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미수다’ 출연 던퍼드의 연애의 매너
어느 날 강남의 한 카페에서 한국에서 산 지 5년 정도 된 내 친구를 만났다. 그 날의 화제는 애인끼리의 성관계였다. 내 친구는 자기의 한국인 남자친구가 자신의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너무 애쓴다고 말했다. 문제는 남자친구가 혼자서 애쓰는 것이 답답하고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고맙긴 하지만 아무리 기분 좋게 해줘도 자신을 향한 일방적인 관계가 부담스럽다고 친구는 내게 불평했다. 친구는 서로의 기분을 배려하는 것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기는 보통의 서양 커플들이 그렇듯 자신도 남자친구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싶지만 남자친구에게도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괜찮아! 그냥 내가 다 할께!”.
영어를 가르치는 그 친구는 어느날 회화수업에 들어갔다. 그날따라 수업에 남학생은 없었고 여자들끼리만 수업을 하게 됐다. 수업을 듣는 한국 여성들은 친구가 당황할 정도로 ‘러브 라이프’에 관해 궁금해하며 질문을 해댔다. 그래서 내 친구는 최근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생긴 문제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었던 여성들은 모두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여학생이 “보통 한국 남자들은 그렇게 안해!”라고 말했다. 더 웃긴 것은 다른 여학생들도 모두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다. 내 친구는 다시 한번 놀랐다. “뭐? 농담하지마! 내가 만난 한국 남자친구는 모두 내가 남자친구를 기쁘게 해줄 틈도 없이 오직 나만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데!”
회화수업은 갑자기 ‘100분 토론’으로 바뀌었다. 과연 한국 남자들은 한국 여자와 서양 여자와 관계를 맺을 때 다른 태도일까? 그 이유는 뭘까?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할리우드’라고 입을 모았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서양 여자들이 섹스 마니아로 비춰진다. 실제로 서양에 그런 여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건강하게 서로 즐기는 편이다. 물론 섹스를 부끄러워하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여자도 있다. 결국 모두 한국 남자들이 서양 여자들과 관계할 때 애쓰는 이유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봐온 서양 여자에 대한 잘못된 생각 때문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할리우드 스타일을 모방하려고 한다는 설명이었다. 서양 사람들이 할리우드 영화 속의 동양 여자만 보고 한국 여자가 실제로 섹스를 부끄러워하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서양과 동양은 서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Culprit(범인)는 할리우드였다!
덧붙임 : 어쨌든 내 친구 회화수업의 한국 여학생들은 내 친구를 부러워했다!
루베이다 던포드(Lu-Vada Dunford)/ 캐나다 어학연수생·KBS <미녀들의 수다>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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