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행사 전날 “오빠, 바라만 보지말고, 마음대로 해”
경만호(58·사진) 대한적십자사(한적) 부총재가 지난 3~5일 열린 이산가족 2차 상봉 행사를 앞두고 연거푸 성희롱·성차별적인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2차 상봉단 단장을 맡았던 경 부총재는 상봉단이 금강산으로 방북하기 전날인 2일 강원도 속초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상봉단 지원인력 및 기자단 만찬에서 ‘오바마’라는 건배사를 외쳤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요즘 뜨는 건배사”라며 “‘(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 뒤 참석자들 사이에서 “부적절한 발언 아니냐”는 웅성거림이 일었으나, 직접적인 문제제기는 없었다. 경 부총재는 이후에도 “여자는 예쁘기만 하면 된다” 등의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만찬에 참석했던 한 기자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단장인 부총재가 성희롱적 의미의 건배사와 성차별적 발언을 한 것은 상봉 행사 책임자로서의 지위를 망각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만찬에는 통일부 당국자와 한적 관계자, 기자단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기자단이 다음날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경 부총재는 4일 금강산 외금강호텔에 마련된 공동취재단 기자실을 찾아와 “제 말 때문에 상처받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한 식구로 같이 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위해서 그런 건배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종하 한적 총재는 8일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는 기자단의 공식 요청에 대해 “알았다.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경만호 부총재는 지난해 1월 한적 부총재로 선임됐으며,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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