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가 20일 여성가족부가 주는 ‘제2회 공공기관 성희롱예방 대상’에서 대상을 받게 되면서 성희롱을 둘러싼 서울대학교의 ‘두 얼굴’이 논란 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 상은 여성가족부가 성희롱 방지 조처에 탁월한 우수성을 보였다고 판단하는 기관에 수여하는 것이다. 이번 대상 기관은 지난해 예방교육을 실시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각급학교, 공직유관단체 가운데 추진 실적을 여성가족부에 제출한 기관 전체다. 대상 기관이 모두 1만1천415개나 되니, 수상 기관으로서는 보통 영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영예’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서울대 여성운동·연구모임인 ‘관악여성모임연대’가 지난 1학기 서울대 교수의 언어 성폭력 사례를 수집해 펴낸 <으랏차차! 강의실 뒤집기>라는 소책자에 서울대 성희롱 예방조처의 `우수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사례들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 책자에는 ‘가슴이 작은 여자는 브래지어가 필요없다’, ‘김태희는 비싸다’, ‘처녀라는 명성을 믿고 같이 잤는데 알고 보니 처녀가 아니었을 경우, 그 명성을 믿은 사람을 보호하려는 것이 상표법이다’ 등 학생들이 체험한 교수의 성차별·성폭력적 언사들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이번 수상의 역설적인 면모는 그 뿐 아니다.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의 법적 근거는 바로 남녀고용평등법과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이기 때문이다. 이 법률들은 지난 90년대 초 성희롱을 사회적으로 의제화한 이른바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신교수 성희롱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돼 개정됐다. 이 사건으로 ‘직장내 성희롱 예방과 처벌조항’이 새로 만들어졌고, 직장내 성희롱이 여성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박탈하는 심각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됐다.
더구나 20일 이 상을 직접 수상하기로 했던 서울대 정운찬 총장 역시 ‘부적절한 발언’으로 여러차례 물의를 빚었던 곤혹스런 경험이 있다. 지난 2002년 10월 당시 한 총장은 여성부 한명숙 장관 면담에서 신교수 성희롱 사건을 언급하며 “재계약에서 탈락한 우 조교의 앙심에서 비롯돼 억울한 사람을 매장한 사건이었으며, 당시 우 조교를 지원한 여성운동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 총장은 그 뒤 여성단체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성희롱 방지 조치를 약속한 바 있다. 정 총장의 ‘수난’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2003년 10월에는 정 총장이 간호사들을 폭행, 성희롱해 징계를 받은 이아무개 당시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의 병원 겸직을 허가하겠다고 밝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이 교수를 찾는 환자들의 진료받을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고, 지난해 이 교수는 분당 서울대병원 비뇨기과에 복직했다.
19일 여성가족부의 대상 수상소식을 전해들은 서울대학교병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서울대가 이 상의 적임자인지 언뜻 의문이 든다”며 “(성희롱 당사자인) 이 교수는 학교가 자체 실시하고 있다는 재발 방지를 위한 가해자 교육 프로그램을 듣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서울대는 성희롱 재발 방지를 위한 가해자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5명을 대상으로 회당 1시간씩 총 25회 1대1 개별교육을 실시했다고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이번 수상에 대해 서울대의 성희롱 방지교육에 대한 노력은 노력대로 인정해주되, 교육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좀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단순히 교육 대상자의 머릿수만 셀 것이 아니라 성희롱 예방교육의 내용을 좀더 내실있게 고민해야 한다”며 “총장과 이사장 등을 포함해 성희롱 예방교육을 해 책임감 있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상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듭되자 19일 저녁, 정운찬 총장은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에 수상식 불참 의사를 전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급한 일로 총장의 직접 참석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불참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겨레> 문화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19일 여성가족부의 대상 수상소식을 전해들은 서울대학교병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서울대가 이 상의 적임자인지 언뜻 의문이 든다”며 “(성희롱 당사자인) 이 교수는 학교가 자체 실시하고 있다는 재발 방지를 위한 가해자 교육 프로그램을 듣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서울대는 성희롱 재발 방지를 위한 가해자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5명을 대상으로 회당 1시간씩 총 25회 1대1 개별교육을 실시했다고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이번 수상에 대해 서울대의 성희롱 방지교육에 대한 노력은 노력대로 인정해주되, 교육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좀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단순히 교육 대상자의 머릿수만 셀 것이 아니라 성희롱 예방교육의 내용을 좀더 내실있게 고민해야 한다”며 “총장과 이사장 등을 포함해 성희롱 예방교육을 해 책임감 있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상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듭되자 19일 저녁, 정운찬 총장은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에 수상식 불참 의사를 전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급한 일로 총장의 직접 참석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불참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겨레> 문화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