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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조성민씨 친권 부활을 보며

등록 2008-11-19 19:39

김연/소설가
김연/소설가
2050 여성살이 /

조성민씨가 성마저 ‘최’인 두 아이에 대해 양육권은 말고 친권만을 새삼스레 주장하고 나섰다.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거의 마주할 일이 없는 ‘친권’이란 법률적 용어가 이렇게도 널리 인구에 회자되는 걸 보고 있노라면 몇 년 전 황아무개 박사를 둘러싸고 ‘진실 논쟁’이 한창이었을 때 ‘줄기세포’가 온 국민의 저녁 밑반찬이었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한다.

이 ‘친권’이란 것이 깜빡이도 켜지 않고 내 인생으로 쑥 들어온 건 이혼 법정에서였다. 우리 부부 앞에 앉은 중년의 남자 판사는 형제애가 참으로 돈독했더랬다. “친권자가 엄마로 돼 있는데 김○○씨는 후회 안 하시겠습니까?” ‘양육권은 줘도 친권까지 주면 안 되지, 이 친구야?’라고 판사는 전남편의 등이라도 쳐 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12년 동안의 결혼 생활을 단 2분 동안 면담으로 마치고 나오면서 궁금해졌다. 과연 대한민국 판사들은 아빠가 친권자로 돼 있는 경우 엄마인 여성에게도 친권 포기에 따른 향후 후회 가능성에 대해 안타까운 눈길로 짚어 주고 있을까?

싱글맘이 되자 후회는 없어도 앞날은 까마득했다. 이 어린게 언제 커서 법적으로 보호자가 필요 없는 열여덟살이 될 것인가. 내게 사고라도 생긴다면 이 어린것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여 딸에게도, 여동생 부부에게도 민방위훈련하듯 시시때때로 주지시켰다. 딸에겐 이모네가 널 돌봐줄 것이다, 여동생에겐 내 딸을 부탁한다. 딸이 어느 정도 세상을 알아 갈 무렵부터는 재산권 교육을 단단히 시켰다. 엄마의 유일한 재산인 이 집은 네 거다. 이거면 대학교육까지는 받을 수 있을 거다 ….

그러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나의 이런 ‘사자새끼 키우기’도 법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이번 조성민씨 친권 부활 사건을 통해 배웠다. 나는 어느 날 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더라도 전남편에게 내 딸의 친권이 돌아가는 건 절대 원치 않는다. 결혼 기간 동안 폭력을 휘두르지도, 가정을 파탄낼 애정 사건을 일으키지도 않았고, 친권마저도 선선히 거저(!) 주었고, 딸과도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지만 말이다. 하물며 ‘셋이 똘똘 뭉쳐’ 잘살아 보겠다고 아이들의 성까지 바꾼 최진실씨의 경우라면! 내 딸의 말을 빌리자면, ‘죽어서도 울고 있을’ 그대여!

재판이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법정 앞에서 피켓시위라도 해야겠군, 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데 이런 나를 비웃듯 벌써 이 싸움판에 뛰어든 용감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조성민 친권반대’ 카페 회원은 1만6천명을 넘어섰고, 지난 주말에는 빗 속에서 카네이션 모임까지 열었다. 나 또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참이다. 이 나라 법이 과연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는지 없는지를.


김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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