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는 길에 나비 날개를 단 소녀상이 있더라고요. 뭘까 하고 의아했는데….” 인도 레이디독 대학의 수잔 반다나(25) 부교수는 최근 이화여대 근처 대현문화공원에서 본 ‘평화의 소녀상’의 의미를 전해 듣던 순간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조형물인데, 그 역시 성폭력을 당한 아픔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6일부터 20일까지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아시아-아프리카 여성인재 양성 과정인 ‘이화글로벌 임파워먼트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런 끔찍한 경험은 단 한번으로도 평생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법인데,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상상도 못할 만큼 가슴이 아픕니다.”
그는 고작 5살이었을 때 친할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어린 나이였어도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할아버지의 행동이 잘못된 행동인지, 성적 학대인지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7년 만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말만 돌아왔다.
이 때문에 그는 아픔을 삼키고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이 경험은 훗날 여성을 상대로 한 교육에 앞장서게 된 계기가 됐다.
레이디독 대학에서 학부 과정을 마친 그는 인도 멥코 슐렝크 공과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거쳐 2013년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경영학과 부교수가 됐다. 인도에서는 교육당국이 주관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부교수에 임용될 수 있다. 그의 전공은 경영학이지만 레이디독 대학에서는 모든 재직 교수들이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쳐 전공 수업과 별도로 여성학도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그는 특히 단순히 여성학 수업을 맡는 데 그치지 않고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학내에서 제자들과 함께 다양한 여성 인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직접 만든 여학생 모임에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법률 상담을 하고 수사기관과의 연계를 도왔다.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성폭력 근절 캠페인도 벌였다. 그는 “인도에서는 아직도 수많은 여성이 성폭력을 당하고도 수사기관에 알리지 못한 채 스스로 고통을 감내한다”며 “제자들에게 ‘피해를 봤을 때 침묵하지 말고 당당히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잔 반다나 부교수는 14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 참여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사과·배상 촉구 목소리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