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여성

[2050 여성살이]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록 2009-05-06 18:33

김연/소설가
김연/소설가
딸과 내가 텔레비전에 나온다. 교육방송 다큐프라임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세 엄마 가운데 하나로. 난 싱글맘이란 ‘특별한’ 이유로 제작진에게 선택되었다. 첩첩산중 ‘그림 같은’ 집에서 딸과 둘이 사는 싱글맘 소설가! ‘그림’이 되는지라 다큐 출연 제의를 몇 번 받긴 했다. (구체적으로 두 번!) 그때마다 울도 담도 없는 집이 미디어에 노출된다는 게 무서웠고 언론이 휘두르는 권력의 칼날에 베이기라도 할까봐 몸을 사렸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신념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우리의 조 피디’만큼 날 붙잡질 않았다는 게 고사의 변이다.

사는 게 그렇지만 지난가을도 무척 힘들었다. 바닥난 인간관계에 나의 오른쪽과 왼쪽을 지켜주던 양쪽 날개마저 먼 이국땅으로 약속이나 한 듯 떠나 버렸다. 외로움을 창작의 열기로 불살라보려 했지만 그조차 쉽질 않았다. 딸과 내가 이곳에서 살아낸 10년 세월을 소설로 쓰고 있었지만 난 여전히 창작의 산고보다 출판의 산고가 힘겨운 비주류 작가. 출연료에 눈이 멀었고, 소설 출판 기회를 ‘방송 출연’이란 미끼로 따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흑심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만들었다.

촬영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곤욕스러웠다. 엄마의 간청에 마지못해 촬영에 동의하긴 했지만 딸은 촬영을 아주 싫어라했다. 먼 후일에는 소중한 너의 기록이자 우리의 애틋한 역사가 되어 있을 거라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사춘기 소녀의 ‘쪽팔림’ 앞에는 속수무책. 딸이 초지일관 싫음을 고수했다면, 난 ‘스톡홀름신드롬’ 증상을 조 피디에게 농담 삼아 호소하는 쪽이었다.

조 피디가 하루하루 일상을 점검하는 게 불편하면서도 재미있었다. 낯선 길에서 헤매다 뒤차 운전자가 기어이 옆으로 따라와 창문을 내리고 고함을 지르는 수모를 같이 겪으며, 애가 이국땅으로 잠시 떠난 날 홀로 된 나와 저녁을 함께 먹으며, 한의원에 침 맞으러 갔다 튼 뱃살을 기어이 촬영한다고 화를 내다, 조 피디님 너무 순진한 거 아니에요라고 카메라 앞에서 소리를 지르다… 미운정 고운정이 들었다. 난소에 달걀만 한 종양이 생겼다는 걸 안 것은 공교롭게도 지난겨울. 혹여 난소암은 아닐까 부들부들 떨고 있을 때 옆에서 괜찮을 거라고 위로해주던 이도 조 피디.

처음 촬영에 임할 땐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리라 작정했다. 딸과 씩씩하게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 모습만. 카메라 앞에서 품위 없이 울고불고 하는 짓은 안 하리라 다짐했건만… 화면에 무장해제된 맨얼굴의 내가 비칠 수 있다면 그건 그동안 친구가 되어준 조 피디를 비롯한 스태프들 덕분이다. 다큐 스태프들의 건투를 빈다!

김연/소설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지금, 한겨레가 필요합니다.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