차별적이지만 여성을 보호하고 도와주는 태도이므로 정책적인 평등을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의 궂은 일은 남자가 떠맡아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일수록 여성의 임금이 남성과 같아야 한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이런 분석에 따라, ‘한국형 다면 성별의식검사’를 개발 중이다. 1999년에 개발돼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한국형 남녀평등의식검사’로는 이런 온정적 형태의 성차별주의를 파악하기 어려워, 검사에서 양성평등의식이 높다고 평가되는 사람이 오히려 강간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평등 정책을 반대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다. 새로운 한국형 다면 성별의식검사에는 △여자가 욕설을 입에 담는 것은 남자보다 더 보기 흉하다 △데이트 비용은 여자보다 남자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가사일은 꼼꼼한 여성이 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등을 묻는 문항이 들어간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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