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김치치즈스마일>의 종영을 아쉬워하며
<코끼리>의 주현-김창숙 라인을 기대함 현재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조진국 작가(사진 왼쪽)의 친정은 시트콤이다. <두근두근 체인지>로 시작해 <안녕, 프란체스카>를 공동작업했고 <소울메이트>를 썼다. 별나고 새로운 시트콤을 쓰면서 시트콤 작가의 보람과 마음고생을 두루 겪었던 조 작가와 시트콤에 각별한 애착을 드러내온 칼럼니스트 정석희씨가 <김치치즈스마일>의 쓸쓸한 종영을 아쉬워하면서 새로운 시트콤의 탄생을 기대했다. 모범답안 같은 재미를 주는 <대왕세종>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석희 수순처럼 <대왕세종> 역시 화제의 첫 테이프는 아역배우가 끊었다. 이현우라는 이름을 검색어에 치니 가수 이현우보다 김상경 아역 이현우가 먼저 뜨더라. 대단하지 않나?(웃음) 아역이 너무나 잘해서 성인 배우가 빛을 잃었던 경우가 숱해서 김상경이 초반에 좀 불안할 거 같다. 조진국 그래서인지 김상경이 세종에 어울리네 아니네 논란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썩 잘 어울리던데. 본래 김상경이 어질고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배우로 인식되지 않았나. 무엇보다 <세종대왕>이 아니라 <대왕세종>이라는 네이밍이 좋다. 대왕이 아니라 세종이라는 인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느낌이다.
세종대왕의 첩, 그것도 알고 싶다 정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장면들뿐 아니라 디테일들, 이를테면 내시들이 촛불을 끄고 궁녀들이 조용히 움직이는 궁궐의 아침을 묘사하는 장면 같은 데도 많은 공을 들였다. 얼마를 썼다는 제작비 자랑을 하지 않으면서도 연회 장면 등의 볼거리 등이 풍성하고 의복 같은 데도 신경을 쓴 티가 난다. 조 사극 작가 중 윤선주 작가는 드물게 여성인데 그 강점을 대사 같은 데서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 같다. 힘있게 밀고 가는 것도 남성 못지않고. 작가의 색깔이 드러나서인지 사실에 기초한 전개보다 작가 생각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나 하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한 소재가 반복해 극화될수록 작가의 생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 태종 때까지 고려 왕실의 부흥을 도모하는 사조직을 묘사한 부분은 흥미롭다. 문화부 장관에서 연기자로 돌아온 김명곤이 그 조직의 수장 역할을 하는데 역시나 참 잘하더라. 근데 이 드라마에서는 연기력을 언급하는 게 입 아프다. 완전히 연기파 집합소다.
조 캐릭터 중에 최명길이 연기하는 원경왕후가 인상적이었던 게 지금까지 사극의 여성 캐릭터는 악역이든 아니든 왕 앞에서는 잘 보이려고 하거나 비위를 맞춰주지 않았나. 그런데 이 사람은 왕 앞에서 절대 꿀리지 않고 할 말 다 한다.
정 그 시대를 만들어내는 데 자기도 한몫했거든. 그러니까 간택된 여자들과는 다를 수 있는 거지. 나는 ‘나쁜 남자’ 취향이라 그런지(웃음) 성인으로 바뀐 뒤 충녕대군보다 양녕(박상민) 쪽에 더 호감이 가더라.
조 지금도 재밌긴 하지만 앞으로 보고 싶은 게 더 많다. 이를테면 세종대왕이 성군이기도 했지만 첩이 많은 걸로도 유명했는데 그런 부분까지 인간적으로 다뤄졌으면 좋겠다.
정 <김치치즈스마일>이 정 붙이니까 끝나서 아쉽다. <대왕세종>과 반대로 초반 시선 잡기에 실패했던 요인이 큰 것 같다.
조 후반에는 정말 독특하고 좋은 에피소드가 많이 나왔는데 한참 물이 올라서 끝난 셈이다.
정 시트콤은 확실히 캐릭터 싸움인 것 같다. 캐릭터들이 확 다가오지 않으면 재밌는 이야기도 집중하게 되지 않는다. 특히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중장년 시청자를 끌어모았던 이순재·나문희 커플에 비하면 <김치스>의 신구·김을동 커플은 부부라는 느낌도 덜하고 많이 아쉬웠다.
<못말리는 결혼>은 김수미만 웃기나
조 <김치스>에서 가장 확실했던 캐릭터는 엄기준인데 그에 비하면 다른 캐릭터들은 약간 불분명했던 점이 있다. 그런데 시트콤이라는 게 보통 드라마보다 훨씬 힘들다. 매일 다른 완결된 에피소드를 내는 건 다섯개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과 똑같다. <하이킥>은 비정상적으로 잘해낸 거고, <김치스>도 할 만큼 충분히 잘해냈다고 생각한다.
정 <하이킥> 이후 가족와 연애 이야기를 병치하는 게 하나의 룰이 된 것 같다. <김치스>도 그렇고 <못말리는 결혼>도 그렇고. <김치스>는 연애 부분에서 엄기준, 이혜영, 연지로 이어지는 삼각관계가 절실하게 와닿지 않았다. 그리고 꽃미남들이 그렇게 많았는데, 과유불급이었나?
조 나는 처음부터 수영부 꽃미남들이 나와서 <워터보이즈>처럼 갈 줄 알았다. 수영부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소동이나 소녀들과의 경쾌한 로맨스를 그리는. 그 좋은 자원을 활용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 반면 <못말리는 결혼>은 정말 딱 김수미 나올 때만 웃음이 나온다.
정 역시 캐릭터가 너무 약한 거다. 김동욱이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얼마나 귀여웠나. 그런데 여기서는 캐릭터가 아직도 안 잡힌다. 김수미 역시 재밌긴 하지만 그 캐릭터가 너무 소모되는 느낌이랄까. 물론 영화에서 가져온 거겠지만 김수미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이 의지한다.
조 아까 말씀하셨지만 이제 모든 시트콤이 러브라인을 중시하는데 그냥 애절하게만 가려니까 전체적으로 코미디적 맥락 안에서 균형점을 못 찾는다. 그리고 시트콤이 신인배우들의 연기 훈련장일 수도 있지만 연기 잘하는 노련한 배우들 역시 필요하다. 웃음을 준다는 게 쉬운 일인가.
정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코끼리>의 주현-김창숙 라인이 기대된다. 지켜봐야겠지만 <코끼리>는 1회 때 너무 많은 캐릭터를 한꺼번에 소개하려다 보니까 따라가기 혼란스러운 면도 있었다. 그래도 작가가 무려 14명이라데. 에피소드 가뭄에 고생하지는 않을 거 같다.
조 내가 좀 유별난 시트콤들을 해서 그런지 시트콤도 시청률 경쟁에 초연해 하는 모험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하이킥> 이후로 가족 시트콤이 대세고 언젠가부터 <남자셋, 여자셋>이나 <논스톱> 같은 청춘 시트콤마저 사라졌다. 청춘 시트콤도 다시 보고 싶고 아니면 <안녕, 프란체스카>처럼 콘셉트 자체를 장르적으로 가져가든지, <세친구>나 <소울메이트>처럼 특정 계층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도 나왔으면 한다. 사실 모험을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장르가 시트콤인데.
정 나 같은 시트콤 마니아는 <코끼리>에만 모든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웃음) 그런데 문득 궁금한 게 왜 시트콤은 드라마국이 아니라 예능국 소속인 거지? 나 같은 사람은 드라마 쪽에서 시트콤을 찾다가 헤매기도 한다.
왜 좋은 시트콤을 학대하는 거야?
조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연예 쪽이다 보니 제작비 규모가 드라마보다는 훨씬 작을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때깔도 제대로 뽑아내기가 힘들다. 당연히 작가 대우도 낮으니까 시트콤으로 자리잡은 작가가 다시 돌아갈 수가 없다. 배우도 마찬가지고.
정 맞다. 양동근도 그렇고 장나라도 그렇고 <논스톱>으로 떴는데 이력 이야기할 때 언급하지 않는다. 왜 좋은 시트콤을 학대하는 거야?(웃음)
조 <소울메이트> 제작발표회 때 그런 이야기를 했다. 시트콤으로 뜬 연기자들이 나중에 그 이야기는 쏙 빼먹는데 나중에도 경력에 자랑이 되게 쓰고 싶다고. 그런데 미국 보면 돈 제일 많이 쏟아붓는 게 <프렌즈>나 <섹스 앤 더 시티> <위기의 주부들> 같은 시트콤 아닌가. 시트콤은 역량에 비해 한국에서 너무 홀대받는다. 이런 여건에서 그만큼 해낸 <김치스> 작가와 스태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코끼리>의 주현-김창숙 라인을 기대함 현재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조진국 작가(사진 왼쪽)의 친정은 시트콤이다. <두근두근 체인지>로 시작해 <안녕, 프란체스카>를 공동작업했고 <소울메이트>를 썼다. 별나고 새로운 시트콤을 쓰면서 시트콤 작가의 보람과 마음고생을 두루 겪었던 조 작가와 시트콤에 각별한 애착을 드러내온 칼럼니스트 정석희씨가 <김치치즈스마일>의 쓸쓸한 종영을 아쉬워하면서 새로운 시트콤의 탄생을 기대했다. 모범답안 같은 재미를 주는 <대왕세종>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석희 수순처럼 <대왕세종> 역시 화제의 첫 테이프는 아역배우가 끊었다. 이현우라는 이름을 검색어에 치니 가수 이현우보다 김상경 아역 이현우가 먼저 뜨더라. 대단하지 않나?(웃음) 아역이 너무나 잘해서 성인 배우가 빛을 잃었던 경우가 숱해서 김상경이 초반에 좀 불안할 거 같다. 조진국 그래서인지 김상경이 세종에 어울리네 아니네 논란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썩 잘 어울리던데. 본래 김상경이 어질고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배우로 인식되지 않았나. 무엇보다 <세종대왕>이 아니라 <대왕세종>이라는 네이밍이 좋다. 대왕이 아니라 세종이라는 인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느낌이다.
세종대왕의 첩, 그것도 알고 싶다 정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장면들뿐 아니라 디테일들, 이를테면 내시들이 촛불을 끄고 궁녀들이 조용히 움직이는 궁궐의 아침을 묘사하는 장면 같은 데도 많은 공을 들였다. 얼마를 썼다는 제작비 자랑을 하지 않으면서도 연회 장면 등의 볼거리 등이 풍성하고 의복 같은 데도 신경을 쓴 티가 난다. 조 사극 작가 중 윤선주 작가는 드물게 여성인데 그 강점을 대사 같은 데서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 같다. 힘있게 밀고 가는 것도 남성 못지않고. 작가의 색깔이 드러나서인지 사실에 기초한 전개보다 작가 생각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나 하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한 소재가 반복해 극화될수록 작가의 생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 태종 때까지 고려 왕실의 부흥을 도모하는 사조직을 묘사한 부분은 흥미롭다. 문화부 장관에서 연기자로 돌아온 김명곤이 그 조직의 수장 역할을 하는데 역시나 참 잘하더라. 근데 이 드라마에서는 연기력을 언급하는 게 입 아프다. 완전히 연기파 집합소다.

극본에서 연기까지 반듯한 재미를 주는 〈대왕세종〉. 한국방송 제공.

후반에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아쉽게 종영한 〈김치치즈스마일〉.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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