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패널 박미선, 열 MC 부럽잖았다

등록 2008-02-13 19:06수정 2008-02-15 13:39

너 어제 그거 봤어?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참신하거나 식상했던 설 연휴 프로그램
시들지 않은 중년들 카리스마에 짝짝짝

중견 엔터테이너는 어떻게 부활하는가. 지난 설 연휴 프로그램의 성과는 중견 개그맨과 작가, 배우 등 중견의 힘을 확인해 준 것이다. 설 특집으로 편성된 한국방송의 <미남들의 수다>에서 지금까지 <미녀들의 수다>를 거쳐 간 수많은 남자 패널들을 합친 것보다 탁월한 기량을 보여준 박미선과, <전원일기>의 작가와 배우들이 다시 뭉친 문화방송의 <쑥부쟁이>가 그 주인공들이다. 방송 3사의 설 연휴 프로그램 총평과 버라이어티쇼에서 빛나는 중견들의 카리스마에 대해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오른쪽)와 드라마·시나리오 작가인 조진국씨가 이야기를 나눴다.

정석희 설 특집 프로그램은 문화방송이 새로운 스타일은 많이 개발했다. <우리 결혼했어요>나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도 그렇고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맛보기용으로 방영한 ‘넌센스왕’도 참신했다. 요새는 방송 형식도 인터넷에 영향을 받는 게, ‘넌센스왕’은 마치 인터넷 댓글처럼 주어진 상황에서 패널들이 참신한 답변을 받아치는 구성이다. 그 답변들이 재기 발랄하지가 않아 프로그램이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조진국 지난 추석 때 좋은 반응을 얻어 이번에 한국방송에서 다시 한 <안나의 실수>도 인터넷을 떠도는 실수담이나 웃긴 이야기들을 방송으로 옮겨놓은 형식이다. <안나의 실수>뿐 아니라 <미남들의 수다>처럼 한국방송은 저번 연휴 때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들을 시즌식으로 다시 보여준 것 같다.

아슬아슬한 선 잘 넘나들던 이효리



설날 연휴 특집 프로그램 가운데 돋보였던 〈우리 결혼했어요〉. 문화방송 제공.
설날 연휴 특집 프로그램 가운데 돋보였던 〈우리 결혼했어요〉. 문화방송 제공.
제일 구태의연했던 건 에스비에스다. <대격돌 빅스타 명장면>이나 <스타 한 소절 노래방> 같은 게 가장 식상한 특집 포맷 아닌가. 하지만 진짜 너무한 건 <무한도전>과 <1박2일>을 특집이랍시고 밤낮으로 재방송을 틀어준 거지.

발칙한 시도가 재미있었던 건 <우리 결혼했어요>다. 일단 새롭고, 안전주의에다 시청률 중심인 방송사가 뭔가를 개발했다는 것도 사주고 싶다.

좋은 프로그램은 보면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이 프로도, 저 커플의 누구는 나 같다거나 남편 같다거나, 내가 저런 사람하고 살았으면 지금보다 나았을까, 우리 딸 시집가면 저 꼴 나겠구나, 그런 몰입과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인터넷에서 최고로 뜬 건,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의 서울대 얼짱 아닌가. 학력이 중요하지 않은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 서울대라는 타이틀이 여전히 주목의 요소가 된다는 게 좀 의외이기도 하다.

서울대 얼짱이라는 타이틀로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그 프로그램의 진짜 주인공은 이효리 아닌가. 진짜 버라이어티쇼의 귀재라고 칭할 만하더라.

맞다. 사실 출연자들의 교감이나 이야기는 별 재미가 없었는데 이효리의 진행 솜씨가 프로를 살렸다. 어떤 출연자에게도 잘 맞추고, 막 뒤에 가서 남자의 손을 만져본다거나 허벅지를 보여달라거나 이런 행동이 사실 위험해 보일 수도 있는데, 애교 있게 넘어가면서 진행했다. 근데 바꿔 생각해보면 저게 남자니까 괜찮지 여자 출연자들에게 허벅지를 보여달라거나 이러면 진짜 큰일 날 일 아닌가.

일본에 기무라 다쿠야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산다쿠>에서 비슷한 포맷의 코너가 있었는데, 거기서는 여자도 그렇게 한다. 기무라 다쿠야가 자신의 매력이 뭐냐고 물었는데 가슴이라고 하면 가슴 골을 클로즈업하는 식이다. 또 여기서는 50살 넘은 개그맨의 파트너로 20대 초반의 여자가 나오기도 한다. 나이 차도 그렇고 노출도 그렇고, 한국에서라면 난리 날 일이다.

문화적 차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남녀의 성적 표현에 관한 사회의식의 차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거기에는 들여다 보면 까다로운 성적인 코드나 역전현상이 있는데 이효리가 하면 어떤 불편함이 분명 중화되는 게 있다. 다른 여자 연예인들이 나와서 남자들에게 들이대면 불편할 때도 있는데 이효리는 그 아슬아슬한 선을 잘 넘어간다고 할까.

이계인과 이미숙, 두 가지 경우의 차이


최근 중견 개그맨 박미선의 활동이 눈부시다. 한국방송 제공.
최근 중견 개그맨 박미선의 활동이 눈부시다. 한국방송 제공.
가만 보면 남자 연예인들에게 한번 만져보고 싶다고 말하는 건, 예쁘고 어린 여자 연예인들이 아니라 이경실, 조혜련, 정선희 같은 특정 인물들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이효리가 유일하게 그런 걸 하니까 용납이 되는 거다. 그게 도리어 묘한 매력이 되기도 하고.

그런데 진짜 겹치기 출연이 장난이 아니더라. 조형기나, 홍경민이나 재치 있는 연예인들은 연휴 때마다 모시기 전쟁이 치열한 거 같다. 그러다 보니 식상해진다. 새로 발굴해야 하지 않을까. 평소 근엄한 어머니의 이미지를 가진 중년 배우가 나와서 새롭고 발랄한 면을 보여준다거나 그렇게 기대를 배신하는 재미가 있어야지. 이계인이나 김종서도 그렇게 뜨지 않았나.

내가 나이 든 시청자라 그런지 나이 든 배우들이 버라이어티쇼에 나와서 놀림을 당하는 것 같은 상황을 보는 게 과히 기분 좋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이계인도 재미있긴 하지만 본인은 상황을 잘 이해 못하면서 웃음거리가 되는 경우도 있지 않나.

그 자체를 캐릭터로 만들면서 스스로도 즐기는 거 아닐까. 오락 프로그램 아닌가.

전반적으로 버라이어티쇼에서 나이 든 사람은 주책 없고, 말귀 못 알아듣고 그런 이미지로 자꾸 반복돼 소비되는 것 같다. 나이 든 사람이라고 망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얼마 전 <야심만만>과 <놀러와>에 나왔던 이미숙은 망가지고 웃기면서도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요새 중견 게스트 중의 최고는 누가 뭐라 해도 박미선이다. <미남들의 수다>에서도 진짜 잘하더라. 얼굴 한번 더 들이밀려고 안간힘 쓰지 않고 방송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게 연륜도 묻어나고 재치나 순발력도 젊은 게스트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완전히 일당백이지. <미녀들의 수다>를 거친 남자 패널 모두를 합쳐도 박미선 한 명보다 못하다. 박미선이 <미녀들의 수다>에 고정 패널로 나오면 안 될까. 사실 이 프로가 논란이 되는 게 남자들은 둔할 수 있는 여자들의 미묘한 문제들이 등장할 때인데. 박미선 같은 ‘언니’가 버티고 있으면 프로그램 전체의 균형을 잡아줄 수 있을 것 같다.

요새 다시 물 만난 고기처럼 기량을 발휘하는 박미선을 보면 이성미도 그립고, 김보화도 그리워진다. 이들과 이경실 같은 여성 트리오는 진짜 어디에 갖다놔도 자기 몫을 120% 달성하는 실력자들 아닌가. 그런데 지난 연휴 특집의 작품상은 <쑥부쟁이>에게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쑥부쟁이> 보는 내내 울었다네


〈쑥부쟁이〉. 문화방송 제공.
〈쑥부쟁이〉. 문화방송 제공.
반응이 좋아서 재편집해 바로 재방송 들어간다더라. 각본 좋지, 연출 좋지, 연기 좋지, 우리야 언제 봐도 감동인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명절만 되면 부모님 앞에서 보기 민망하게 효를 강요한다는 시선도 있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서 보는 내내 울었다. 혼자 봤기에 망정이지 누가 옆에서 같이 봤으면 어쩔 뻔했어(웃음). 사실 부모 재산 가지고 싸우는 자식이나 못된 며느리나 뻔한 드라마의 뻔한 이야기일 수 있는 게 작가의 인간적인 면이 배어나와서 절절했다. 예전에 김정수 작가가 중요한 건 테크닉이 아니라 글 쓰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들어맞는 작품이었다.

특집 드라마 중에 가끔 명작이 나오는데 올해도 한 작품 건졌다. 또다른 명작을 보려면 추석 때까지 두 계절을 더 기다려야 하나. 연휴가 끝나니까 역시 곧바로 다음 연휴가 기다려지는구나(웃음).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 설 연휴 특집 최고의 게스트

<미남들의 수다>의 박미선

“2008년 박미선의 제8의 전성기가 기대된다. 박미선처럼 꾸미지 않고 망가지면서도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까지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정석희)

“잘 모셔온 패널 한 명, 열 엠시 부럽지 않다, 한 사람의 뛰어난 패널은 프로그램 전체를 업그레이드시켜 준다는 걸 보여줬다.”(조진국)

■ 설 연휴 특집 최악의 프로그램

<무한도전>, <1박2일> 재방송

“주말에 재방송 보고, 케이블에서 또 재방송 보고, 연휴에 또 재방송 보라고? 특집이라는 타이틀 붙이기 민망하지 않으셨어요?”(조진국)

“미방영분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나, 엔지 모음이나, 조금의 성의만 있어도 이 정도는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가장 맛없는 설특집 종합선물 세트.”(정석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