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한부모 가족 지원 위해
이행관리기관 설립 준비 밝혀
법률상담부터 제재까지 서비스
“취지 좋지만 현행법 위반 우려도”
이행관리기관 설립 준비 밝혀
법률상담부터 제재까지 서비스
“취지 좋지만 현행법 위반 우려도”
이혼 뒤 전 배우자가 주지 않는 자녀 양육비를 대신 받아주는 공공기관이 설립된다. 딱한 처지의 한부모 가정에 국가가 직접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사실상의 채권추심업을 할 수 있느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11일 한부모 가족을 위한 양육비 이행관리기관 설립 등의 내용을 담은 ‘2014년도 업무추진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내년에 설립되는 양육비 이행관리기관은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 가정의 양육부모가 지원 신청을 하면 법률상담과 함께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 배우자에게 관련 사실을 통보하는 한편 신청인에게 양육비 긴급지원 등을 하는 ‘원스톱 서비스 기관’으로,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특히 이 기관에는 양육비를 계속 지급하지 않는 전 배우자의 소재를 확인하고, 조사관을 보내 직접 질문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진다. 금융기관에 해당자의 예금 등 재산을 조회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예금이나 세금 환급금 등을 압류하는 방식으로 양육비를 대신 받아주겠다는 게 여성가족부의 설명이다. 여성가족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양육비 이행확보 지원기관 설치에 관한 법’ 통과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2012년 전국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홀로 자녀를 키우는 이혼남녀 가운데 전 배우자에게서 단 한차례도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한 이가 전체의 83%에 이르렀다. 반면 자녀 양육비 청구소송을 제기한 이는 이 가운데 4.6%에 그쳤다.
현행법에서는 전 배우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가정법원에 양육비 청구·이행확보 소송을 내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소송 절차가 번거로워 한부모 가족 부모들이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관 설립의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이 기관의 성격이 현행 법체계를 벗어나는데다 결국 채권추심 기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전병욱 대한법률구조공단 발전기획팀장은 “국가가 채권추심회사도 아니고, 수사기관도 영장 받아서 조사하는 개인정보를 행정기관이 과도하게 집행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한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가족법팀장도 “양육비 문제는 기본적으로 사인간의 채권·채무관계인데 국가가 대신 나서서 돈 받아주는 일을 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를테면 쌍용차의 경우 부당해고 판정이 나도 임금을 안 주고 버티는데, 양육비와 마찬가지로 생존과 직결된 임금은 왜 (국가가) 안 받아주느냐는 식의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동혁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장은 “금융정보 등의 개인정보는 본인 동의를 받아야 제공할 수 있고, 동의를 안 할 경우 법원에 요청해 진행하도록 부처간 협의가 됐다. 전혀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좀더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송다영 인천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아동권을 위해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부당하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선 사후 철저히 조사해서 징수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아동도, 양육비를 부담하는 당사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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