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기자가 쓰는 짬짬 혹은 왕창 육아. 김태규 제공
한겨레 특집 | 새로쓰는 육아이야기
아이, 이렇게 키운다!
아이, 이렇게 키운다!
▶ 베이비트리 바로가기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일보 ㄱ 기자. 대형사건이 쏟아지는 사회부 법조팀과 경찰팀, 정치부 정당팀 등을 거치며 치열하게 살았지만, 기자 초년병 시절 그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으니, 그 가슴 아픈 이야기는 7~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아침, 만삭의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 나 배가 아파. 애가 나올 것 같아.” 공교롭게도 그날은 중요한 사건의 수사 발표가 있던 날이었다. “그래? 나 오늘 바쁜데…, 그냥 혼자 가면 안 되냐?” 아내는 진짜로 택시를 잡아타고 혼자 가서 아이를 낳았단다. ㄱ 기자는 술잔을 기울이며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때는 내가 팀에서 막내였고, 그래서 조퇴한다고 말하기도 그랬어. 어쨌든 미안하지.” 그는 그때의 잘못을 조금이나마 만회하려고 매주 출근하는 일요일마다 아들과 아내를 출입처 근처로 불러 점심을 함께 한다고 했다. ‘좋은 아빠’가 되고자 하는 남자 기자에게 결혼 뒤 육아는 걱정거리다. 사회부 법조팀에서 연애를 시작하고, 정치부 정당팀에서 결혼을 한 나도 나쁜 아빠가 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은 충분했다.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나는 2007년 12월 대선, 이듬해 총선을 취재하기 위해 상당 시간을 집 밖에 있었다. 2008년 6월6일 양수가 터진 아내를 병원으로 데리고갔고 이튿날 아이의 탯줄까지 자를 수 있었던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장모님께서 상경하셔서 난산에 지친 딸내미와 핏덩이 같은 외손자를 건사해주셨지만, 언제까지 계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막막한 상황에서 행운이 찾아왔다. 가을 정기인사에서 편집팀으로 발령받은 것이다. 편집기자는 출퇴근 시간이 일정했기에, 그때부터 아이돌보기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세살배기 아이는 내가 아빠인지를 확실히 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글방 이름을 ‘김태규 기자의 짬짬육아’로 정하자 여자 선배들이 “왜 육아를 짬짬이 하느냐”고 농담 섞인 타박을 주었다. 지금이야 나름 ‘왕창육아’를 하고 있지만, 취재 현장으로 다시 나가면 ‘짬짬육아’가 불가피할 것이다. 그때는 양보다 질로 승부하련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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