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갇힌 여자들> 펴낸 곽배희 가법 소장 인터뷰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 텔레비전 여성문제 토론회의 단골 출연자이자 아침 주부 프로그램에서 흥분하는 법 없이 소신껏 여성의 목소리를 내왔던 그가 최근 <결혼에 갇힌 여자들>(친구미디어)이란 책을 냈다. 책에서 그는 지난 1973년부터 지금까지 ‘결혼에 갇혀 고통받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가족 문제는 인류가 혼인이라는 제도를 통해 가족을 형성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문제의 불씨를 안고 있었던 거라고 봐야 할 거예요. 예전에도, 지금도, 행복하든, 불행하든, 누구나 결혼에 갇혀 지내긴 마찬가지인 거죠.”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극단적인 평가를 내린다. 호주제 폐지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한쪽에서는 “가정파탄을 조장하고 가족제도를 어지럽혀 여권신장을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라고 하고, ‘이혼숙려제도’의 도입을 주장한다는 까닭에 또 다른 쪽에서는 “보수적인 가족주의자”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가정파탄을 조장한 일도 없고, 보수적인 가족중심주의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상담 경력 30년 동안 자신이 얻은 생각을 외면할 수 없는 경험론자거나,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결혼이 무덤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합리주의자에 가깝다고.
양육·재산 이혼전 협의를
통일 대비 가족법 고치고 북한 상담소 개설했으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정폭력, 고부간 갈등, 대화 부족, 마마보이 남편, 성격 차이 등 상담 내용이 모두 비슷합니다. 이 모두가 이혼 사유는 되지만 이혼에 앞서 세심하게 고려해야 됩니다.” 오랜 가족 상담 경험으로 그가 최근 제안한 일종의 타협책이 바로 ‘이혼숙려기간’이다. 이혼숙려기간은 이혼 전 부부가 결정을 잠시 보류하면서 선택을 준비하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주는 일. 이혼하려는 부부들에게 이혼 자체를 깊이 고민하고 또 아이의 양육권과 재산 등의 문제에 대해 충분히 합의할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그는 자신의 주장에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안다.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거나 행복추구권과 자유에 대한 침해라며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늘 성숙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이들만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이혼 전 아이들의 양육과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연히 충분한 협의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그는 “우리가 왜 사회를 이루어 살고 있는가”를 생각하라고 한다. “보수도 아니고, 자율권 침해도 아니예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개개인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절대 다수를 생각해서 약간의 제재를 가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결혼적령기로 사람을 억압하는 우리 사회의 관습도, 결혼을 기피하는 사회의 “이상기류”도 환영하지 않는다. 다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회의 몫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그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접수되는 연간 13만여 건의 상담이 결혼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법 제도가 얼마나 미비한지를 알려주는 수치라고 여긴다. “국가가 당연히 가정문제에 법률구조를 해야지요. 앞으로 통일이 된 뒤 가족문제를 푸는 것도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통일이 되면 이중결혼, 재산상속의 문제가 파도처럼 밀어닥칠 테니까요.” 아직도 그의 구실은 끝나지 않았다. 당장 가정법률상담소의 건물을 새로 세우는 일도, 통일을 대비한 가족법 개정도, 북쪽에 상담소를 만드는 일도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숙제’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사진 친구미디어제공
30년 동안의 결혼·부부상담을 한 경험을 토대로 <결혼에 갇힌 여자들>이란 책을 낸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 그는 “결혼은 누군가를 억압하는 무덤이 돼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통일 대비 가족법 고치고 북한 상담소 개설했으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정폭력, 고부간 갈등, 대화 부족, 마마보이 남편, 성격 차이 등 상담 내용이 모두 비슷합니다. 이 모두가 이혼 사유는 되지만 이혼에 앞서 세심하게 고려해야 됩니다.” 오랜 가족 상담 경험으로 그가 최근 제안한 일종의 타협책이 바로 ‘이혼숙려기간’이다. 이혼숙려기간은 이혼 전 부부가 결정을 잠시 보류하면서 선택을 준비하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주는 일. 이혼하려는 부부들에게 이혼 자체를 깊이 고민하고 또 아이의 양육권과 재산 등의 문제에 대해 충분히 합의할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그는 자신의 주장에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안다.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거나 행복추구권과 자유에 대한 침해라며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늘 성숙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이들만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이혼 전 아이들의 양육과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연히 충분한 협의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그는 “우리가 왜 사회를 이루어 살고 있는가”를 생각하라고 한다. “보수도 아니고, 자율권 침해도 아니예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개개인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절대 다수를 생각해서 약간의 제재를 가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결혼적령기로 사람을 억압하는 우리 사회의 관습도, 결혼을 기피하는 사회의 “이상기류”도 환영하지 않는다. 다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회의 몫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그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접수되는 연간 13만여 건의 상담이 결혼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법 제도가 얼마나 미비한지를 알려주는 수치라고 여긴다. “국가가 당연히 가정문제에 법률구조를 해야지요. 앞으로 통일이 된 뒤 가족문제를 푸는 것도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통일이 되면 이중결혼, 재산상속의 문제가 파도처럼 밀어닥칠 테니까요.” 아직도 그의 구실은 끝나지 않았다. 당장 가정법률상담소의 건물을 새로 세우는 일도, 통일을 대비한 가족법 개정도, 북쪽에 상담소를 만드는 일도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숙제’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사진 친구미디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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