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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무대 위로 불러낸 ‘성매매 논쟁’

등록 2014-11-11 20:43수정 2014-11-13 10:25

성노동자의 인권을 다룬 연극 <똑바로 나를 보라>의 주인공인 오갱 인권활동가(가명·가운데)와 연극인들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키작은소나무극장’에서 연극의 일부 내용을 연기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성노동자의 인권을 다룬 연극 <똑바로 나를 보라>의 주인공인 오갱 인권활동가(가명·가운데)와 연극인들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키작은소나무극장’에서 연극의 일부 내용을 연기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성노동자 권리 모임 ‘지지’ 연출…제작에 성매매 여성들도 참여
“범죄 아닌 노동” “여성에 대한 신체 폭력” “몸 더럽히는 일”
여성학자·노동운동가·도덕론자, 서로 다른 시각으로 주장
익숙하지만,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가 연극 무대에 올려졌다. 연극은 “성매매 여성들은 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라고 주장한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오정 활동가가 연출을 맡은 <똑바로 나를 보라>가 지난 8~9일 서울 혜화동 대학로 ‘키작은소나무극장’에서 상연됐다. 이른바 ‘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연극은 양심적 병역 거부, 삼성반도체 노동자, 팔레스타인 문제, 형제복지원 사건, 장애인 인권 등을 주제로 오는 15일까지 열리는 제1회 인권연극제 참가 작품이다.

연극에서는 ‘성매매는 범죄가 아니라 노동’이라고 주장하는 성매매 여성 나용자, 이를 반박하는 여성학자, 노동운동가, 성도덕주의자가 대지의 여신 마고 앞에서 각자의 주장을 펼친다. 이 연극은 성노동자에 대한 ‘낙인이 아닌 권리’를 요구한다.

극 전개는 시종일관 팽팽하다. 극 중 여성학자 여남순은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구매자는 여성의 몸을 사 자신의 욕구를 채우고 폭력을 행사한다.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폭력”이라고 주장한다. 성도덕주의자 오사랑은 나용자에게 “연인과 사랑을 나눠야 할 몸이고, 아이도 낳아야 하는 소중한 몸인데 아무한테나 몸을 팔 수 있냐. 자신을 더럽히고 학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나용자는 “나는 몸을 파는 게 아니라 성서비스를 판다. 사랑과는 관련 없다”며 도덕적 비난에 맞서 성매매 여성의 ‘노동자성’을 주장한다.

마고 앞에서 이들이 논쟁을 벌이는 이유는 성매매특별법 때문이다. ‘지지’는 시행 10년째인 이 법이 성매매를 음성화했을 뿐 효과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오히려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이 더욱 위태로워졌다고 주장한다. 오정 활동가는 “성노동자를 구제하고자 만든 법이 이들을 범죄자로 보기 때문에 부당한 피해를 당해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고 했다. 마고 역을 맡은 아란 활동가는 “성을 신성화하면 성매매는 비도덕적이고 노동의 영역에 포함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성은 신성하지 않다. 사회가 성을 신성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지지는 성매매의 비범죄화를 주장한다. 나용자 역의 오갱 활동가는 “성산업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를 범죄로 치부하면 성노동자들은 점점 더 보호받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지지는 2009년 결성됐다. <똑바로 나를 보라>는 이들이 직접 연출·연기까지 해낸 첫 작품이다. 극본은 실제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로 구성했다. 제작에는 성매매 여성도 참여했다고 한다. 오정 활동가는 “성노동자들의 자립을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그들은 이미 자립해 있고 구제받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가정주부가 남편에게 성노동을 하고 생활비를 받는 것과 성노동자가 성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은 상대가 한 명이냐 다수냐의 차이일 뿐, 같다”는 등의 대사는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오는 15~16일 오후 4시에도 상연이 예정돼 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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