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년째. 직장 때문에 3달 전부터 친정에서 살고 있다. 나는 친정에서 살고, 남편은 주말마다 이곳을 찾으니 ‘주말부부’인 셈인가. 그래서 주말이면 우리 집에선 사위가 장인·장모와 함께 교회에 가고, 장도 함께 본다.
옛말에 ‘겉보리 서 말만 있어도 처가살이는 안 한다’고 했는데, 이제 사위들의 처가살이에 대한 의식도 크게 바뀐 듯하다. 처가와 뒷간은 가까울수록 좋은 시대가 됐다. 맞벌이가 늘면서 육아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처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핵가족화로 사위가 처가부모를 부양하는 등 사회구조와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처가살이’도 늘고 있다.
‘처가살이’는 그늘도 있다. 장모가 부부 사이에 끼어들면서 장모-사위 사이에 벌어지는 ‘역고부갈등’이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남편이 ‘처가살이’에 대해 크게 불만이 없었던 건 주말에만 장인 장모와 생활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였다. 맞벌이를 해야하는 처지에서 처가 가까이 있으면 육아 문제를 포함해 여러모로 편리할 거란 나름의 계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딸에 대해 애착이 큰 엄마가 집 장만을 못한 사위에게 은근히 스트레스를 주면서 2개월도 지나지 않아 엄마와 남편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장모와 사위 사이의 갈등은 우리 사회에 팽배한 고부갈등과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면 경제력을 상실했거나 경제력이 부족해 무시당하는 사위들의 처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들을 낳지 못해 구박받거나 혼수가 적어 소박당하는 며느리들의 과거와 맞닿아 있는 꼴인데, 고부갈등의 원인 제공자로 못된 시어머니가 부각되듯이 장모-사위의 갈등에서는 드센 장모가 악역으로 비치는 것도 비슷하다.
겉으로만 보면 오늘날 장모는 ‘딸 가진 죄인’에서 부부갈등의 ‘최종 심판자’로 대변신중이다. 하지만 장모-사위 갈등의 책임을 단순히 ‘막강해진 장모의 입김’만으로 보는 건 무리다. 갈등이 생길 때 장모도 사위만큼, 아니 때로는 더욱 큰 상처를 받는다. 사위를 아들처럼 여겨 솔직하게 이야기했는데 그것을 옹졸하게 받아넘긴다고 속상해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가운데 낀 나는 여간 난처한 것이 아니다.
장모와 사위의 갈등은 단순히 힘의 역학관계로만 판단하기 어렵다. 양성평등의 확산 과정에서 나타나는 세대간 가치관의 충돌이라고나 할까. 가부장적이고 획일적인 가족문화가 바뀌면서 장모와 사위 간의 갈등과 같은 새로운 갈등 양상들이 더욱 가지를 뻗어나갈 텐데, 앞으로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가족간의 다양한 가치관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게 더욱 중요해질 듯하다.
이은하/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anti0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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