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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20대 여성 ‘조용한 학살’ 첫 대책이 나왔다

등록 2020-11-30 17:18수정 2020-12-02 11:19

총리 주재 자살예방정책위원회
코로나 후 자살률 급증한 청년층
처음으로 ‘위험군’ 포함시켜 논의
경단녀·프리랜서 취업 지원하고
전문기관 상담·돌봄 서비스 강화

학교선 생명 교육 의무화시키고
연예인엔 비공개 심리 상담 확대
젠더 미디어 <슬랩> ‘조용한 학살이 다시 시작됐다’ 영상 갈무리
젠더 미디어 <슬랩> ‘조용한 학살이 다시 시작됐다’ 영상 갈무리

“얘들아 우리 죽지 말자.” “같이 열심히 살아남아요!” “여성을 위한 국가는 과연 어디 있을까요?”

코로나19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20대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한겨레> 젠더 미디어 ‘슬랩’의 ‘조용한 학살이 다시 시작됐다’ 유튜브 콘텐츠에 달린 2600여개 댓글 중 일부다.

정부가 그동안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하지 않았던 2030 여성을 처음으로 자살 위험군에 포함시켜 범정부 차원의 예방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연예인 자살을 막기 위한 비공개 심리상담도 확대하기로 했다.

30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서는 이전에 다뤄지지 않았던 2030 여성의 자살 대책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11개 정부기관이 참여하는 자살예방정책위원회는 지난해 9월 출범 뒤 두차례 회의에서 주로 지역사회의 자살예방 지원체계 구축 방안을 논의했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코로나19 대응 자살예방 강화대책’과 더불어 최근 자살률이 눈에 띄게 급증한 2030 여성의 자살예방 대책이 주요하게 논의됐다. 여가부 관계자는 “최근 언론에서 청년 여성들의 자살률 급등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올 상반기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해본 결과 실제로 젊은 여성의 자살률이 크게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와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했다. 앞서 슬랩이 지난 12일 공개한 ‘조용한 학살’ 편은 급증하는 20대 여성의 자살률을 다뤄 14만여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적잖은 반향을 얻었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지난해 20대 여성 자살률은 전년 대비 25.5% 늘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8월 자살을 시도한 20대 여성은 전체 자살 시도자의 32.1%로 전 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위원회는 최근 2030 여성 자살률 급증의 원인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 △경제적 취약계층으로서 고용불안 △돌봄 부담 누적 등을 꼽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여성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여성 취업자 수는 1158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만3000명(2.4%포인트)이 줄었다. 이는 남성 취업자 수 감소 폭(10만9000명, 0.7%포인트)보다 3배가량 높은 수치다.

정부는 ‘20·30대 위기 여성 종합 지원 프로그램’을 꾸려 그동안 산발적으로 운영되던 청년 여성, 경력단절 여성 등을 위한 취업 지원 제도, 1인가구를 위한 사회관계망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합해 관리하기로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최근 어려움을 겪는 청년 여성이나 프리랜서 등을 관심을 갖고 발굴해서 이들에게 맞는 직업훈련 과정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새일센터·건강가정지원센터 등 여성·가족 지원기관과 자살예방 전문기관을 연계해 여성 자살예방 상담을 강화하기로 했다. 여성에게 집중된 돌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만 12살 이하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을 대상으로 한 방문 돌봄 서비스인 ‘아이돌봄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청소년에 대해서는 학생 발달단계에 맞는 자살예방 교육을 연간 6시간으로 2시간 확대하고, 교사에게는 ‘생명지킴이 교육’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사회적 영향이 큰 연예인 자살예방 대책도 마련됐다. 민관협의체를 신설해 연예인과 매니저 대상 자살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비공개 심리상담을 확대하기로 했다.

한편 자살예방정책위원회는 2030 여성 외에도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보고 ‘국민-취약계층-고위험군’으로 나눠 자살 위험도에 따른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가 파악한 자살 사망자 수는 9755명(1~9월)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518명 감소한 것이지만, 자살예방 상담전화(1393번) 건수는 6468건(2019년 8월)에서 1만7012건(2020년 8월)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는 ‘코로나 우울’ 관리를 위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상시적으로 정신건강 자가진단을 받을 수 있게 하고, 10년마다 받을 수 있는 우울증 검사를 ‘10년 중 필요할 때 한번’으로 변경해 제때에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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