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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남자끼리도 재밌게 수다 떨어라

등록 2008-10-22 18:31수정 2008-10-22 19:18

우효경/칼럼니스트
우효경/칼럼니스트
2050 여성살이
남자들은 때때로 여자들의 우정을 하찮게 여기는 발언을 한다. “여자들은 시기, 질투가 너무 심해서 진정한 우정이 없어”, “남자 앞에선 우정도 없더라” 등등. 뭐, 연애를 시작하고부터 연락이 끊긴 여자 친구들을 떠올리면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지만. 이런 발언을 하는 남자들은 흔히 말하는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고, 솔로가 될지언정 여자 때문에 우정을 배신하지 않는 그런 가슴 뜨거워지는 진정한 사나이들이다.

하지만 나는 남자들의 강력한 우정에 종종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친구, 형님, 아우가 좋은데 왜 남자들은 정작 자기들끼리 놀면 재미없어하는 걸까? 올여름 남자들끼리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 후배는 헌팅에 실패했다고 일주일을 징징거렸다. 어렵게 시간을 내서 간 거니까 “남자들끼리 재미있게 놀면 되잖아” 했더니, “남자끼리 뭐 하고 놀아요, 재미없게”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는 여자 친구와는 잘 가던 커피숍도 남자들끼리는 절대 안 가고 영화관에 남자 둘이 가는 것만큼 굴욕이 없다고 말한다.

가만히 보면 남자들의 문화는 여자들이 없으면 재미있게 놀지 못하는 문화다. 노래방에서도 노래방 도우미 언니의 도움(?)이 있어야만 재미있게 놀 수 있다니 진정한 우정이 울고 갈 노릇이다. 난생처음 보는 여자에게 돈을 주고 분위기를 띄우게 하지 않으면 재미있게 놀 수 없나? 단란주점에서 여자를 끼고 술을 먹지 않으면 돈독한 우정이 유지되지 않나?

문제는 많은 남자들이 이런 문화를 불편하게 여기는데도 남자라면 응당 이런 놀이 방식을 좋아하는 것처럼 연기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새벽까지 2차, 3차를 달리는 남자 선·후배와 동기들을 보며 ‘남자들은 원래 체질적으로 저런 걸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니 그들도 억지로 끌려가서 술을 마셔야 하는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하고, 여자들이 앞에 있으면 시선 때문에 억지로 더 거칠게 행동하기도 했다. 꼴불견으로 폭탄주를 들이미는 부장이 너무 싫다던 남자 회사원들도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남자의 ‘가오’와 끈끈한 우정이 여러 사람 망친다.

남자들이 찻집에 앉아 몇 시간 동안 재미있게 수다 떠는 법을 알게 된다면, 욕지거리와 담배 연기가 난무하는 피시방에서 나와 맛있는 밥을 남자 친구와 도란도란 먹는 행복을 알게 된다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세상의 문화가 참으로 많이 바뀔 것 같다. 시기와 질투로 범벅이 된 여자들의 얄팍한 우정이라 할지 몰라도 우리끼린 즐겁기만 하다. 여자 없이도 재미나게 노는 법을 알아야 사나이의 진정한 우정이 빛난답니다.

우효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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