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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에 절망합니다

등록 2007-06-27 16:23수정 2007-06-27 17:51

요리의 친구들
요리의 친구들
[매거진 Esc] 요리의 친구들
짚신도 제짝이 있듯 접시도 제짝이 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담는 그릇에 따라 달라 보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식당을 여는 요리사들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접시다. 어떤 접시에 담아야 자신의 요리가 가장 맛있고 정확하게 보일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요리사는 접시를 찾으려고 공방을 헤집고 다니고, 어떤 요리사는 도예를 배우기도 한다.

서울 삼성동에서 프렌치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 셰프는, 아무런 무늬가 없는 새하얀 접시만이 자신의 스테이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얀색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 붉은색 스테이크를 올리고, 베이지색 감자를 곁차림 음식으로 곁들이고, 갈색 소스로 마무리짓는다. 단지 시각적인 문제뿐만은 아니다. 맛과도 직접 관계가 있다. 만약 수프 접시가 축구장처럼 편평하다면?(핥아먹으란 얘긴가?) 스테이크 접시가 오목하다면?(칼질은 포기하고 손으로 뜯어먹으라고?) 모든 접시의 형태는 제각각 이유가 있는 법이다.

얼마전 파주 헤이리의 한 레스토랑으로 파스타를 먹으러 갔다. 꽤 큰 식당이었다. 피자와 파스타가 주요리였는데, 파스타 그릇을 보고는 절망하고 말았다. 토마토소스로 만든 파스타가 움푹 파인 그릇에 수북하게 담겨 있었다. 파스타가 아니라 국수 같았다. 젓가락을 달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새로운 스타일의 파스타를 내보고 싶어서 100일 낮밤을 고민한 흔적의 결과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다. 흥건한 토마토 소스에 절여진 면은 물렁물렁한 우동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듯, 파스타가 움푹 그릇에 빠지면 우동이 된다. 접시가 중요하다.

김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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