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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매기와 홍어의 화개장터

등록 2008-02-20 22:15

과매기와 홍어의 화개장터
과매기와 홍어의 화개장터
[매거진 Esc] 박미향의 신기한 메뉴
“그 파, 찍으면 안 되는데, 세일 한대서 구입했는데?” 정돈된 파에 카메라를 들이대자 주인 손대철(50)씨가 한소리 한다. 가지런한 파는 아름답다. 파란 색이 물결처럼 율동감 있다. “그냥 찍어. 솔직한 것이 최고지!” 몇 초 뒤 그의 소박한 몇 마디가 뒤를 잇는다.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에 있는 <과메기와 홍어>는 신기하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겨울철 대표 음식들이 나란히 경쟁하듯 간판에 걸렸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우리 세대는 전라도 경상도 구분했어. 갈등이 많았지.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싫어. 장사하면서 내 나라를 위해 뭔가 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싶었지.” 두 가지 음식을 하는 이유란다. 6년 전 문을 열었을 때, 경상도가 고향인 사람들 중엔 홍어를 더러 먹어본 이들이 있더란다. 반면 전라도가 고향인 이들은 과메기를 모르더란다. 이제는 이곳을 찾는 그 누구도 두 가지 요리가 같이 등장하는 ‘화합’을 맛보고 친해진다. 쫄깃한 과메기맛, 시큼한 홍어맛, 한꺼번에 일석이조다.

특히나 ‘홍어탕’은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한 숟갈 뜰 때 첫맛은 된장국처럼 구수하다가 수저를 내려놓을 때는 ‘훅’하고 심장까지 정신이 번쩍나는 홍어 특유의 맛이 느껴진다. 이 집 홍어탕은 홍어살로 만들었다. 뼈와 홍어애(홍어간)로 탕을 끊이는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다. 살살 발라낸 홍어살을 듬뿍 넣었다. 수저로 휘저으면 부드러운 홍어살이 양은냄비 바닥에 차곡차곡 깔려 있다. 은가루처럼 흩어지다가 솜뭉치처럼 뭉친다.

‘통일막걸리’ ‘화개 장터’. 주인의 철학이 벽에 녹아 있다. 홍어는 수컷보다 암컷이 크고 살이 부드러워 비싸다. 나쁜 장사치는 수컷의 생식기를 잘라서 암컷이라고 속여 팔기도 했단다. 그래서 ‘만만한 것이 홍어X’ 이란 말이 나왔다.

그는 칠레산 홍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흑산도 홍어는 귀하고 이미 서민들의 먹을거리가 아니라며 수입되는 것 중에 칠레 것이 가장 좋단다. 그의 당당함 역시 맛나다. (02)031-916-1722.

박미향 기자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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