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사진기자 정은진씨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성산동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에서 다음달 15일까지 이곳에서 열리는 ‘콩고의 눈물 2014: 끝나지 않은 전쟁, 마르지 않은 눈물’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짬] ‘콩고 성폭력 사진전’ 여는
정은진 프리랜서 사진기자
정은진 프리랜서 사진기자
성폭력 실상을 세계에 고발
2008년 ‘콩고의 눈물’로 상 받아 정대협의 ‘나비기금’ 현지 전달
“한국과 아프리카 역사는 닮은꼴
위안부 할머니 다큐작업 하고파” 정씨는 2004년부터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 산모 사망률을 다룬 포토스토리로 프랑스의 세계적인 보도사진전 ‘페르피냥 포토페스티벌’에서 케어(CARE)상 그랑프리를 받았다. 이듬해 콩고 성폭력 실상을 고발한 포토스토리 ‘콩고의 눈물’로 페르피냥에서 또 다른 상을 받았다. 지금은 서울에서 외신 전문 프리랜서 사진기자로 일하며 <뉴욕 타임스>, <타임> 등에 기고한다. 2012년 콩고에서 발생한 성폭력은 7075건이다. 하루 평균 19건꼴. 정씨는 일반 성폭력과 ‘전쟁무기로서의 성폭력’을 구별했다. “전쟁 성폭력은 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전술로 여성이 이용된다는 점에서 ‘전쟁무기’다. 생후 11개월 아기부터 60살이 넘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대상의 나이와 상관없이 성폭력이 자행된다. 그 집안의 가장은 딸과 부인뿐만 아니라 어머니까지 성폭력을 당한다면 큰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된다.” 잔인하게 여성을 성폭행할수록 관련된 남성들은 심리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효과적인 심리전을 수행하는 데 여성이 동원되는 것이다. 끔찍하면 끔찍할수록 효과가 크다. 정씨한테 듣는 콩고의 성폭행 양상은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다. 가해 남성은 성폭행을 한 뒤 나뭇가지나 꼬챙이 등으로 여성의 생식기를 추가 훼손한다. 피해 여성은 제3의 누관(漏管)인 ‘피스툴라’(fistula)가 생겨 대소변을 조절할 수 없게 되고 심한 악취로 집에서 쫓겨나거나 남편이 도망간다. 임신도 할 수 없게 된다. 정씨는 이번 작업 소개글에서 “분쟁에서 군인보다 여자로 산다는 것이 더 위험하게 된 일일지도 모른다”는 현지 유엔 평화유지군 사령관을 지낸 파트릭 카마르트의 말을 인용했다. 정씨가 본 콩고에서의 성폭력은 장기적 관점에서 ‘인종청소’와 다를 게 없다. 한 인간과 가족을 파멸시키고 재생산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인종청소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정씨는 “피스툴라 복원 수술을 하는 병원은 성폭행 피해 여성들로 꽉 차 있다”고 전했다. 이는 2008년 콩고에 다녀온 뒤 정씨가 펴낸 책 <내 이름은 ‘눈물’입니다>(웅진지식하우스 펴냄)에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정씨가 지난달 콩고를 방문한 데에는 후속 취재보다도 더 큰 목적이 있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나비 기금’을 콩고 여성들에게 전달했다. 나비 기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한테서 법적 배상을 받으면 그 배상금을 전액 전쟁 중 피해 입은 여성들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 2012년 발족됐다. 할머니들과 시민들이 모은 기금 2800달러는 각각 피스툴라 복원 수술 비용 및 성폭행 피해 여성들의 식비와 활동비·교통비 등에 나눠 쓰였다. 콩고 동북부 지역에서 피스툴라 복원 수술을 하는 병원은 네 곳으로 전액 국제사회의 지원금과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정씨는 “수술 비용을 지원하면 즉각 효과가 나타난다. 피스툴라 수술이 한 건당 300달러가 드는데 케셰로 병원에 600달러를 지원했으니 피해자 두 명이 나비 기금 덕분에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아프리카 취재를 통해 한국의 과거를 봤다. “한국과 아프리카의 역사가 닮아 있다. 우리도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지배를 받고 여성들이 위안부로 동원돼 전시 성노예 생활을 했다. 독재 정치를 겪은 것도 마찬가지다.” 정씨가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진을 함께 전시할 날도 올까? “위안부 생존 할머니들이 워낙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셔서 가능할지 모르겠다. 가능하다면 그분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작업이나 인물사진 작업을 하고 싶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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