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효경/칼럼니스트
2050여성살이
며칠 전 아는 언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 엄마는 내가 결혼을 못해서 부끄럽대. 나한테 문제가 있어서 남자들이 날 싫어하냐고 물으시더라.” 언니는 매사에 경우 바르고 능력 있고 거기다 예쁘기까지 한 사람이라고 주위 사람들 모두가 칭찬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언니의 부모님은 언니가 스물아홉살인데도 결혼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딸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셨던 것이다.
딸을 생각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런 경우를 보면 참 답답하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혼기를 꽉 채운’ 여자들은 해치워 버려야 하는 짐짝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가는 딸이 단지 결혼을 안 했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에게 부끄러운 존재가 되어 버린다.
평생을 믿고 신뢰하며 함께 걸어갈 동반자를 만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싱글들 중에는 독신인 상태를 고집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 인생을 나누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도 많다. 그런 사람을 좀 빨리 만나기도 하고 더디게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조건 서른 전에는 그 과정을 끝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러나 ‘남들이 이렇게 사니까’만을 생각하고 확신 없이 결혼한 사람들이 나중에 후회하며 불행해지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나는 외롭고 불행한 노처녀 이미지는 그 사람들이 정말로 불행해서라기보다는 주변에서 그녀들이 행복해지는 것을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너에게 문제가 있어서’라고 생각하는데 그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을 리 없다. 결혼을 안 한 것이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당신들의 딸을, 누나를, 손녀를 주눅들게 하기보다 ‘그깟 결혼, 하고 싶을 때 하면 되니까 한번 멋지게 살아 봐라!’라고 밀어줄 수는 없나?
문득 집에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엄마도 내가 부끄러워?’ 우는 소리로 물어보았다. 덜렁이 딸이 사고라도 쳤는지 궁금해진 엄마, ‘갑자기 왜 그러냐?’ 하신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돌아오는 엄마의 대답, “효경아,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먹으면 탈난다.” 정답이다.
우효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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