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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쓰다듬으며 할 말

등록 2008-01-23 22:20

탁현민의 말달리자
탁현민의 말달리자
[매거진 Esc] 탁현민의 말달리자
‘탁복만’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일전에 올해 태어날 아이라며 소개했던 그 아이 말이다. 그 아이 아비가 될 처지에서 자꾸 자식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오늘 하고 싶은 말을 하자니 어쩔 수 없이 다시 들먹이게 되었으니 천만 독자 제위께 양해 부탁드린다. 요사이 우리 바깥 양반의 배는 자꾸만 불러와 이제는 엉덩이를 앞뒤로 하나씩 지고 ‘뒹구르르’로 하루를 보내시는데, 이 양반 온종일 집에만 계시려니 엄청 심심하신 건지, 아침에 나가 새벽에나 들어오는 내게 자꾸만 잔소리를 하신다. 잔소리는 대부분 “담배 끊어라”, “집에서 원고 쓴답시고 처박혀 있지 마라”, “심심하니 데리고 나가주어라” 등등인데 그중에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은 “복만이랑 이야기 좀 해라”다.

해서 어디서처럼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남편이 홈드레스를 입은 아내의 배를 쓰다듬으며 우아하게 소파에 앉아 배에 귀도 대어보고 이런저런 말도 건네는 장면이 생각나 한번 연출해 보기로 했다. 일단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배를 이렇게 척 쓰다듬으며 “복만아 내가 니 아부지다. 잘 들리냐? 들리면 발로 한번 차봐라”고 말해 보았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 대답 없는 상대와 대화하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었던가? 혼자 떠드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일저녁 이건 뭐 차라리 배와 이야기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더욱이 “내가 니 아부지다”라고 말하는데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감사부터 하라고?” 하는 양 전혀 반응이 없으니 그 다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더 막막해진다. 의미심장하며 멋지고 아이의 감성이 쑥쑥 자라나는 그런 말 한마디,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멋진 말 한마디는 던져주어야 하는데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부탁드린다. 다들 이런 상황에서 무어라 말 하시고들 계시는지요? takart@hanyang.ac.kr, 독자 여러분의 현명한 대답을 기다립니다.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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