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오 바탈리와 필자가 함께 한 모습.
[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 뉴욕 밥보
‘밥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뉴욕 최고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문을 연 지 10년밖에 되지 않은 이 식당이 이런 명성을 누리게 된 것은 전적으로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오너 셰프 마리오 바탈리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뉴요커>의 기자로 있다가 마리오 바탈리 밑에서 요리공부를 한 빌 버포드가 쓴 책 <히트>가 번역되어 그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그는 미국에서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몰토 마리오’와 ‘차오 아메리카’등의 티브이 요리프로그램 진행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거구와 요리사답지 않은 꽁지머리, 오렌지색 나막신을 즐겨 신는 특이한 취향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요리를 향한 집념의 인생역정은 더욱 별나다.
60년 시애틀의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정에 태어난 마리오 바탈리는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스페인에서 소년기를 보낸 후 뉴저지의 럿거스대학교에서 재무관리와 스페인 연극을 전공하면서 은행가의 삶을 꿈꾸던 젊은이였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자신의 요리재능을 발견하고는 런던의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에 전격적으로 입학한다. 그러나 그곳의 교과과정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그는 곧 학교를 뛰쳐나와 런던의 전설적인 셰프,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의 문하생으로 요리에 입문하게 된다. 그 후 바탈리는 샌프란시스코의 클리프트 등을 거쳐 포시즌스 호텔의 주방장으로 자리잡게 되나 어느날 홀연히 그곳을 박차고 나와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 시골마을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3년 동안 요리공부에 정진하게 된다.
98년 그가 그리니치빌리지에 밥보를 열자마자 제임스 베어드재단은 ‘베스트 뉴 레스토랑’상을 주었고, <뉴욕타임스>는 스리스타 레스토랑 목록에 이름을 올려놓는다. 그 외에도 밥보는 <미슐랭가이드>의 원스타를 획득하였고, 바탈리는 남성잡지 <지큐>가 주는 ‘올해의 인물’상 등 각종 상을 휩쓸게 된다. 그동안 그는 5권의 베스트셀러 요리책을 저술했으며, 에스카·루파·피제리아 모차 등 식당 13곳과 바를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지에 운영하는 식당 왕국의 주인이 되었다.
그 많은 식당들 중 대표 격인 곳이 바로 밥보다. 밥보에 가면 심심찮게 마리오 바탈리를 만날 수 있는데, 그는 언제나 와인잔을 들고 친구들과 시끌벅적하게 얘기하며 격의없이 손님을 맞는다.
그가 요리할 때 지키는 여섯 가지 철칙은 “첫째, 항상 현지의 신선한 재료를 활용한다. 둘째, 파스타는 필히 이탈리아산 건면을 사용한다. 셋째, 엑스트라 버진 오일을 쓴다. 넷째, 진짜 발사믹 식초를 이용한다. 다섯째, 이탈리아산 프로슈토만 사용하며, 여섯째, 좋은 파마산치즈를 쓴다.” 등이다. 밥보에서는 이러한 그의 요리철학을 철저하게 반영한 코스요리인 파스타 테이스팅 메뉴를 69달러에 맛볼 수 있으며, 대부분의 요리가 30달러를 넘지 않는다. 전화번호는 212-777-0303이다.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연어구이. 닭고기 메인요리. 파스타.
예종석의 맛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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