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여성

‘위안부 기림비’냐 ‘종군 희생 여성 추모비’냐

등록 2014-08-06 20:07수정 2014-08-06 22:16

국어원, 외교부에 명칭 수정 권고
“위안부 용어 인권 유린 못드러내
기림비, 만행 기린다고 오해 소지”

학계·시민단체 ‘종군’ 용어 난색
“할머니들 성노예 표현도 싫어해”
미국 등 나라밖에서도 ‘위안부 기림비’ 건립이 늘고 있는 가운데 국립국어원(국어원)이 ‘위안부 기림비’라는 명칭을 ‘종군 희생 여성 추모비’로 바꾸자고 외교부에 권고한 사실이 6일 확인됐다. 외교부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고, 관련 학계와 시민단체는 마뜩잖다는 반응이다.

국어원은 지난달 23일 ‘위안부’는 일본군에 의한 인권 유린 등을 명확히 드러내지 못하니 ‘종군 성노예’나 ‘종군 희생 여성’으로, ‘기림비’는 뛰어난 업적이나 위대한 사람을 훌륭하다고 할 때 쓰이므로 ‘추모비’ ‘추념비’ ‘넋 기림비’ 등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고 외교부에 권고했다.

유엔은 일본에 ‘위안부’ 대신 ‘강제 성노예’라고 쓰라고 거듭 권고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성노예’라고 써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학계·시민단체 모두 조심스러운 태도다.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이 원치 않아서다. 서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6일 “‘성노예’가 본질을 잘 드러내긴 하지만 당사자들이 끔찍한 표현이라며 원치 않는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용어는 학계와 시민단체가 합의해 널리 쓰이는 만큼 지금처럼 쓰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관련 법률이 제정된 1993년부터 각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또는 “일본군 ‘위안부’”를 공식 용어로 써왔다.

여성가족부와 외교부는 국어원의 권고에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국어원은 바꿀 수 있는 적합한 언어가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필요하다는 태도다. 김문오 국어원 공공언어과 학예연구관은 “‘위안부’가 역사적 용어인 건 맞지만 광주사태를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고쳤듯 더 적합한 용어로 고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 연구관은 “기림비도 일반인들은 위안부 만행을 기린다는 등의 뜻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국어원이 ‘위안부’의 대체어로 권고한 ‘종군 성노예’의 ‘종군’이란 표현도 논란 대상이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종군’이란 표현이 ‘자발적으로 군을 따르다’는 뜻으로 오인될 수 있다며 이를 쓰지 않고 있다. 이에 국어원 쪽은 “‘종군’은 ‘따르다’는 능동의 의미도 될 수 있지만 끌려간다는 피동도 가능하다. ‘종군’ 뒤에 성노예, 희생 여성이라는 표현이 있어 자발적으로 따른다는 해석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선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팀장은 “‘기린다’는 표현이 할머니들의 용기와 넋, 희생을 기린다는 뜻으로 쓴다는 걸 국어원에 이미 알렸다”며 용어 변경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지금, 한겨레가 필요합니다.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