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연미씨 세번째 개인전 ‘권위주의 저항’ 담아
김연아의 세계 피겨선수권 우승 사진 위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어릴 적 스케이팅을 하는 모습을 오려 붙인 <피겨여왕>(오른쪽 작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옆에 화려한 스티커를 장식해 놓은 <웃음짓게 하는 양복>. 처음 보면 어리둥절하다. 웃는 사람도 있고, 한참을 지켜보는 사람도 있다. “한 남자 작가가 제 작품을 보더니 너무 약하다라고도 얘기하더군요.” 여성주의 인터넷 저널 <일다> 그림판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던 작가 연미(37)씨가 설명을 시작했다.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겠다는 것 자체가 남성적이죠. 현재를 살고 있는 여성으로서, 힘이 있는 것을 쳐서 빼앗는 게 아니라 힘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약할까? 그는 2004년부터 “매일 아침 힘이 있고, 일방적인 사실을 전하는” 신문지를 작업 대상으로 선택했다. 자유롭게 가위와 붓을 댔다. 지난해에는 청와대 근처 삼청동의 한 갤러리에서 ‘안전합니다’라는 제목의 작품전을 열어, 신문에 등장한 이명박 대통령 등 정치인들의 얼굴에 방독면이나 마스크를 덧씌우는 ‘발랄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라 청와대와 경찰이 외벽에 걸린 작품의 철수을 요구한 해프닝까지 있었다. “여자로, 장녀로, 서민으로, 한국인으로 살면서 일반적인 차원에서 권위를 무너뜨리는 작업이에요.” 그는 세 번째 개인전을 ‘시시한 폭력’이라고 이름 지은 것도 “만화에서 톰이 제리에게 행하는 폭력들을 웃음거리로 만들어 시시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던지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번 작품전은 31일까지 서울 서교동 ‘꽃+인큐베이터’에서 열린다. 23일 오후 5시에는 일다 독자들과 대화의 시간도 마련한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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