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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스트>, 수업료가 너무 비싸다

등록 2007-12-05 20:55수정 2007-12-09 14:59

너 어제 그거 봤어?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원더걸스에서 <메디컬 기방>까지
케이블이 약진한 2007 방송계 트렌드

다사다난했던 한 해. 뻔한 이 상투어는 올해 방송계를 가장 잘 요약하는 문구다. 누리꾼 젊은 시청자들의 적극적 반응으로 시청률의 위상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케이블의 약진은 공중파의 위상을 흔들어놓았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3세대 아이돌과 함께 90년대의 ‘옵빠’들이 돌아왔다. <매거진t>의 백은하 기자(사진 오른쪽)와 차우진 기자가 2007년도 방송계의 트렌드를 정리했다.

백은하 2007년은 텔레비전이라는 매체의 중요도나 영향력 등이 다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비해 유례없이 높아진 해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시장 역시 비슷한 흐름을 탔다.

차우진 그러다 보니 시청자들도 변했다. 이전에는 소소한 커뮤니티 활동에 그치던 리뷰어나 팬들의 활동 반경도 넓어지고.

캐릭터들이 리얼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


블로그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블로그는 싸이월드와는 차원이 다른 소통의 장인데 여기서 콘텐츠를 가장 쉽게 만드는 재료 같은 게 티브이 드라마나 쇼들이다. 예를 들어 70년대 인기 드라마들, 이런 식으로 비슷한 정서와 경험을 가진 블로거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아마추어지만 솔직하게 표현하는 블로거들의 리뷰어 활동이 두드러졌다.

디씨 갤러리나 방송사 게시판을 봐도 사용자들이 매우 적극적이다. 드라마를 보고 그냥 좋다, 싫다가 아니라 ‘비판적 지지’를 한다. 전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텔레비전과 소통하는 것이다.

피시통신인 유니텔이 부상했던 게 97년쯤이었는데 10년 후 윈도 세상은 완전히 다른 소통의 방식으로 진화됐고 텔레비전이나 방송의 소비 행태도 바꿔놨다. 말 그대로 인터랙티브 상황이 됐다.

그러니까 시청률 못지않게 인터넷 상의 반응이 중요해졌고 제작자들의 고민도 커졌다. 예를 들어 <거침없이 하이킥>의 시청률은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인 한국방송의 <열아홉 순정>보다 낮았지만 영향력은 훨씬 컸다. 시청률 자체보다 시청자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중요해진 거다. 2부작, 4부작, 시즌제 드라마까지 드라마의 포맷에 대한 실험이 다양해진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다.

이런 실험에서 앞서가는 게 케이블 채널이다. 공중파 드라마가 연속성에 대한 요구에 초점을 맞춘다면 케이블의 드라마들은 한 편씩의 에피소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부터 기획에 초점을 두고 그것을 잘 담아낼 만한 그릇을 선택하다 보니 에피소드 완결 형태로 가고 시즌제와도 어울리게 됐다. 각각 시즌2와 시즌3이 확정된 <별순검>과 <막돼먹은 영애씨>도 그렇고 <직장연애사> 역시 <가족연애사>의 후속편이다. 콘텐츠 안으로 들어가보면 ‘막돼먹은 영애씨’들이 대거 등장한 게 가장 큰 특징 아닐까. 이런 캐릭터가 전부터 있긴 했지만 예쁜 여자들이 안경 하나 걸치고 못생긴 척하는 눈속임은 이제 시청자들에게 안 먹힌다. 그러니까 캐릭터들이 훨씬 리얼해졌다.

<막돼먹은 영애씨>가 그 정점에 있다면 <달자의 봄>이나 <칼잡이 오수정> <얼렁뚱땅 흥신소>의 예지원이 그 계보에 있다. 반면 <마녀유희> <9회말 2아웃>이 노처녀에 대한 낡은 통념을 답습해 실패했던 드라마였다. 영애씨는 해피엔딩 그 다음의 삶이 더 궁금해지는 실존 인물 같은 캐릭터다. 이처럼 현실을 과장 없이 그리는 드라마가 한 축이라면 확실한 판타지를 보여주는 장르물이 한 축을 이뤘다. <하얀 거탑>부터 최근 <태왕사신기>까지.

미드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장르물 가운데서도 <하얀 거탑> <외과의사 봉달희>같은 의학물과 <히트> <마왕> <개와 늑대의 시간> <에어시티>까지 수사물이 득세했다. 이런 드라마의 중심에는 멜로 라인이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이건 사실이 아니라 드라마거든, 이라고 이야기해주는 장르적 장치가 주요한 구실을 했다.

확실하게 자리잡은 섹시코드 드라마들


2007년, 케이블 채널의 섹시코드가 이야기의 재미를 획득하기 시작했고, 공중파 드라마의 대작경쟁도 치열했다. (〈색시몽〉(사진 위)과〈태왕사신기〉)
2007년, 케이블 채널의 섹시코드가 이야기의 재미를 획득하기 시작했고, 공중파 드라마의 대작경쟁도 치열했다. (〈색시몽〉(사진 위)과〈태왕사신기〉)
케이블에서는 섹시코드 드라마들이 확실히 자리잡았다. 케이블의 섹시코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변주나 실험성이 강해졌다. <색시몽>이나 <메디컬 기방 영화관>은 시청률도 높게 나왔다. <이브의 유혹>도 반응이 좋았는데 이야기도 어설프지 않고 표현 수위에서 가슴 노출은 기본이다(웃음). 이런 건 공중파에서 만들 수 없는 거지.

올 초만 해도 섹시코드 하면 <티브이 엔젤스> 이 정도였는데 이제는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쇼는 쇼대로 각자의 서바이벌 방식을 찾아가며 케이블의 수위를 다양하게 펼쳤다. 시청자는 시청자대로 자신이 선택할 지점을 찾게 되는 거고. 시청률 3%에 최초로 안착한 <스캔들>을 비롯해 <악녀일기> <너는 팻> 등 훔쳐보는 것에 대한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페이크 다큐들도 케이블이 시청자를 유혹하는 방식 중 하나였다.

티브이엔 개국과 함께 불기 시작한 케이블들의 자체 제작 붐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 같다. <키드갱>이나 <위대한 캣츠비>처럼 많은 돈을 들여서 실패한 작품들도 있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다양한 기획이나 소재에 승부를 거는 시도들이 늘어났다.

그러고 보니 드라마의 블록버스터 시대이기도 했다. <에어 시티>나 <개와 늑대의 시간> <로비스트> <태왕사신기>등이 판을 크게 키우니, 공항, 안기부 등 굳게 문닫혀 있던 국가기관들도 카메라 앞에 문을 열어줬다. 그런데 성취도 있었던 반면 아쉬움도 많았다.

특히 <로비스트>는 캐안습 수준에 이르렀다(웃음).

<에어 시티>도 그렇고, 중요한 건 규모나 스타가 아니라 콘텐츠의 밀도라는 걸 비싼 수업료 내고 배운 드라마였다. 충무로도 그랬지만 블록버스터 드라마 몇 개가 실패하고 나니 준비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몸을 사린다는 소문이 벌써 돌더라. 마지막으로 쇼, 오락 쪽을 보자면 3세대 아이돌이 탄생했다. 원더걸즈와 빅뱅이라는.

대중문화산업의 주소비층이 10대라고 하지만 이 아이돌의 주소비층은 언니, 이모, 오빠, 아저씨다. 실제 소비력이 있는 팬덤으로 넘어간 거다.

유승호 기사에는 누나랑 피자헛 가자, 이런 댓글이 줄줄이 붙는다.(웃음) <매거진t>에 원더걸즈 소희 기사가 뜨면 남자 회원 수가 확 는다. 아이돌을 사랑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나이 든 팬들의 커밍아웃이다.

빅뱅이 병원에 깜짝 방문하니까 간호사들이 가장 열광하더라. 이런 아이돌은 에스엠 아이돌로 대변하는 노력하는 견습생 이미지와도 다르다. 물론 섹슈얼리티의 민감한 문제가 끼어들기도 하지만 대체로 건강한 10대 아이들이 저러고 노는구나 하고 옛날 생각나게 하는 즐거움을 주는 거다.

아이돌과 팬들이 함께 늙어가는 시대로

90년대에 ‘오빠’들에게 열광했던 팬들이 지금까지도 팬덤을 형성하니까 그 시절 오빠들이 또 자연스럽게 컴백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윤상, 이승환, 토이, 박진영까지 바로 10여년 전 우리가 사랑했던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토이만 해도 옛날 레퍼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박진영은 여전히 파워풀한 댄스를 보여준다. 윤상, 이승환도 여전하고.

아직 음악시장이 척박하기는 하지만 시장이 안정화되거나 활성화되는 변화를 보여주는 거 같다. 이제 우리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아이돌과 팬들이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음악시장뿐 아니라 방송시장도 아직 돈을 버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양성이라는 면에서 올해처럼 역동적인 변화를 겪은 적도 없었다. 올해뿐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서 방송시장이 전면 개방되는 5년 뒤까지 방송은 계속해서 숨가쁘게 변할 거 같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 2007년 최고의 대박 상품

〈원더걸즈의 ‘텔 미’〉

“진짜 오랜만에 ‘국민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대중문화 상품이 탄생했다. 갈수록 세련되어져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어린 것’들이 디스코춤을 추는 오묘한 광경이 세대를 불문한 열광을 이끌어냈다.”(백은하)

“‘텔 미’의 인기는 지겹지 않은 방식으로 재생산됐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사람들이 따라 하고 연습하고, 자기식으로 그걸 손수제작물로 찍어 올리는 과정을 통해 스타덤과 팬덤이 새로운 방식으로 만났다.”(차우진)

■ 2007년 최악의 쪽박 상품

〈에스비에스의 <로비스트>〉

“복잡한 국제정세를 배경으로 민감하고 논쟁적인 이야기를 꺼내는데 세계관이 없다는 건 치명적이다. 그러니까 이야기는 흔들리고, 캐릭터는 헤맨다. 결론은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무관심, 무비판이다.”(차우진)

“사람들이 제이슨 본 시리즈에 열광할 때 오래전 007을 이야기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극 초반 보여줬던 세련된 촬영 노하우가 허술한 이야기에 묻혀 가면서 120억원 대작으로는 너무나 초라한 용두사미가 됐다.”(백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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