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등록부’ 개인정보 노출 심하다
입양·이혼 등 민감 사항 드러나
현재-과거 나눈 ‘변동기록부’ 필요
이유없는 발급 요구 관행도 없애야
여성민우회 등 공론화 나서기로
현재-과거 나눈 ‘변동기록부’ 필요
이유없는 발급 요구 관행도 없애야
여성민우회 등 공론화 나서기로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인 가족관계등록법이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개인정보 노출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족관계등록부는 목적별로 총 5개의 증명서(가족관계증명서, 개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로 나누어 발급된다. 과거 호적등본의 경우 모든 가족의 개인신상정보가 한꺼번에 드러난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처다. 또한 과거에는 본적만 알면 누구나 다른 사람의 호적등본을 뗄 수 있었지만, 가족관계등록부는 본인과 배우자 및 직계혈족만 발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신상정보가 담기는 ‘개인증명서’에 입양기록은 물론 이혼 등으로 인한 친권 변경 기록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3월은 입학과 취업으로 인해 갖가지 증명서류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3월 한달간 가족관계등록부로 인한 권리침해 사례를 수집 중인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김홍미리 활동가는 “입양 기록, 혼인 기록, 과다한 정보 요구 사례 등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한 취업준비생의 경우 “회사에서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져오라고 하는데 보수적인 회사라 친권 변경 기록이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염려된다”며 친권 기록 없이 기본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는지 문의하기도 했다.
김홍미리 활동가는 “이혼과 미혼모, 입양에 대한 편견이 깊은 사회에서 생기는 부담감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의 경우 입양 당사자 본인도 성년 전에는 뗄 수 없게 하는데, 일반 입양의 경우에는 기본증명서부터 바로 드러나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조숙현 변호사는 “원래 호적에도 친권 변경이나 입양 기록 등은 다 나와 있는 사항이었다”며 “그런 호적을 대신해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가족관계등록부가 막상 현재 상황과 변동 상황을 분리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가족관계나 현재의 혼인 상황만을 알려주는 기록부를 원 기록부와 별도로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주거상황을 알려주는 주민등록등본과, 주거 변동경력까지 알려주는 주민등록초본에 차이를 두는 것처럼 ‘변동기록부’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배현태 홍보심의관은 “본인과 가족만 뗄 수 있어서 개인 정보 노출을 최소화한데다가, ‘변동기록부’의 경우 반대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으므로 사회적 합의를 거친 뒤 입법으로 해결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여성단체들은 이러한 가족관계등록부의 문제점을 공론화할 태세다. 한국여성민우회는 가족관계등록부 개선을 올해 중점과제로 삼고 개선 캠페인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우선 특별한 이유 없이 기업 등에서 가족관계등록부를 요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우회의 이원형 활동가는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의 정보노출은 거의 호적등본 수준”이라며 “예전에도 취업시 호적까지 요구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필요한 정보를 요구하는 기업 등에 대해 의식 개선 캠페인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은 “이혼 경력이 담긴 혼인관계증명서까지 직장이 함부로 요구할 수 없게 하는 발급기관 용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25일 오전 10시에 인권위원회에서 가족관계등록법의 권리침해 사례발표 및 대안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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