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형외과의 지하철 광고판. 한겨레 강재훈 선임기자
방송사 누리집서 병원 곧바로 연결
변화된 외모만 공개…고통은 감춰
출연자 “무료라 잘못돼도 말 못해”
변화된 외모만 공개…고통은 감춰
출연자 “무료라 잘못돼도 말 못해”
‘긴 코 오징어녀 프리티걸로 재탄생!’, ‘밥주걱턱 가제트녀 러블리걸로 대변신!’
‘못생기고 뚱뚱한’ 여성의 외모를 바꿔 신데렐라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는 메이크오버(성형수술·다이어트로 출연자의 외모를 변화시키는) 프로그램의 뒷면엔 시청자들이 모르는 협찬과 의료법 위반 소지가 큰 광고, 숨겨진 부작용·고통이 있었다.
12일 한국여성민우회(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일부 케이블텔레비전 방송의 성형수술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제작자·출연자 등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러한 실태를 발표했다.
한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하는 ‘ㄹ’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의 누리집에 들어가면 출연 의사와 병원 이름이 그대로 노출된다. 누리집엔 의사가 직접 상담할 수 있는 게시판도 있고 수술 비용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병원이 이런 홍보 혜택을 누리는 건 무료로 수술을 해주고 일부 협찬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지적이 토론회에서 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선웅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의료법이 금지하는 환자를 유인·알선하는 행위”라고 짚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성형수술에 따르는 부작용이나 고통엔 눈감았다.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의 한 출연자는 민우회와 한 인터뷰에서 “수술을 했는데 코가 비뚤어졌다는 걸 알았지만 무료로 수술을 받은 거니까 재수술해달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방송사 쪽은 출연 계약을 맺을 때 수술 부작용을 책임질 수 없다고 명시했다. 전신 지방흡입수술을 받은 뒤 6개월 동안 압박복을 입어서 ‘타는 듯이 아픈’ 고통을 느낀 출연자도 있었지만, 방송에선 수술 장면과 변화된 외모만 보여줄 뿐 이런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ㄹ’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관계자는 “수술이 무료이고 일부 현금 협찬을 받는 건 맞다. 하지만 프로그램 누리집 게시판은 시청자들이 의료와 관련한 고민을 올리는 곳일 뿐 우리가 수수료를 받고 알선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성형외과 광고.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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