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된 여풍·군필자 박탈감이 비합리적 찬성여론 높이는 원인
여성계, 공감 얻는 대안 마련해야
여성계, 공감 얻는 대안 마련해야
지난 13일 공무원 시험 등에서 군필자에게 취득점수의 2%를 가산점으로 주는 법안이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했다. 1999년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던 군가산점제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자칫 염려된다. 따라서 관련한 여론의 흐름과 문제점을 제대로 분석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여론의 향배=군가산점제 찬성 여론이 일단 우세하다. 한 경제지가 18일 누리꾼 47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88%가 이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8월 1000명의 20~30대 남성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73.8%가 찬성했다. 심지어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가 2006년 실시한 조사에선 군가산점제에 찬성한다는 여성이 60.3%로 나타났다. 2002년 48.5%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군가산점제는 합리적인 제도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여론이 이렇게 조성된 이유는 뭘까?
군가산점제 옹호론자는 최근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세를 근거로 든다. 고조흥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9월 공청회에서 “여성이 (공무원)하위직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 속에 50대 50으로 가자는 것일 뿐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여론의 배경과 문제점=안상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무고시 합격자의 70%가 여성이라고 해도 알고 보면 30명 중 18명인, 일부 분야 소수의 이야기인데 그걸 모든 분야로 확산된 듯 알파걸이니 하며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를 과장하는 ‘여풍 담론’과, 언론의 ‘여풍 보도’가 여론의 왜곡을 불렀다는 것이다.
안 연구위원은 또 “(군가산점제를 빌미로) 전반적으로 여성운동에 대한 역풍이 불고 있다는 인상”이라며 “지금까지의 여성운동에 대한 전체적 반격 성격이 있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고위 공직자 자제들의 군복무 면탈 사례 등을 보면서 사회적 박탈감을 느껴오던 남성들이, 여성들한테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박선영 연구위원은 지난 9월 열린 ‘군가산점제 부활안의 쟁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거의 같음에도 경제활동 참가율은 큰 차이가 나고, 특히 대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인 점은 여성이 사회로 진출하는 데 구조적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시험 등에서 여성 합격률이 상승하는 것 또한 상대적으로 고용상 차별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여성들이 몰리는 현상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군대에 강제로 끌려가 인간 이하 생활을 했다는 게 문제라면 국가한테 보상이나 군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며 “엉뚱하게 여자들한테 2~3년을 보상해 달라는 논리구조”라고 여론의 비합리성을 비판했다.
■ 여성계 대처 방향=군가산점제를 둘러싼 역풍의 실체와 문제점을 분석해 효과적인 사회적 설득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상수 연구위원은 “군가산점제에 대한 대안 제시에는 여성계가 더 적극적이었다”며 “여성이 남성에게 주어지는 정당한 보상을 빼앗아 상실감을 안겨주는 적대적인 대상이 아니라, 남성 다수에게 혜택이 가는 실질적인 보상 대안을 가장 적극적으로 마련해주려는 주체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인숙 명지대 교수는 여성 학술지인 〈젠더리뷰〉 2007년 겨울호에서 “어떤 식으로든 여성계에서 징병제와 관련해 적극적 응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 여성계 대처 방향=군가산점제를 둘러싼 역풍의 실체와 문제점을 분석해 효과적인 사회적 설득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상수 연구위원은 “군가산점제에 대한 대안 제시에는 여성계가 더 적극적이었다”며 “여성이 남성에게 주어지는 정당한 보상을 빼앗아 상실감을 안겨주는 적대적인 대상이 아니라, 남성 다수에게 혜택이 가는 실질적인 보상 대안을 가장 적극적으로 마련해주려는 주체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인숙 명지대 교수는 여성 학술지인 〈젠더리뷰〉 2007년 겨울호에서 “어떤 식으로든 여성계에서 징병제와 관련해 적극적 응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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