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열린 ‘한국·일본·홍콩 싱글맘 포럼’
너나없이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시달려
홀로서기 도울 사회·정서적 기반 호소 “어느 날 보육사로부터 아이에 대해 ‘애정이 부족합니다. 좀더 관심을 보여주세요’란 내용의 편지를 받았어요. 일하느라 아이 보살필 시간이 부족해 고민하던 차라 참 괴로웠어요. 그런데 보육원 아이 엄마들과 원장은 ‘그렇지 않아요. 댁의 아이는 정말 좋은 아이이고 뭐든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라고 말해 줬습니다. 제가 ‘싱글맘’이라는 것을 알고 이해해 줬던 거죠.” 남편의 폭력과 술버릇을 견디다 못해 결혼 3년 만에 이혼했던 마루야마(31·일본)는 홀로 아이를 키워온 지 10년이 넘었다. 이혼 뒤 낯선 환경과 생활에 과식증에 걸릴 만큼 불안하고 두려웠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한부모 가장인 것을 이해하는 주위 사람들과, 같은 한부모 가장들을 만나며 용기와 힘을 얻었다.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아이도 여러 사람의 응원 속에서 마음도 몸도 훌륭히 자랐다고 했다. 마루야마의 이야기에 우리나라와 일본의 ‘싱글맘’들도 너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느 나라에서 살든, 여성 한부모 가장들에게 ‘정서적 지지를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공감하기 때문이었을까? 지난 5일 저녁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는 여성 한부모 가장들이 국경을 넘어 서로의 경험과 감정을 나누는 ‘한국·일본·홍콩 싱글맘 포럼, 싱글맘들의 수다’가 열렸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주관한 행사에는 일본의 여성 한부모 가장들이 모인 ‘싱글 마더스 포럼’과 우리나라의 이혼자 모임인 ‘당나귀’(당당한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임), 홍콩의 가정폭력 피해자 모임인 ‘와(WA)-그룹’ 등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결혼하지 않거나 이혼한 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 한부모 가장들이었다. 20대 초반에 한부모 가장이 됐던 마루야마는 “돈 벌 능력을 익힐 기회가 없었던 탓에, 아이를 키우며 일해도 여간해선 경제적 여건이 나아지지 않는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지적했다. 홍콩 가정폭력 예방기관의 미셸 리 활동가는 “여성 한부모 가장은 가정폭력 피해를 경험한 이들이 많아, 아이들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고 우려했다. 당나귀 회원 임미경(가명)씨는 “아이에게 ‘이혼이 최고의 선택은 아닐 수 있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걸 이야기한 뒤 관계가 훨씬 나아졌다”고 했다. 지역에서 온 여성 한부모 가장 김정연(가명)씨는 “지방에선 가족의 체면 등을 내세워 이혼한 가족 구성원을 따돌리는 경향이 도시 지역보다도 강하다”며 “뿌리를 내리고 사는 지역에서조차 지지를 받을 수 없어서 힘들다”고 말했다. 불충분한 경제력, 자녀와 의사소통의 어려움, 한부모 가장을 보는 왜곡된 시선 등을 두고, 공감대는 국경을 초월해 번지는 듯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여성 한부모 가장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그만큼 ‘정서적 지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김정연씨는 “우리 사회는 한부모 가족을 불완전하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며 “그런 편견이 여성 한부모 가장을 외롭게 만들고 홀로 서기를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아카이시 지에코 일본 싱글 마더스 포럼 이사는 “불쌍한 엄마로 보는 온정주의가 아니라, 뭐든 스스로 할 수 있는 존재로 존중하는 시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 한부모 가장들의 자존감과 자립심을 북돋는 당사자 모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일본 싱글 마더스 포럼이나 우리나라 당나귀 모임은 한부모들 스스로가 정서적 지지 기반을 꾸려내는 사례로 소개됐다. 싱글 마더스 포럼은 <싱글맘 생활 극복 51가지 방법> 등의 책을 내는 등 정보를 알리고 상담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당나귀도 이혼 여성들끼리 정기적으로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눈다. 이날 모임 사회자 변화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시아 싱글맘들은 사회적 편견 같은 공통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서로 용기를 주고받으며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며 “이들의 홀로 서기를 도우려면 더 넓은 사회적 연대와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미리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활동가는 “그동안 여성 한부모 가장, 특히 이혼 당사자들이 사회와 소통할 통로는 거의 없었다”며 “당사자들끼리 서로의 지지 기반이 돼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홀로서기 도울 사회·정서적 기반 호소 “어느 날 보육사로부터 아이에 대해 ‘애정이 부족합니다. 좀더 관심을 보여주세요’란 내용의 편지를 받았어요. 일하느라 아이 보살필 시간이 부족해 고민하던 차라 참 괴로웠어요. 그런데 보육원 아이 엄마들과 원장은 ‘그렇지 않아요. 댁의 아이는 정말 좋은 아이이고 뭐든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라고 말해 줬습니다. 제가 ‘싱글맘’이라는 것을 알고 이해해 줬던 거죠.” 남편의 폭력과 술버릇을 견디다 못해 결혼 3년 만에 이혼했던 마루야마(31·일본)는 홀로 아이를 키워온 지 10년이 넘었다. 이혼 뒤 낯선 환경과 생활에 과식증에 걸릴 만큼 불안하고 두려웠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한부모 가장인 것을 이해하는 주위 사람들과, 같은 한부모 가장들을 만나며 용기와 힘을 얻었다.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아이도 여러 사람의 응원 속에서 마음도 몸도 훌륭히 자랐다고 했다. 마루야마의 이야기에 우리나라와 일본의 ‘싱글맘’들도 너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느 나라에서 살든, 여성 한부모 가장들에게 ‘정서적 지지를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공감하기 때문이었을까? 지난 5일 저녁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는 여성 한부모 가장들이 국경을 넘어 서로의 경험과 감정을 나누는 ‘한국·일본·홍콩 싱글맘 포럼, 싱글맘들의 수다’가 열렸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주관한 행사에는 일본의 여성 한부모 가장들이 모인 ‘싱글 마더스 포럼’과 우리나라의 이혼자 모임인 ‘당나귀’(당당한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임), 홍콩의 가정폭력 피해자 모임인 ‘와(WA)-그룹’ 등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결혼하지 않거나 이혼한 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 한부모 가장들이었다. 20대 초반에 한부모 가장이 됐던 마루야마는 “돈 벌 능력을 익힐 기회가 없었던 탓에, 아이를 키우며 일해도 여간해선 경제적 여건이 나아지지 않는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지적했다. 홍콩 가정폭력 예방기관의 미셸 리 활동가는 “여성 한부모 가장은 가정폭력 피해를 경험한 이들이 많아, 아이들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고 우려했다. 당나귀 회원 임미경(가명)씨는 “아이에게 ‘이혼이 최고의 선택은 아닐 수 있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걸 이야기한 뒤 관계가 훨씬 나아졌다”고 했다. 지역에서 온 여성 한부모 가장 김정연(가명)씨는 “지방에선 가족의 체면 등을 내세워 이혼한 가족 구성원을 따돌리는 경향이 도시 지역보다도 강하다”며 “뿌리를 내리고 사는 지역에서조차 지지를 받을 수 없어서 힘들다”고 말했다. 불충분한 경제력, 자녀와 의사소통의 어려움, 한부모 가장을 보는 왜곡된 시선 등을 두고, 공감대는 국경을 초월해 번지는 듯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여성 한부모 가장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그만큼 ‘정서적 지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김정연씨는 “우리 사회는 한부모 가족을 불완전하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며 “그런 편견이 여성 한부모 가장을 외롭게 만들고 홀로 서기를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아카이시 지에코 일본 싱글 마더스 포럼 이사는 “불쌍한 엄마로 보는 온정주의가 아니라, 뭐든 스스로 할 수 있는 존재로 존중하는 시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 한부모 가장들의 자존감과 자립심을 북돋는 당사자 모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일본 싱글 마더스 포럼이나 우리나라 당나귀 모임은 한부모들 스스로가 정서적 지지 기반을 꾸려내는 사례로 소개됐다. 싱글 마더스 포럼은 <싱글맘 생활 극복 51가지 방법> 등의 책을 내는 등 정보를 알리고 상담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당나귀도 이혼 여성들끼리 정기적으로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눈다. 이날 모임 사회자 변화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시아 싱글맘들은 사회적 편견 같은 공통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서로 용기를 주고받으며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며 “이들의 홀로 서기를 도우려면 더 넓은 사회적 연대와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미리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활동가는 “그동안 여성 한부모 가장, 특히 이혼 당사자들이 사회와 소통할 통로는 거의 없었다”며 “당사자들끼리 서로의 지지 기반이 돼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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