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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세계에 체크인 하실래요?

등록 2007-10-03 21:46

호텔의 세계에 체크인 하실래요?
호텔의 세계에 체크인 하실래요?
[매거진 Esc] 닉 히스의 ‘호텔에서 생긴 일’ ①
6개국에서 17년간 호텔리어로 산 사나이, 이방인으로 세계를 여행하다

W서울워커힐호텔 총지배인 닉 히스(Nick Heath)에게는 조국이 없다. 또는, 그의 조국은 5개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24살때 미국의 한 호텔에서 기술 책임자(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로 일하기 시작해, 세계 5개 나라를 옮겨다니며 17년 넘게 호텔리어로 일하고 있다. 그가 지구촌 곳곳에서 근무했던 자취는 영국의 고전소설 <천로역정>을 닮아 있다. 그의 ‘천로역정’은 미국에서 출발해 대만,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방콕을 거쳐 이제 서울에 닿았다. ‘역마살’이란 단어는 그의 태생과도 맞춤하다. 그는 영국 리버풀에서 태어나 사춘기를 아프리카에서 보냈으며 영국에 돌아가 대학을 나온 뒤, 미국에서 첫 직장을 잡았다. 그는 어린 시절 아프리카와 영국을 오가며 살았던 ‘이방인의 삶’이 자신을 세계를 여행하는 호텔리어의 길로 이끌었다고 말한다. 여기 ‘닉 히스 호텔’이 있다. 각각의 객실들은 성공과 실패, 세상과 아시아, 사람과 인생에 대한 추억으로 디자인돼 있다. 이제부터 닉 히스의 룸서비스가 시작된다.

호텔리어 가운데서도 총지배인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리더이자 동시에 경찰같은 존재에요. 구체적인 일정들은 매일 달라지지만, 총지배인은 기본적으로 호텔의 각 기능들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체크하는 보스의 역할을 맡아요.

리버풀과 나이지리아에서의 어린 시절

 닉 히스의 ‘호텔에서 생긴 일’
닉 히스의 ‘호텔에서 생긴 일’
호텔은 살아 숨쉬는 하나의 도시나 마을이에요. 매일매일의 체크인, 빵 굽는 일, 침실 정돈까지 모두가 독특하고 새로운 일들이죠. 그래서 제 일과는 아침 일찍 식당과 로비, 객실 등을 천천히 살펴보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호텔은 앞에서 화려하게 보이는 일보다 뒤에서 안 보이는 준비 작업이 훨씬 비중이 큰 곳이에요. 매일의 아침식사 준비로 시작해 준비, 준비, 준비 …. 대부분의 호텔들은 매일 아침 8시에 아침 회의를 열어요. 회의에서 오늘은 어떤 유명인사가 묵는지, 고객들의 요구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각 부문별 책임자들과 논의하죠. 아침 회의는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주방, 시설, 회계, 인사팀 책임자(시니어 리더 Senior leader)등 8명이 모두 참여해요. 이렇게 꼼꼼하게 회의를 하는 이유는, 호텔은 모든 기능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곳이기 때문이죠. 한 명의 손님이 호텔에 체크인 한 뒤 스파에 가고 그 뒤에 레스토랑이나 바에 가는 모든 동선들이 긴밀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어요. 그걸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제 고향 리버풀 얘기를 꺼내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비틀즈!”를 말하지만, 제게 리버풀은 언제나 엔필드 축구장의 함성으로 기억돼요. 아버지는 제가 열일곱 살 무렵 제 손을 잡고 엔필드 구장에 들어갈 때마다 “바지 끝단을 돌돌 말아올리면 축구 구경에 빠져서 화장실에 못간 사람들이 네 다리에 오줌을 쌀 거다”라고 껄껄 웃으며 겁을 주곤 하셨죠. 그땐 그 말이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몰라요. 사실 전 리버풀에 오래 살지는 않았어요. 아버지는 영국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영국 제약회사에서 근무하셨죠. 1966년 어머니가 저를 임신하셨는데 당시 나이지리아는 내전이 한창이었어요. 아버지는 어머니를 리버풀로 보내셨고 저는 거기서 태어나 겨우 8주만 리버풀의 매캐한 공기를 마셨을 뿐, 내전이 수그러든 나이지리아로 다시 돌아왔죠. 그곳에서 16세까지 살다가 영국 남부로 돌아왔고, 대학에서 기계공학(엔지니어링)을 전공했죠.

심각해 빠진 기술자는 되기 싫었죠

기계공학과 호텔리어. 전혀 어울리지 않죠? 호텔 일을 시작한 건 정말 우연이에요. 대대로 저희 집안엔 엔지니어들이 많았죠. 가족 중에 롤스로이스에서 일한 기술자도 있었어요. 하지만 전 심각해 빠진 기술자는 정말 되고 싶지 않았어요. 대학에서 3년동안 엔지니어를 공부한 뒤 겨우 마지막 시험을 치렀어요. 장래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던 내게 어느 날 학교의 취업 상담 직원이 “미국 하얏트 호텔에 일자리가 있다”고 알려줬죠. 그 말을 듣고 처음 떠오른 생각은 ‘하얏트가 뭐지?’‘호텔은 또 뭐야?’였어요. 그러나 동시에 머릿속 반대쪽에 있던 또 다른 내가 “이건 기회야!”라고 말하기 시작했죠. 1960년대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아프리카에서 살던 시절, 우리 가족들은 모두 국외자로서 사는 게 뭔지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를 나눴죠. 그때부터 전 여행을 동경했죠. 제가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전 주저없이 손을 내밀었고, 1990년 미국으로 건너가 하얏트 호텔에서 시설 책임자로 일하면서 1년반짜리 경영 훈련 프로그램도 수료했죠.

W서울워커힐호텔 총지배인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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