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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더 로즈 가든〉(The Rose Garden). 배경과 아이를 합성했다.
[매거진 Esc] 인터넷 사진여행
로레타 럭스(www.lorettalux.de)
로레타 럭스의 사진을 본 적이 있는지? 한번 찾아서 보길 바란다. 그의 사진은 우리를 복잡한 감상에 빠지게 한다. “무섭다. 기분 나쁘다.” “예쁘다. 아름답다.” 보는 이마다 감상이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는다.
로레타 럭스는 독일에서 태어나 아일랜드에서 사는 화가 출신의 사진가이다. 독일 리얼리즘 사진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사진은 섬세하게 조작된 디지털 이미지이다. 사진의 주제들은 아이들이다. 컴퓨터로 합성되고 색이 입혀진 아이들은 인형이나 로봇처럼 보인다. 파스텔화 같은 사진은 어딘지 별난 분위기를 풍긴다. 아이들은 삭막한 풍경 안에 고독하게 존재한다. 지극히 단순화된 배경, 모호한 표정으로 사진 속 아이들은 각기 다른 자세로 서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인물사진이 아니다. 얼핏 보면 이발소 벽면에 걸려 있을 법하다. 이런 사진을 통해 그는 세상을 향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사진 속의 아이들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 잃어버린 천국에 대한 은유”라고 럭스는 말한다. 그의 어린 시절은 참으로 그로데스크했던 모양이다.
얼핏 단순하거나 일상적인 움직임의 포착 같지만, 아이들의 눈빛이 정확히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를 알기 쉽지 않다. 어쩐지 아이답지 않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마치 우리의 속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우리의 눈을 빨아들인다. 입을 다물었지만 침묵하는 것은 아니다. 어딘가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이다. 포토샵 세대가 만들어낸 불가사의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박승화 <한겨레21> 사진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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