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제공
초등학교 멀티미디어 교재 남녀 성역할 고정관념 여전
초등학교 멀티미디어 교육 교재에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담긴 내용이 여전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펴낸 ‘2007 초등학교 ICT 활용 교육용 콘텐츠 내용 분석’을 보면, 교과영역과 상관없이 남녀의 역할 및 활동 배분이 전통적인 성 역할 분업의식에 따라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7개 교과(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실과, 영어)에서 쓰이는 교육용 콘텐츠를 심층분석한 결과, 가사활동은 여성이, 체육놀이활동은 남성이 하는 것으로 그려졌으며 특히 여성의 가사도구 사용비율은 남성의 10배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재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거의 치마 차림(95%)으로 등장했으며, 등산 장면에서조차 치마를 입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여성들은 무릎을 꿇고 앉거나 의자에서 무릎을 붙이고 앉는 반면, 남성들은 책상다리를 하거나 다리를 벌리고 앉는 모습으로 주로 그려졌다.
여성 등장인물이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도 적은 편이었으며, 직업의 범위 또한 남성보다 훨씬 좁았다. 과학과 영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과목에서 여성의 직업인 비율은 25% 전후였다. 이들 중 대다수가 교사로, 영어 학습용 콘텐츠의 경우 등장하는 여성 직업인 194명 중 149명이, 과학 학습용 콘텐츠의 경우 360명 중 354명이 여교사였다.
양적으로 등장인물의 성별 출현률을 비교해 보면, 전반적으로 여성의 출현률은 모든 교과에서 7차 교육과정 교과서보다도 낮았다. 사회과의 경우 여성인물의 비율이 다섯 명 중 한 명꼴이었다.
정경아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첨단 교육용 콘텐츠가 기존 인쇄매체의 시·공간적 제한에서 벗어나 남녀학생들의 성별 경향과 요구를 더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7차 교육과정 교과서보다 오히려 더 정형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사전 기획 단계에서부터 성 형평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안으로 △교육용 콘텐츠 성 형평성 제고를 위한 제작 지침 개발 및 핸드북 보급 △남녀평등교육심의회에 교육용 콘텐츠의 성 형평성 심의기능 부여 △교육용 콘텐츠 양성평등 모니터링단 운영 △교사를 통한 양성평등 교육용 콘텐츠 개발 장려 등을 제시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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