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 맛의 제국>에 수록된 노부 레스토랑의 전경 사진. 활기찬 맛이 식당 가득 넘쳐흐르는 듯하다.
[매거진 Esc]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⑧
■ 서비스 정신으로 충만했던 ‘노브’ 매니저 드루 니어퐁을 기억하며
한국도 이젠 식당의 서비스가 많이 좋아졌어요. 내가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물도 계속 시켜야 되고, 와인도 계속 시켜야 했어요. 알아서 서비스해주는 곳이 없었어요. 홀에 웨이터가 한 명도 없을 때도 있어요. 요즘은 좋아졌어요. 웨이터나 홀매니저의 역할은 있는 듯 없는 듯 손님들의 마음을 모두 알아내는 거예요. 좋은 매니저는 절대 눈에 띄지 않아요. 계산대 뒤에서 식당을 지휘해요. 그리고 절대 아는 척하지 않아요. 손님이 물어보기 전에는 지식을 꺼내놓지 않아요. 내가 아는 식당 중 서비스를 제일 잘하던 곳은 뉴욕의 레스토랑 ‘노부’(Nobu)예요.
능력 떨어지면 화장실 앞 자리로
노부의 매니저이자 공동주인인 드루 니어퐁(Drew Nierpont)은 서비스 정신으로 정말 철저한 사람이에요. 매일 영업을 시작하기 전 15분 동안 웨이터들의 전체 모임이 있어요. 홀에서 어제 생겼던 일을 얘기하고 실수한 걸 얘기하고 문제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얘기해요. 그리고 그날의 스페셜 메뉴에 대한 교육을 받고 직접 맛을 봐요. 손님들에게 설명해주려면 메뉴를 잘 알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와인에 대해 공부해요. 소믈리에가 따로 있지만 웨이터들도 와인에 대해 잘 알아야 해요. 좌석이 100개, 150개 되는 식당에서 어떤 손님이 와인에 대해 물어보는데, “잠깐만요, 소믈리에를 불러올게요” 이러면 장사를 못하는 거예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교육이 따로 있어요. 웨이터들은 손님이 자리에 앉는 순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요? 어떻게 서비스를 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아요. 이 손님이 오늘 얼마나 돈을 쓸 것인지를 계산해요. 한 테이블에서 얼마나 팁을 받을 수 있을지 계산해요. 웨이터들은 월급이 따로 없어요. 많이 팔면 팔수록 자신의 팁이 많아지고, 그게 곧 월급이에요. 하지만 좋은 웨이터들은 절대 강요하는 법이 없어요. 손님이 원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메인코스가 끝났다고 식사가 끝나는 게 아니에요. 디저트, 커피, 시가, 리큐어, 팔 게 얼마나 많은데요.
웨이터들은 보통 한 사람이 테이블 3개를 맡아요. 그게 보통이에요. 한 테이블에 3~4명 앉잖아요. 그럼 12명이죠? 테이블 회전이 두 번이라고 치면 25명이에요. 보통 한 사람이 100달러를 쓰는데, 그러면 2500달러죠. 보통 레스토랑의 팁은 15%지만, 노부 같은 곳은 20%까지 기대하기도 해요. 20%를 받으면 500달러예요. 많죠? 하루에 그 정도 벌어요. 좋은 웨이터들은 주방장보다 돈을 더 잘 벌어요.
가장 유능한 웨이터에게 가장 좋은 자리를 맡겨요. 좋은 자리에 앉는 사람들은 대부분 단골이고, 단골이니 좋은 서비스를 받아야 하고, 좋은 서비스를 받으니 팁도 많이 줄 수밖에 없어요. 능력이 떨어지는 웨이터들에겐 좋은 자릴 안 주죠. 화장실 앞, 문 앞 이런 자리밖에 안 줘요. 식당에 손님이 70% 들었는데 누가 화장실 앞에 앉겠어요.
웨이터 하다 배우로 성공한 사람 없어
웨이터가 중요하지만 패셔너블한 식당에서는 배우 지망생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일단 보기가 좋다는 게 있지만 이런 식당들은 오래 못 가요. 얼마 전에 나오미 캠벨이 동료 모델들과 ‘립스틱카페’라는 식당을 열었어요. 2년도 못 가 망했어요. 서비스가 엉망이니까요. 또 <뉴욕타임스>에서 가만있지도 않고….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배우 지망생 웨이터도 문제가 많아요. “난 곧 배우가 될 사람이야. 너희 같은 웨이터와는 달라”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만날 부딪칠 수밖에 없어요. 그런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도 계속 오디션을 봐요. 오랫동안 봐 왔지만 웨이터 하다 배우로 성공했다는 사람 못 봤어요.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웨이터 하다가 할리우드 간 친구 있어요. 나중에 소식을 들었는데 할리우드에서 웨이터 하고 있대요.
정리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사진 디자인하우스 제공

스스무 요나구니
사진 디자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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