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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단독] 법의학 권위자 “돈 있으면 집어가듯, 야한 옷 입으면 성폭행”

등록 2014-05-27 13:43수정 2014-06-03 00:12

이윤성 교수, 양성평등원 특강에서 ‘성폭행 정당화’ 발언 파문
이 교수 “팩트에 근거한 이야기…수치심 느꼈다면 할 말 없어”
이윤성 서울대 의대 교수
이윤성 서울대 의대 교수
법의학 권위자인 이윤성 서울대 의대 교수가 “여자들이 야한 옷을 입고 다니면 성폭행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교수는 “성폭행은 100% 남성들이 한다. 남자들은 씨를 뿌려 거기에서 건강하고 대를 이을 자손이 필요해서 그렇다”며 생리학을 명분 삼아 사실상 성폭행을 정당화하는 듯한 말도 했다.

이윤성 교수의 이런 발언은 지난해 12월4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 전문강사 위촉식 때 ‘성폭력에 관한 법의학적 이야기’라는 주제로 한시간 동안 진행한 특강에서 나왔다. 당시 특강을 들은 양평원 위촉강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교수는 “길거리에 돈이 있으면 집어 가는 사람이 있듯 여자들이 야한 옷을 입고 다니면 성폭행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거나 “나는 예쁜 꽃 보는 것을 좋아한다. 지하철을 탔는데 속이 드러나는 팬티 같은 옷을 입고 섹시하게 차려입은 예쁜 여자애들을 보면 내가 봐야겠나, 보지 말아야 하나. 섹시하게 봐달라고 입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슬럿워크’ 시위 참가자들이 2011년 7월16일 펼침막과 손팻말을 들고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슬럿워크는 여성들이 옷을 단정하게 입어야 성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시각에 항의하기 위해 몸에 꽉 끼거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벌이는 거리 시위다. 이날 참가자들은 서울 광화문 원표공원에서 대한문을 거쳐 홍익대 앞까지 행진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슬럿워크’ 시위 참가자들이 2011년 7월16일 펼침막과 손팻말을 들고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슬럿워크는 여성들이 옷을 단정하게 입어야 성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시각에 항의하기 위해 몸에 꽉 끼거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벌이는 거리 시위다. 이날 참가자들은 서울 광화문 원표공원에서 대한문을 거쳐 홍익대 앞까지 행진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이 교수의 특강을 들은 남성 위촉강사 정재훈(46)씨는 “여성을 떨어진 돈에 비유하는 것을 비롯해 성폭행 피해자 유발론을 거듭 얘기했다. 여성 강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남자들의 한계는 저 정도’라고 얘기해 같은 남성 강사로서 수치스러웠다”고 말했다. 또다른 참석자 ㅇ씨는 “이 교수가 인도에서 성폭행당한 한국인 여학생 사건까지 거론하며 ‘여성의 야한 옷차림이 문제’라는 식으로 말한 부분에 특히 화가 났다”고 말했다.

함께 특강을 들은 황정현(51)씨는 닷새 뒤인 12월9일 양평원에 진정서를 내어 이 교수와 양평원의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양평원은 “불쾌함에 대해서는 사과드립니다”라면서도 “우리 사회의 다른 시각과 입장이 존재하고 이 부분에 대해 양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여러분들과 진흥원이 함께 노력해 가야 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라는 내용의 전자우편 답신을 참석자들한테 보냈다. 황씨는 “양심의 문제라고 생각해 뒤늦게나마 언론에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런 얘길 했냐 안 했냐고 묻는다면 안 했다 소리는 안 하겠다. 다만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한 사람이 잘못된 건 맞지만 무조건 피해자는 아무런 조심을 안 해도 되고 가해자만 비난해야 할 게 아니라는 전제를 두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자신의 발언은 “왜곡된 성 인식이 아니라 팩트에 근거한 진화심리학에 나온 얘기다. 수치심을 느꼈다면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2012년까지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을 지냈고 현재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연구소 ‘울림’의 권인숙 소장은 27일 “성폭행 가해자는 단순히 야한 옷을 입은 여성이 아니라 성폭행을 하더라도 별문제가 없을 것 같은 취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게 여러 연구에서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양평원의 소극적인 대처도 비판했다. 상담소는 “양평원은 이 교수의 발언을 두둔하며 ‘우리 사회에 다른 시각과 입장이 존재한다’고 했는데, 이 교수의 발언은 다른 시각이 아니라 틀린 시각”이라며 “양평원과 가해자의 좀더 분명한 사과와 반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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