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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이혼전말 중계, 쇼를 치워라

등록 2007-10-31 17:35수정 2007-11-02 15:45

너 어제 그거 봤어?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한국시리즈의 다양한 재미 즐기기와
박철-옥소리 폭로전 보기의 역겨움
‘귀신 제대로 잡으려면 해병대 가고, 짜장면 제대로 먹으려면 당구장 가고, 키스 제대로 하려면 야구장 가라’고 말하는 광고가 있다. 키스하기에도, 춤추기에도, 연예인 보면서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 요즘 야구장이다. 버라이어티쇼보다 재밌었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중계 보기의 즐거움과 반면 요즘 티브이 볼 맛 떨어지게 했던 박철·옥소리 이혼 전말 중계의 지겨움을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조진국씨가 논했다. 21세기에 보는 20세기 드라마 <겨울새> 이야기는 덤이다.

정석희 지난주 가장 재미있었던 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중계였다. 요새 야구 관전은 트렌드가 된 것 같다. 그냥 야구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재미를 즐기러 간다. 중계만 봐도 그 재미와 에너지가 느껴진다.

조진국 영화에서나 보던 로맨틱한 키스타임도 실제로 있던데, 그거 보니까 나도 야구장 가야겠더라.(웃음)

키스타임뿐인가. 댄스타임은 더 재미있다. 옛날 같으면 카메라 비춰도 사람들이 꼼짝도 안 할 텐데 이제는 다들 즐겁게 논다.

댄스타임에 등장했던 노홍철 저질댄스는 인터넷에서도 큰 화제가 됐지.

사뭇 진지해진 여자 연예인의 시구


프로야구 시구는 잘 나가는 연예인임을 인증받는 무대가 됐다.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시구를 한 손담비. 연합뉴스
프로야구 시구는 잘 나가는 연예인임을 인증받는 무대가 됐다.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시구를 한 손담비. 연합뉴스
전에 두산-한화전을 보는데 두산팀 보러 온 김장훈을 전광판이 비춰서 즉흥적인 쇼가 벌어졌다. 그러니까 한화팀이 관중석을 뒤지다가 남희석을 찾아낸 거다. 앉아 있다가 카메라가 압박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 그래서 즉흥적인 배틀이 벌어졌는데 무척 재밌더라.

단순한 경기 중계가 아니라 버라이어티쇼처럼 프로야구가 바뀐 거다.

나 어렸을 적에 여자는 야구장 입장료가 공짜였다. 동대문구장 같은데. 여자 관객이 그만큼 없었던 거지. 프로야구가 스포츠 이상의 엔터테인먼트가 된 데는 여자 관객들이 늘어난 이유가 큰 것 같다. 데이트하기도 좋고 룰을 몰라도 지루하지 않으니까 소풍 가듯 운동장에 간다.

그런데 시구는 여자 연예인들만 하던데, 규칙이 있나?

아니다. 처음에는 남자 관전객을 위한 서비스였겠지. 그래서 뭐 저런 쇼를 하나 싶었는데 시구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초기에는 하이힐 신고 와서 대충 던지는 분위기였는데 요새는 사뭇 진지해졌지.

그걸 바꾼 결정적 계기가 홍수아 아니었나. 운동화 신고 열심히 던져서 공 속도도 엄청 나왔지. 모습이 재밌게 캡처가 돼서 인터넷에 떠돌았는데 오히려 난 보기 좋더라.

홍수아가 지금까지 했던 연예활동보다 그 시구 하나가 더 돋보였다. 그런 게 화제가 되고 검색 순위도 오르니까 시구 자체가 여자 연예인들에게는 주요 홍보 무대가 된 것 같다.

현재 가장 잘나가는 연예인이라는 걸 인증받는 절차가 된 거지. 그런데 얼마 전에 박철이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을 ‘한국시리즈를 하는 팀의 상황과 같다’고 비유했는데 완전 한국시리즈와 야구에 대한 모욕이다.

요즘 아침 프로는 최악이다. 화요일에는 옥소리 기자회견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더라. 그 다음에 선우은숙 기자회견 보여주고. 그 다음에는 이찬·이민영 재판에, 마지막에는 강석우 부부가 등장해 잘 산다는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엽기 쇼가 따로 없었다.

그런 식으로 보여주면 아무리 잘 산다고 우겨도 ‘쇼윈도 부부’처럼 보이지.

폭로와 거짓말로 얼룩진 박철-옥소리의 인터뷰와 기자회견. 눈물은 장식품인가. 연합뉴스
폭로와 거짓말로 얼룩진 박철-옥소리의 인터뷰와 기자회견. 눈물은 장식품인가. 연합뉴스
조디 포스터 같은 연예인을 보고파

왜 연예정보 신문이나 주간지에 나올 내용을 아침 내내 공중파 채널에서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뿐인가. 연예 관련 프로그램까지 며칠 더 봐야 한다. 멀미 난다.(웃음)

여기저기서 박철·옥소리 뉴스만 나오니까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다. 국민적 관음증 유도 캠페인 같다. 내가 왜 박철·옥소리가 11년 동안 10번 한 걸 알아야 되냐고.(웃음)

기자회견 안 하면 큰일 나나. 왜 둘이서 해결할 이야기를 관계자가 아니라 관계없는 자들을 향해 떠드나. 이건 노출증인가, 뭔가.

관음증은 끊임없이 자극하면서 정작 필요한 도덕불감증에 대한 논의는 쏙 빠졌다. 아나운서 정지영이 슬그머니 라디오 복귀를 했는데 그것에 대해서 언급하는 건 한 번도 못 봤다. 아무리 무혐의 판결이 나도 이미 도덕적으로 치명적인 흠을 가졌는데 그런 사람의 방송 복귀에 대한 토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나.

주부 프로그램에서 늘 보여주는 게 알콩달콩 잘 사는 연예인 부부 이야기다. 박철·옥소리도 이혼 직전까지 끊임없이 등장했다. 두 사람은 심지어 리마인드 웨딩까지 텔레비전으로 중계하지 않았나. 왜 굳이 그래야 했는지 모르겠다. 도둑이 제 발 저려서?

사실 연예인의 사생활은 어느 정도 까발려질 수밖에 없긴 하지만 난 가끔 한국에서도 조디 포스터 같은 연예인을 보고 싶다. 아무리 물어도 끝까지 사생활에 대해서 함구하는.

그런데 왜 인터넷에 떠도는 이니셜 기사들은 왜 다 맞는 거지?(웃음) 사실 이번 박철·옥소리 이혼도 이니셜로는 다 떠돌던 이야기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 나는 거지. 또 기자회견에서 새빨간 거짓말들을 태연하게 하는 것도 역겹다. 눈물이 장식품이 된 거고. 기자회견 자체가 완전히 쇼가 됐다.

암튼 이번 박철·옥소리 뉴스는 대국민 교훈은 줬다. 헤어지더라도 저렇게 까지 하면 안 되는구나, 인간이 저렇게 추해지면 안 된다는 거 말이지. <겨울새> 봤나. 옛날에 소설로 봤는데 그때는 재미있었다. 그렇게 지고지순한 여자나 못된 시어머니가 시대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

드라마 보는 순간 20년 전으로 타임머신 타고 돌아가서 엄마 무릎 베고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듯한 기시감마저 들더라. 그래서 오히려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할까.(웃음)

지금 시대에는 너~무 공감이 안 가는 거지.

흥미로운 대사가 있었다. 주인공 친구가 하는 이야기인데 ‘시엄마는 싸이코, 남자는 마마보이, 더 이상 볼 것도 없는데 임신했다고 참고 살겠다고?’라고 말한다. 이 말은 쓰는 사람도 지금 시대를 자각하고 있다는 거다. 그런데도 왜 계속 이렇게 풀어나가지?

오히려 향수를 자극하는 거 아닐까. 못된 시어머니와 착한 며느리는 나이든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아닌가. 이야기는 지루하지만 박원숙은 연기 진짜 잘하지 않나?

맞다. 표독스러우면서도 코믹 코드를 놓치지 않는다. 이름처럼 정말 원숙한 연기를 한다.

<겨울새>, 이태곤파와 마마보이 윤상현파

<별은 내 가슴에> 때도 비슷한 연기를 했는데 굉장히 잘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김혜옥과 함께 못된 시어머니 또는 엄마 연기의 최고다.

그 밖에는 달리 볼 만한 캐릭터들이 없다. 주인공 박선영도 본래 연기 못하는 배우가 아닌데 여기서는 로봇 같다.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이라.

재미있는 게 시청자 중에 박선영을 사랑하는 이태곤파와 마마보이 윤상현파가 갈린다. 이태곤이 멋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윤상현은 마마보이지만 단순하고 해맑아서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윤상현은 지금까지 출연작 중에 가장 선전하는 건 맞다.

극 중 이태곤이 박선영에게 하는 말인가, ‘니가 더 영악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이 드라마에다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좀 더 영악하게 이야기를 끌어갔으면 좋겠다. 김수현표의 동시대성이 조금이라도 배어나오게 말이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 최고의 긴장관계

엠비시에브리원 <서경석의 안티공방전> 2회의 스타와 안티패널

“어두운 곳에서만 활동한다고 생각되던 안티들이 밝은 조명 아래서 당사자인 스타와 대화를 나누고 또 스타에게 정당한 자기 변론의 기회도 주는 게 마치 연예버전의 <100분 토론>처럼 참신했다.”(정석희)

“우러러보는 대상을 툭 터놓고 대화하는 대상으로 끌어내려 새로운 이야기 무대를 만들었다는 데 칭찬과 격려 한 표!”(조진국)

■ 최악의 공모관계

이혼을 매개로 담합한 방송과 박철·옥소리

“개인적인 이야기는 만나서 하시든지 메신저나 핸드폰을 이용하세요. 일면식 없는 저에게 말씀하시지 말고.”(조진국)

“애가 걱정된다는 두 분, 정말 애는 생각하시고 그런 이야기 계속하시는 건가요?”(정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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