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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을 위해 점프, 점프, 점프

등록 2008-01-09 19:39수정 2008-01-11 11:41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고배 마신 사진들의 뒷이야기
방아깨비·메뚜기도 뛰어오를 준비…가슴 저미게 한 고라니의 로드킬도

사진공모전을 진행하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400여 장의 사진들 속에서 최종적으로 10장을 골라내는 일은 사진을 찍는 것만큼 힘들었다. 그만큼 사진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그 중에서 대상을 뽑는 것은 한명의 자식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었다. 공모기간이 짧았지만 많은 독자들이 정성을 담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그 정성의 일부를 지면에 남기고 아쉬움을 떨어내자.

별로 빠지지 않는 쟁쟁한 작품들

강창석씨 사진은 매우 안정적인 구도이다. 세 명의 동작이 차이가 있고 역동적인 느낌마저 든다. 아쉬움은 표정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김도희씨 사진은 절묘한 지평선과 파란 하늘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다. 김혜령씨와 정재화씨 사진은 이른바 ‘메이킹(만든) 사진’이다. 탈출을 묘사한 기발한 아이디어 때문에 심사위원들은 심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 허세창, 한윤이, 민경, 박영희씨 사진은 모두 훌륭한 풍경사진이다. 풍경사진이 갖추어야 하는 구도, 극적인 색감, 감동 등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아마도 자연을 주제로 한 사진공모전에서는 훌륭한 성적을 받을 것이다. 류기영, 신동훈, 원성호, 유형민, 장성화씨 사진은 가족 사랑, 동물 사랑을 잘 표현했지만 배경이 조금 복잡하거나 주 피사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작은 단점 때문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모두 결선까지 오른 쟁쟁한 작품들이다.


“오염된 땅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며 평생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계시는 아버님. 고생하는 아버님께 사랑을 보내며.”

“‘어머, 주름이 자글자글하다 얘.’ 저는 어머니라기보다는 철없는 우리 엄마를 사랑합니다.”

“남친이 카메라를 가지고 싶다고 해서 불순한 마음에 공모를 하게 되었습니다”

“곡절 많았던 10년 동안 잘 살아준 아내에게 새삼 고개가 숙여집니다. 아내가 참 고맙습니다.” 독자들이 보내준 사진에는 가족 사랑이 가득했다. 어떤 사진은 노출이 맞지 않고 심지어 초점도 흐릿한 것이 많았지만 사진 안에 담겨진 사랑의 따스한 온기는 충만했다. 동물들의 사랑도 만만치 않다.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도 듬뿍 사진 속에 녹아 있었다. 사람의 희로애락은 사진 공모전에 많이 등장하는 주제이다. 사람의 감정만큼 또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없다. 하지만 사진에 담기 쉬운 주제는 아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한 배경과 사람의 표정이다. 표정은 아주 짧은 순간 지나간다. 연출을 주문하면 이미 그 표정이 아니다. 빠른 속도로 한 표정마다 10컷 이상 찍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사람에게 더 가까이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탈출은 점프다. 탈출은 낯선 곳에 도착하는 것이고, 불꽃을 터뜨리는 환희다. 사람들은 아스팔트에서, 배 간판에서, 알프스 산 정상에서 한껏 높이 뛴다. 모두들 어디로 향하고 싶은 것일까? 중력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독자들이 보내준 ‘탈출’이란 주제의 사진 태반은 뜀뛰기였다. 심지어 사람이 뛰다 못해 강아지가 뛰었고, 사마귀와 메뚜기가 뛸 채비를 하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펭귄과 새들의 몸짓에서 사진가의 탈출 의지가 엿보인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을 카메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다. 피사체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 피사체와 카메라의 거리가 멀수록 셔터 속도는 느려진다. 예를 들어 달리는 자동차를 찍을 때 7.에서는 1/1000 셔터 속도로 찍어야 한다면 30m에서는 1/250 셔터로 찍을 수 있다. 요즘은 카메라의 연사기능이 고급화되어 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랑으로부터의 엽기적 탈출?

김경훈씨 사진을 보면 아스팔트 국도에서 로드킬(Road-kill)이 발생했다. 고라니의 눈이 가슴을 저민다. 아마도 환경 관련 공모전이었다면 상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박혜연, 최재영, 최효진씨 사진은 촬영 현장에서 기지가 눈에 띈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훌륭한 사진을 찍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사진은 창조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지산씨는 제목을 ‘탈출’이라고 했다. 철망과 선거 포스터, 그는 무엇으로부터 탈출을 염원한 것일까? “지나치게 정치적인가?”로 시작하는 사진설명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박상준씨 사진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누구와 누구의 눈이 마주치고 있는지! 사진 제목도 ‘사랑으로부터 탈출’이었다. 김동연씨는 소품 제작의 공이 눈물겹다. 정성이 고마울 따름이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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