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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성희롱·출산해고에 속앓이만 ‘비정규직+여성’ 겹차별 설움

등록 2008-01-24 19:16수정 2008-01-24 21:16

여성단체 노동상담 분석
여성단체 노동상담 분석
여성단체 노동상담 분석

■ ㄱ씨는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일주일 뒤부터 사장에게 “같이 자자”는 말을 들었다. 싫다고 할 때마다 해고하겠다고 위협하다 철회하기를 반복했다. 계속 거부했다가 결국 “오늘까지만 나오라”는 최종 통보를 받았다.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 상담사례)

■ ㄴ씨는 계약직으로 공립초등학교 부설 유치원에서 일한다. 4년차 재계약 시점에 임신하자 “임신 때문에 재계약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다른 교사의 경우 결혼 뒤 10년간 아기를 낳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재계약했다. (한국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상담사례)

정규직보다 부당행위 많아도
“재계약 못할까” 말도 못해
단기계약 늘지만 정부선 뒷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직장 내 성희롱이나 임신·출산 등으로 인한 성차별에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다. 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이 지난 16일 발표한 ‘2007년 여성노동상담 경향’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여성노동상담 총 323건 가운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상담이 27%(88건)였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상담내용 가운데선 성희롱이 26.1%(23건)로 가장 많았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성희롱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이들이 아예 문제제기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용평등상담실의 선백미록 활동가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사업장에서 성희롱으로 문제제기를 했다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해고당하기 십상”이라며 “따라서 많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성희롱을 당하고도 가슴앓이만 하며 묻어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전국 8개 지역에서 운영하는 평등의 전화 2007 상담사례집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부당 해고와 같은 근로조건에 대해 상담하는 비율은 78.4%(912건 중 715건)로 정규직 노동자(58.3%, 1154건 중 673건)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근로조건 상담 다음으로는, 모성보호상담(6.9%, 63건)과 성희롱(5.7%, 52건), 성차별(3.7%, 34건) 상담 순이었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경우 성차별 상담에서 절반 이상이 임신·출산으로 인한 해고 문제를 상담해, 4명 중 1명꼴인 정규직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많았다. 한편 모성보호제도에 대해 비정규직이 문의하는 경우는 정규직(13.7%,158건)보다 절반 이상 낮다(6.9%, 63건).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출산휴가나 육아 휴직과 같은 모성보호 제도가 ‘그림의 떡’임을 알고, 아예 관심조차 덜 두는 셈이다.

왜 이런 문제가 나타날까. 우선 비정규직 관계법 시행 이후 3개월, 6개월짜리 단기계약 여성노동자가 늘어난 점이 꼽힌다. 실제로 “문제제기를 하면 재계약 시점에 불이익을 받을 것 같다”, “(조건을 받아들이기) 싫으면 그만두라는 말을 들었다” 등의 상담 사례가 빈번하다. 한국여성노동자회의 김신혜정 활동가는 “재계약 불안 때문에 당사자들이 아예 문제제기 자체를 피해 상담기관으로서도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상담소에서는 노동부에 의뢰해 불시에 익명 설문조사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있다.

비정규직도 정규직처럼 출산휴가 등을 받을 수 있게끔 대체인력 장려금을 정부에서 지원하지만 이 역시 현실성은 약하다. 김신혜정 활동가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여성이 출산휴가를 요구하면 ‘대체인력 구하기만 번거롭다’며 그냥 잘라버리고 만다”며 “이런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법적 보호장치도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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