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있는 발명특허, 냄새없는 청국장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태안 굴 당분간 맛보기 힘들다면 호박고구마나 마늘주도 별미
태안 굴 당분간 맛보기 힘들다면 호박고구마나 마늘주도 별미
본래 태안에서 유명한 먹을거리는 박속낙지와 굴 요리다. 박속을 우린 국물에 낙지를 퐁당 넣어 먹는 박속낙지탕은 별미다. 그런가 하면 카사노바도 미치도록 좋아했다는 정력제, 굴은 진득진득한 개펄에 꼭 박혀 있어 아낙네들이 발품을 팔아야 먹을 수 있다. 개펄이 많은 태안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기름유출 사고로 잘기로 이름난 태안 굴은 당분간 맛보기 어려운 신세가 됐다. 박속낙지도 같은 신세다. 대신 태안에는 호박고구마와 육쪽마늘이 있다. 속이 호박처럼 누렇고 물렁물렁한 호박고구마에선 밤과 호박을 섞은 맛이 난다. 날 것으로 깎아 먹어도 달콤함이 혀에 감긴다. 서산과 태안의 특산물로 이름난 육쪽마늘은 지난해 ‘육쪽마늘주’로 개발돼 음식점에서 내놓는다.
서산 간월도 들머리에 있는 ‘맛동산’은 영양굴밥, 갱개미회무침이 유명한 집이다. 영양굴밥을 주문하고 뜻밖에 반가운 먹을거리를 만났다. ‘냄새 없는 청국장’ .
청국장에 냄새가 없다고? 단팥 없는 단팥빵? 날개 없는 비행기꼴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맛을 볼 때마다 흐뭇한 웃음이 번졌다. 청국장 안에 동동 뜬 콩알갱이들은 톡하고 건드리면 잘게 부수어질 정도로 부드러웠다. 그 가루들이 뚝배기 바닥에 개펄처럼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혀가 한번 훑을 때마다 팥죽 같은 쫀득한 맛이 입안에 번진다.
‘냄새 없는 청국장’은 2003년에 오동원(54) 대표가 전 건국대학교 농축대학원장 주현규 박사에게 의뢰해서 발명한 특허품이다. “오 대표는 우리네 청국장이 익히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특유의 냄새 때문에 사람들이 즐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맛동산’의 직원들이 전한다. 발효과정에서 일반 청국장과 다른 효모균을 쓴단다. 함께 들어가는 마늘과 고춧가루 역시 그 냄새를 없애는 데 한몫을 한다. 포장판매도 하는데 1킬로그램 1만2천원, 3킬로그램 3만5천원 한다. ‘맛동산’ 본점에서는 ‘영양굴밥’을 주문해야지만 맛볼 수 있지만 간월도점에서는 ‘발명특허 청국장’이라는 이름으로 6500원에 맛볼 수 있다.
태안 굴은 잘아서 주로 젓 담그는데 쓰인다. 기름유출 사고로 굴 농사를 망쳐 올해는 사실상 맛 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맛동산은 굵은 통영 굴을 사용한다. 1만원이다. ‘간재미무침’은 이곳에서 많이 잡히는 간재미를 청양고추에 무친 것이다. 그리 맵지도 않으면서 마치 홍어무침처럼 어류의 육질이 느껴진다. 자고로 여행은 색다른 맛을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바다 생물로 갖가지 요리가 풍성했던 태안, 걱정이 앞선다. 조금씩 맛보면서 그 우려를 떨어내어 보자.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 (041)669-1910.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한겨레 매거진Esc 주요기사]
▶ 창피한 남친의 행동에 헤어지고픈 생각까지, 어떡하죠?
▶ [김연수의 여자 여자 여자] 178cm 슈퍼모델이 주는 교훈
▶ [김혁의 장난감공화국] 어째서 변태란 말인가
▶ [얼리어답터 찜!] 고릴라의 도움으로 찰칵~
▶ [한국의 사진가들] 완벽한 작가여, 빈틈을 보여주오
▶ [싱글들의 점심식사] 남녀 화장실을 차별이라 따져야 하나
▶ [UMPC 전문가 집중분석] 조그만 게 똑똑하고 오래가면 좋겠네
[한겨레 매거진Esc 주요기사]
▶ 창피한 남친의 행동에 헤어지고픈 생각까지, 어떡하죠?
▶ [김연수의 여자 여자 여자] 178cm 슈퍼모델이 주는 교훈
▶ [김혁의 장난감공화국] 어째서 변태란 말인가
▶ [얼리어답터 찜!] 고릴라의 도움으로 찰칵~
▶ [한국의 사진가들] 완벽한 작가여, 빈틈을 보여주오
▶ [싱글들의 점심식사] 남녀 화장실을 차별이라 따져야 하나
▶ [UMPC 전문가 집중분석] 조그만 게 똑똑하고 오래가면 좋겠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