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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페미니스트 후보’ 이렇게 많은 적 없었다…총 득표율, 미래 정치판 바꿀까

등록 2021-03-31 15:54수정 2021-04-01 09:29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뜨거운 의제로 떠오른 성평등
12명 중 5명. 성평등을 공약 전면에 내세운 후보가 이렇게 많은 적은 없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여파로 치러지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후보들의 성평등 정책 대결이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비록 지지율 1% 미만(리얼미터 기준)의 소수정당·무소속 후보들이지만 이들의 총 득표율에 따라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나서는 주요 후보·정당 공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젊은 정치인들의 새 판, 유권자들의 욕구는 다양하다

기호 6번 신지혜(기본소득당), 8번 오태양(미래당), 11번 김진아(여성의당), 12번 송명숙(진보당), 15번 신지예(무소속·팀서울) 후보가 선보인 정치 비전과 세부 공약은 당의 크기나 지지율로만 평가할 수 없는 의미를 갖는다.

이들은 대체로 성평등, 불평등 해소, 노동권 보장, 기후변화 대응, 성소수자 존중, 동물권 등을 중시하지만 각 후보가 강조하는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연간 기본소득 300만원 지급을 공약한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나섰다. 공직사회 성폭력 근절, 디지털 성범죄 추방, 서울시 성별 임금격차·유리천장 없애기 등을 공약했다. 특히 신 후보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장 예비후보 등록 때에도 서울시내 25곳 보건소에 임신중지 약물(미프진)을 상시 비치하고, 서울시 여성전문 공공병원 설립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신민주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기본소득은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내가 아니라 여성이 자신의 이름으로 받는 복지이기에 가부장제 탈피와 연결된다. 그동안 가정에서 희생했던 여성들이 복지를 누릴 수 있는 한 명의 개인으로 존중받는다는 측면에서 우리 당의 기본소득 정책이 의미있다”고 했다. 지난해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은 세대주가 신청해 지급받는 구조였다. 대부분 남성이 세대주인 상황에서 세대주가 아닌 이들을 배제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차별 없는 서울’을 내세운 송명숙 진보당 후보는 노동권과 젠더 관점을 연결했다. △서울형 직장내 성폭력 피해자 실업수당 지급 △30인 미만 사업장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및 예방교육 의무화 △고용상 차별행위 금지조례에 고용성차별 금지 조항 명시 등을 공약하며 일자리에서의 성평등을 강조했다.

서울시장 후보와 여성안전부시장, 성평등부시장, 성소수자부시장 등 6명의 부시장 후보가 팀으로 출마한 신지예 무소속 후보와 팀서울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권력 분산에 역점을 둔 공약을 제시했다. 이들은 “제왕적 시장의 권력을 나누고 협력하는 정치로 시정을 돌볼 것”이라고 했다. 또 분야별 부시장 자리를 모두 여성으로 채우겠다고 약속했다. 시장 직속 독립기구로 젠더폭력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자치경찰제와 연계한 성폭력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등의 정책을 공약했다.

모든 공약을 전면 여성정책으로 구성한 후보는 김진아 여성의당 후보다. 김 후보는 ‘여자 혼자도 살기 좋은 서울’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여성안전, 주거, 일자리, 의료, 학교폭력 등 5대 공약을 제시했다. 기성 정당이 지금껏 여성 유권자를 위한 공약이라며 육아와 돌봄 등 가정 내 여성을 위한 정책,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를 강조해온 것과 차별화한 지점이다. 김 후보는 정치권 주요 타깃 유권자로 떠오른 적 없는 비혼여성을 위한 정치를 약속했다.

31일 서울 동대문구 선거 관리위원회에서 한 직원이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 투표 용지를 들어 보이고있다. 연합뉴스
31일 서울 동대문구 선거 관리위원회에서 한 직원이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 투표 용지를 들어 보이고있다. 연합뉴스
성소수자 인권을 전면에 내세운 후보도 등장했다. 오태양 미래당 후보는 서울시 전역을 ‘성소수자 자유도시’로 선언하고, 동성결혼 가족 지원조례 제정과 취임 즉시 ‘소수자청’ 신설 등을 약속했다. 오 후보는 성평등을 두 개의 성에 대한 평등이 아닌 모든 성 정체성 존중으로 접근하며 성소수자 정책에서 남다른 우위를 보였다.

이번 선거는 2030세대 젊은 여성이 정치 전면에 나선 점도 특징이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와 진보당 송명숙 후보는 1987년생, 무소속 신지예 후보는 1990년생이다.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와 미래당 오태양 후보는 40대이지만 2030 세대를 타깃 유권자로 삼고 있다.

“합산 10%만 얻어도 유의미” Vs “실질적 힘 아쉬워”

성평등을 전면에 내세운 후보들이 여럿 등장한 것은 긍정할 만하지만,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이번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배경에 성비위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각 정당은 본래 내세운 가치에 성평등을 연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기득권 정당의 여성 정치와는 다른 정치 비전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성평등이란 공통가치로 왜 후보가 여럿이냐 하지만, 그만큼 여성들의 욕구와 열망이 다양함을 나타낸다. 소수정당 합산표가 전체의 10%가량 된다면 기득권 정치판을 흔들 수 있는 수치”라고 덧붙였다.

현실적인 한계도 크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젊은 정치인들이 페미니즘을 내걸고 나오는 현상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지만 하나의 결집된 모습이 아니라 사실상 표가 분산되는 모양새다. 당선 가능성 안에서 미래를 논하기엔 아쉽다”고 했다. 권 대표는 “각 후보가 거대 정당의 주요 후보와 맞붙어 자신의 특징과 색깔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토론회마저 군소후보끼리 따로 한다. 후보들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 기자의 착오로 전체 후보자를 ‘15명’으로 잘못 적어 ‘12명’으로 수정합니다. (4월1일 오전 9시26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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