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콘 가족>(2002)
[매거진 Esc] 김은형의 웃기는 영화
웃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짐 캐리처럼 해괴한 표정들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도, 잭 블랙처럼 ‘자뻑’에 빠져 “쟤 뭐니?”스러운 행동을 연발할 수도 있다. 그중 자체발광을 하지 않고도 무심하게 사람을 웃기는 게 ‘최소 비용 최대 효과’를 실현하는 고난이도 유머라 할 수 있다. 이런 유머를 구사하는 캐릭터 중 최고는 <푸콘 가족>이다.
아빠와 엄마, 귀여운 소년으로 구성된 푸콘 가족은 절대 동요하지 않는다. 동요하지 않을뿐더러 움직이지도 않는다. 이들은 인형이기 때문이다. 이해 안 되는 분들은 매번 “그러니까~”라고 얼버무리고는 ‘하하하’ 호탕하게 웃으며 끝나는 이동통신의 광고을 떠올려보시길. 거기 등장하는 인물, 아니 마네킹들이 바로 푸콘 가족이다. 영화뿐 아니라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예술활동을 펼쳐 온 일본의 젊은 아티스트 이시바시 요시마사가 2002년 탄생시킨 <푸콘 가족>(원제 <오! 마이키>)은 푸콘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3분짜리로 엮은 초미니 드라마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이사 온 마이키의 가족은 언제나 웃는다. 늘 환한 미소를 지으니 하는 이야기도 ‘홈 스위트 홈’일 것 같지만 마이키의 부모는 이불 속에서 “그것”도 하고(얼굴은 하하하), 리본 맨 금발머리에 인형 같은(?) 얼굴의 마이키 사촌 누나 로라는 소꿉놀이로 퇴폐 대화방 아가씨를 흉내내면서 아이들에게 ‘삥’을 뜯고(해맑은 미소), 섹시한 마이키의 가정교사는 빨간 속옷을 노출하며 “한번 즐겨볼까”라고 들이댄다.(역시 고혹적인 미소). 마이키를 차로 친 엄마는 “모르는 사람을 쳤으면 감옥 갈 뻔했잖아”라며 호호호 웃으면서 길바닥에 마이키를 내팽개치고 뺑소니친다.
이기적인 부모나 어른보다 발랑 까진 아이들은 21세기 유머 텍스트에서 새롭지 않은 캐릭터다. 푸콘 가족이 재밌는 이유는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한점 흐트러짐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움직이지도 않지만 이들을 잡는 카메라도 컷만 나뉠 뿐 이들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불륜과 배신, 금기(마이키를 짝사랑하는 로라는 금지된 사랑의 슬픔을 트로트 감상으로 달랜다), 때로는 폭력까지 하드코어이고, 쏟아내는 대사는 속사포처럼 부산하고 정신없지만 이들의 얼굴은 극상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미소로, 몸은 뻣뻣하게 굳은 채로 언제나 정적 속에 놓여 있다. 이런 극단적인 부조화가 새롭고도 기묘한 웃음을 유발한다.
<푸콘 가족>은 그 아이디어의 심한 파격성 때문에 누구나 편하게 보고 웃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또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저거 뭐야’ 하며 에피소드를 몇 개 보다 보면 이상하고 신기한 푸콘의 나라의 빠져서 어떤 상황에서도 하하하 웃으며 에피소드를 끝내는 캐릭터들의 웃음소리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이 막돼먹은 낙천성을 인정받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국제만화애니메이션축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광고를 보며 푸콘 가족의 ‘즐거운 나의 집’을 연상했다면 디브이디를 통해 이 어둡고 유쾌한 가족의 실상을 확인해보시길.

김은형의 웃기는 영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