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복궁 바닥은 생김새가 다른 돌들로 반복된다. ‘규칙’과 ‘불규칙’이 어우러져 묘한 긴장감을 준다. 재미가 있다. 그 너머 사람들은 그저 한 점일 뿐이다. 직선으로 이어지는 지붕은 곧 곡선을 만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매거진 Esc]
사진 실력이 쑥쑥 자라나는 촬영지 5곳… 과천 경마장에선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사진 실력이 쑥쑥 자라나는 촬영지 5곳… 과천 경마장에선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과거 아마추어 사진작가 하면 납작모자를 눌러쓴 채 바위 위에 아녀자를 벗겨 놓고 연신 셔터를 누르는 연세 지긋하신 분을 상상하곤 했다. 세월이 흘러 요즘은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많이 늘었다. 더 이상 누드에 집착하지 않는다. 굳이 아마추어 사진작가란 칭호를 붙이지 않더라도 생활 속에서 취미로 사진을 찍는 이들도 많이 늘었다. 새로운 놀이문화를 즐기는 것이다. 새로 구성한 사진 면은 이런 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사진을 자신의 시간 속으로 끌어들이고 가까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좀더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와 사진에 대한 ‘눈’을 제공하고자 한다. 그곳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보는 것’의 즐거움을 만끽하길 바란다.
“어, 사진이 왜 이렇지?” “내가 본 풍경은 이것이 아닌데? 이상하다!”
처음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일이다. 사진을 친구들에게 내어 보일라치면 얼굴이 벌게진다.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순간 비싼 카메라가 부끄럽다. 사진책도 읽어보고 ‘좀 찍는다’는 소리를 듣는 동료에게 물어봐도 실력은 쉽게 늘지 않는다. 반드시 방도가 있을 터인데 말이다.
고궁의 빛에서 ‘노출’의 차이를 확인
사진은 이차원의 세계다. 가로와 세로로 이루어진 평면에 세상에 있는 것들이 담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그 네모 안에 자신만의 느낌과 생각을 넣는다. 해맑은 아이들의 얼굴을 담기도 하고, 전쟁터의 난민들을 찍기도 한다. 사람마다 다르다. 달라서 다른 이의 사진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라도 자랑할 만한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
사진 실력이 쑥쑥 느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진을 많이 찍는 것이다. 하지만 보이는 대로 아무거나 찍기만 한다고 실력이 늘까? 초보자라면 꼭 이곳에 가서 사진을 찍어 보라. 어느새 자신의 사진이 멋지게 변해 있다.
우리나라 고궁은 아름다운 선들이 많은 곳이다. 날렵한 서까래, 이를 이어 만든 지붕들, 규칙적으로 늘어선 돌다리들, 너른 마당과 나무 ….
시각적으로 통일성을 주고자 흔히 사용하는 것이 ‘반복’이다. 같은 느낌의 것을 되풀이해서 프레임에 담으면 한 가지 주제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고궁에서 흔히 담을 수 있는 것들이다. 오로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점과 선, 면이라고 생각하고 고궁의 모습을 찍다 보면 회화에서 말하는 멋진 구도라는 것을 익힐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너른 마당과 고궁의 문에는 드는 빛이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그림자도 따라 변한다. ‘노출’의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그 차이가 사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금세 안다. 보너스로 고궁으로 놀러온 이나 관광을 온 외국인들을 찍으면 조금은 특색 있는 사진을 얻는다.
고궁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면서 여유 있게 사진을 찍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조용하기에 카메라에 담고 싶은 피사체에 끌려가지 않고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들여다보고 있자면 반드시 카메라에 담을 것들이 눈에 띈다. 경복궁·덕수궁·창경궁·종묘 등.
다음으로 능동 어린이대공원이 있다. 대학과 문화센터 등에서 10년 동안 사진 강의를 했던 사진작가 강재훈(48)씨가 주로 학생들과 찾는 곳이다. “그곳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가족이 아닌 사람들을 찍는 것 자체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지요. 어린이대공원은 놀이터가 있고 웃고 떠드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찍는 것은 움직이는 물체를 찍는 훈련이 된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다.
철조망이 엉킨 새장에서 새만 찍기
강 기자가 어린이대공원에서 학생들과 반드시 찾는 곳이 있다. 철조망이 엉켜 있는 새장이다. 그는 그곳에서 학생들에게 주문한다. 새를 찍되 철조망이 나오지 않게 찍는 것이다. 새는 철조망 안에서 걸어다니고 날아다닌다. 사진을 찍을 때 반드시 알아야 하는 ‘피사계 심도’를 공부하는 훌륭한 방법이란다. “어린이대공원의 다른 장점은 철마다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다르다는 겁니다. 서울 시내에 있어 교통도 편리하고 사철 꼬박 챙겨서 사진을 찍느라면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앵글에 담을 수 있습니다. 이곳만 열심히 찍어도 훌륭한 사진을 얻을 수 있지요!”
서교동 홍익대학교 앞에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멋진 장소들이 많다. 이곳은 흔히 색감을 공부하기에 더없이 좋은 거리다. 서울은 잿빛 뿌연 공기를 안고 있다. 황사가 심해진 후로 더욱 그렇다. 빨강·노랑, 회화적인 색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을 만한 곳이 많지 않다.
이른바 ‘홍대앞’이라 하는 거리에는 홍익대학교 학생들이 축제 때마다 거리에 칠한 색들이 있고, 호화스럽거나 우아한 색으로 무장한 카페들도 넘쳐난다. 갈 때마다 색들은 변한다. 유행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그 변화를 카메라에 담는 게 또 다른 즐거움이다. 농도만 다르고 같은 계열인 색깔을 찾아 사진을 찍어보고, 보색만을 찾아 사진을 찍어 보라.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단지 색만으로도 멋진 사진을 만든다.
서울 시내에 있는 공원도 가볼 만한 곳이다. 그중에서 동숭동 낙산공원을 추천한다. 낙산공원은 오래된 골목이 많고 아직도 성곽이 보존되어 있어 묘한 풍경을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그곳을 생활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어 그들이 어우러진 사진은 따스한 느낌을 준다.
특히 이곳은 여럿이 가는 것이 좋다. 뚜벅뚜벅 걸으면서 발품 팔아 사진을 찍고 함께 그곳을 여행했던 사람들과 찍은 사진을 보자.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찾게 된다.
나는 못 보고 그는 본 풍경·표정·건물·골목들 ….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닫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낙산공원은 골목이 많기 때문이다. 넓게 펼쳐져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자신만의 ‘사진 눈’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경동시장이나 시골 닷새장도 강추
마지막으로, 과천 경마장은 특이한 곳이다. 마표를 사는 사람, 경기를 구경하는 데이트족, 돈을 벌려는 사람들, 말과 기수들 …. 다양한 표정과 이야기가 있다. 이곳은 좀더 구체적으로 자신만의 사진 이야기를 만드는 훈련을 하기에 좋다. 이야기를 만들자면 경마장과 그곳을 찾은 사람들을 관찰하고 사진기를 꺼내 찰칵찰칵 사진을 찍어야 한다. 이곳은 한동안 한 대학교 사진학과 저학년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사진을 찍던 곳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경마장 이야기 사진을 만들어 오라는 숙제 때문이었다. 사진 이야기를 만들 만한 곳은 많다. 경동시장이나 재래시장, 시골 닷새장 등도 좋은 곳이다.
사진 기술을 익히고, 나 이외의 모든 것을 바라보는 눈을 기르고, 자주 사진을 찍어보라. 사진은 어느새 삶에 아주 좋은 친구가 될 터이다. 누구라도 좋은 친구를 두려면 그 친구에게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어린 시절 동무와 떡볶이를 함께 먹거나, 강가에서 발가벗고 함께 물장구를 치며 놀던 것처럼 ….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홍익대 앞 거리. 붉은 색 계열 중의 보기 드문 ‘버밀리언 레드’이다. 신기한 색을 렌즈에 담아보자.

낙산공원 골목. 빛에 드러난 화분은 나란히 있어 균형감이 있고 비대칭적으로 휘어진 지붕은 긴장감이 든다.

벽의 색은 갈색계열과 그것과 어울리는 다른 색으로 구성되었다. 그 위에 비치는 저녁 햇살을 조리개를 조여 담았다. 부서지는 빛 때문에 더 효과적인 사진이 되었다.

공원으로 놀러온 연인이 갑작스럽게 ‘뽀뽀’를 한다. 움직이는 것에 초점을 잘 맞추는 훈련을 하면 이런 재미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낙산공원, 흰 벽에 그려진 그림과 그 위에 늘어선 그림자는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낙산공원은 이미 인기장소이다. 지붕의 ‘ㅅ’자와 벽과 문의 직선이 회화적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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