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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완전한 사랑? 안전한 사랑!

등록 2008-03-20 21:15수정 2008-03-20 21:17

김연/소설가
김연/소설가
2050여성살이/

봄이다. 살겠다. 동상은 기본이고 컴퓨터마저 얼어 터져 버리는 곳에 사는지라 오는 봄이 늘 새삼스럽고 고맙다. 새 풀옷에 진주 이슬 신은 봄 처녀가 아니더라도 불어오는 이 봄바람에 몸을 내맡기고 있노라면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주길 바라기 마련이다. 허나, 조심하시라!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사건·사고들 중에도 유별나게 감정이입이 되는 경우가 있다. 피해자가 여성, 내 또래(구체적으로 밝히자면 40대), 내 딸 또래에 같은 지역이라든가 하는 식의 연고까지 섞여 들면 어느 순간 가슴 아픈 사고의 희생자는 내가 되어 있다.

2년 전쯤엔가, 춘천 어름에서 인적 드문 외진 길을 운전하다 범죄의 표적이 되어 희생당한 여성들의 소식을 접하고는 잠을 못 이룬 적이 있다. 길 양쪽이 산과 강으로 막혀 있어 범행 장소로 물색되었다는 그곳은 나도 가끔 혼자서 차를 끌고 갔던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내 집으로 가는 길 또한 구불구불 외진 길이다. 차 한 대 안 다니는 이 길에 누군가 1톤 트럭으로 차를 막고 서면 어쩐다지? 한쪽은 산이 막고 있으니 저 어둠 속 개울가로 차를 몰고 곤두박질쳐야 하나? 뒷좌석에 앉아 휴대전화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저 어린 것이랑? 한동안 집으로 오는 길이 어수선했다.

얼마 전 엄마와 세 딸이 희생당한 사건 또한 그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한 포털사이트 댓글에는 엄마의 행실을 비난하는 글들이 보인다. 남자들이리라. 여자들(로 사료되는)은 말이 없다. 아니, 말을 할 수가 없다. 남성들의 공동 경비구역에 여성들이 어디 감히 희생된 그녀는 바로 나라고 소리칠 수 있겠는가! 나하고 성마저 같은 그 ‘김아무개’ 여인이 지인들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며 들뜬 마음으로 여행 가방을 꾸렸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천하일색 박정금>이란 드라마가 있다. 드라마 광고 포스터에는 검정 가죽 재킷을 입은 멋진 ‘박정금’씨 가슴 위로 ‘아줌마도… 사랑을 원한다!’는 문구가 박혀 있다. 그 옆으로 의사 가운을 입은 남자와 검은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 입은 남자가 있다. 그야말로 ‘돌싱’ 아줌마들의 판타지다. 드라마니깐. 한편으로 <노블리>란 영화가 있다. 애비가 각각 다른 딸들을 키우는 우리의 씩씩한 싱글맘 주인공의 분노와 통곡에, 딸 가진 이 에미도 그만 격하게 동참했었다. 어느 날 제 어린 딸들이 그녀가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왔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아줌마들의 사랑이 현실에서도 드라마처럼 달콤쌉싸름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허나 개그는 개그일 뿐이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그러니 우리 소싯적에 갈고 닦은 수상한 사람 가려내는 매뉴얼을 최대한 상기하며 완전한 사랑까지는 못하더라도 안전한 사랑만이라도 하자.


김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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