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정치이론가 오카노 야요(47·국제학)
페미니즘 정치학자 오카노 교수
“도의적 책임 있다면 민주적 절차로
법 만들어 법적 책임까지 다해야”
“도의적 책임 있다면 민주적 절차로
법 만들어 법적 책임까지 다해야”
1991년 8월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공개증언을 하기 전까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과 일본에서 ‘은폐된 역사’였다. 당시 김 할머니의 고발은 일본의 한 정치학도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그날로부터 꼭 23년 만인 14일, 페미니즘 정치이론가 오카노 야요(47·국제학·사진) 도시샤대 교수는 서울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역사인식과 동향을 발표했다.
이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학술심포지엄 ‘전시 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가책임 이행과 시민사회의 역할’에서 주제발표를 앞두고 만난 오카노 교수는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반성하고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단순히 법원의 판단이어서가 아니라 일본 민주주의의 성숙과 직결된 문제라고 짚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이 선거를 하고 의견을 내며 제도를 고쳐 나가는 게 민주주의라고 할 때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면 입법이라는 정치적 과정을 통해 법적 책임까지 다해야 합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이 오늘날 일본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민주주의의 중요한 계기일 수 있다는 뜻이다.
위안부 문제의 민주주의적 해결을 가로막는 배경엔 ‘국가주의’가 있다고 오카노 교수는 짚었다. “1990년대 들어 일본이 국력이 약화됐다고 느끼던 차에 중국과 한국에서 일본의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역사인식을 비판하자 (적잖은) 일본 국민과 정치인들은 ‘역사적 사실’ 또는 ‘여성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힘이 약해서 모욕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는 고노 담화는 ‘일본은 역사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민주적 논의의 출발점이었는데, (아베 정권이) 지금에 와서 담화를 검증하겠다는 것은 국가주의적 태도”라고 덧붙였다.
오카노 교수는 한국 역시 국가주의적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한국의 여성이 외국 남성한테 폭력을 당했다는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인권 문제가 아니라 민족 또는 국가의 수치로 보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와 관련 박물관 건립을 방해한 일부 한국인들을 언급하며 국가주의적 관점은 피해자 인권 중심의 문제 해결엔 도움이 안 된다고 짚었다.
정치인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정치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최대한 많이, 자주 자기 의견을 내는 것”이라고 그는 조언했다. “저도 세미나 발표든 트위터에서든 되도록 의견을 많이 밝히려고 합니다. 트위터에 위안부 관련 글을 쓰면 반대하는 일본의 ‘애국자’라는 사람들이 ‘악플’을 달기도 하지만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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